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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참여정부 인사 스스로 물러나야
 
2008-03-18 10:34:29

참여정부 인사 스스로 물러나야

강경근 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5년 단임의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21년째를 맞았다. 그 5번째가 이명박 정부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춘삼월인 봄이 왔건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가.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정권이 바뀌었지만 원활한 조직 가동이 되지 않아 아직도 야당 같다’고 푸념한다. 정권 인수 기간까지 고려하면 이륙해서 날아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짙은 안개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조종사’의 착잡한 심정을 엿보는 듯하다.
 
정부를 구성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그리고 각 정부 위원장 외에, 새 정부의 이념과 철학을 국민 각자에게 순환시켜야 할 모세혈관격인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사장 내지 감사 등 임원들이 지난 정부의 철학을 떠받든 의구(依舊)한 인물이어서 심장의 피가 말단에는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1개 공기업 임원 가운데 32명은 전 정권의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해에 새로 임명된 사람들이라 한다.
 
한나라당은 이들 기관장 등에게 당장 보따리를 싸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같은 국정이념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정권의 업무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임기 보장의 법 조항을 들어 거부하자 주무부처의 장관은 대통령에 대한 부처 업무 보고 때 해당 기관장들의 참석을 배제했다고 한다.
 
정권교체 때마다 임원진을 바꾸면 임기가 보장되는 해당 기관의 독립성·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틀린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로 그 자리에 올랐고 또한 임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해당 기관장의 업무능력, 자질과 함께하는 새 정부 국정철학에 대한 합치 여부를 교체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직은 대통령에 당선된 자연인 한 사람에게만 그 책무를 맡기기에는 너무도 중요성이 크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함은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직무인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대통령과 그의 명에 따라야 할 행정부, 그리고 하부기관 내지 준정부기관 등의 장을 한몫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국가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그 실적과 자격으로 임용되고 신분이 보장되며 평생토록 공무원으로 근무할 것이 예정되는 경력직 공무원 등은 헌법 차원에서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므로 정권교체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거나 임명에서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정무직 공무원도 그렇다.
 
하지만 헌법이 정하는 임기제 외에는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서 이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의 주무기관의 장은 기관장이 의무와 책임 및 직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게을리한 경우 해임하거나 임명권자에게 해임을 건의·요구할 수 있고, 그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 하여금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런 취지에서 새 정부의 신임을 받게 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합치하며 국민에게도 유용한 일이다.
 
‘임기는 보장돼야 하는 만큼 내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분들은 대부분 참여정부에서 장·차관 등 요직을 맡았거나 옛 열린우리당에서 당직을 지낸 이들이다. 그분들에 대해서, 나는 시인 김상옥이 노래한 ‘옥저’(玉笛)에서처럼, 끝없이 맑은 소리 천년을 머금었어도 그 따스이 서린 입김 상기도 남았으니 ‘차라리 외로울망정 뜻을 달리 하리오’라 하는 말을 권하고 싶다. 지금도 맑은 소리는 낼 수 있으되, 다만 이를 부는 임자를 바꾸어 가면서 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의미를 되새겨봄 직하다.
 
♤ 이 글은 3월 16일자 세계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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