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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새 정부 연착륙 위한 제도개선 과제
 
2008-03-05 10:39:03

새 정부 연착륙 위한 제도개선 과제

강경근 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 숭식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2월25일 정시에 취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첫 국무회의가 열린 3월3일까지도 ‘새 정부’로서는 출범하지 못했다. 정부가 기능을 발휘하려면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최소 15인 이상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되는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고, 국무위원 가운데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 각부의 장, 즉 장관이 이를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 닷새 만인 지난달 29일 한승수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비로소 국회를 통과하고, 기획재정 등 11개 부처의 신임 장관은 임명했지만 통일부 등 4개 부 장관에 대한 임명은 하지 못했다. 사람의 형상은 만들어졌으되 그 뇌와 손발의 기능이 부전(不全)인 상태에 비견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무위원 15인을 충족시키기 위해 직전 정부 출신의 국무위원 4인을 무임소 장관 형태로 3일 국무회의에 참석시켰다. ‘패치(patch) 정부’가 된 것이다.

대통령 선출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자연인 한 사람을 뽑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연인이 아니라 정부의 수반이 되는 헌법기관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은 헌법에 의해 주어진 직무인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대통령과 그의 명에 따라야 할 행정부의 구성원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그리고 행정 각부의 장을 한 몫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 당선인이 헌법과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와 함께할 행정부를 대통령으로서의 임기 개시일 전일까지의 시기에 맞춰 구성해야 하는 것은 헌법적 의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직의 원활한 인수를 통해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지위와 임무보다는 상대적으로 새 정부의 정책기조 설정 준비에 치중하여, 정상적인 새 내각 구성에 대통령 임기 5년 즉 60개월 중 거의 한 달 가까운 기간을 소요하게 만든 점에 대해서는 겸손한 자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확대 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각료 후보자에 대한 부실검증과 ‘코드인사’ 논란으로 인한 새 내각 미(未)구성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한 것이다. 설혹 ‘4·9 총선’을 의식한 발언이라 해도 국민과 헌법을 섬기는 자세로 보고 싶다. 다만, 당선인 신분으로서 정부 인사자료 접근 제한 등으로 인해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 등과 관련하여 대통령직 인수의 법·제도적 보완은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 개시 전에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게 하기 위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위 법의 취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즉, 대통령은 그 선거기간중에 자기와 함께할 내각 구성원의 윤곽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당선 후에는 그들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는 등의 예측 가능한 정부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통령직 인수 기간중 인사 청문을 요구한 내각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대통령 취임 전에 그 청문을 마치도록 국회를 강제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좋다.

그것이 ‘실용 정부’ 구성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보편적 실용이라 함은 법치주의를 염두에 두면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할 수 있는 정부 권력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이에 비해 자기만의 시야에서 유리한 정책과 권력을 행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념’의 굴레인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3월 4일자 문화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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