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업을 끝내고 사회에 나가거나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20대 초반 남성으로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군대이다. 그렇게 중·고교와는 또 세계를 경험하면서 이른바 '군인정신'은 충만하고 '사회지수'는 무뎌진다고 한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군대를 '가서 썩는 곳'이라고 말한 국군통수권자도 있었다.
소년시대를 국가를 위하여 스스로 청년시대로 변신시킨 젊은이들, 얼마나 예쁜가. 문제는 '사회적응'에의 속도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군대 가서 축구한 것'에 감회어려하는 반면 바로 그 말 듣는 것을 가장 지루해하는 여성들을 다 같이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 '병역의무이행자'를 징소집한 국가가 그들이 군복무에 바친 시간과 사회 적응 기회의 유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해 주는 것이 아닐까.
병영시설이나 진료여건의 개선, 봉급 인상 등이 병사에 대한 배려라면 병역의무를 마친 군필자가 정상적으로 사회복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이 군 복무자 가산점제도다. 이를 규정한 병역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였다. 군필자가 공무원 등의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경우 필기시험 각 과목별 득점의 2%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법이다.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지는 국민 가운데 실제 군복무를 한 이들에 대한 입법정책적 배려는 당연하지만 동시에 선의의 피해자도 나오게 한다. 처음부터 군복무에의 접근이 차단돼 있으면서 사회 진출 역시 쉽지 아니한 여성과 장애인 등이 그들이다.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 등에서 이 가산점제가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제도를 다시 살리려는 것으로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1999년 '제대군인가산점 위헌결정'은 국가보훈처 소관인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이 제대군인의 군복무를 '희생'으로 보고 이를 '보상'하겠다는 의미에서 채용시험에 일률적으로 만점의 3% 또는 5%를 가산하였던 것을 위헌이라 했다. 반면 이번 국방부 소관 병역법 개정안은 가산점 비율을 본인이 득점한 점수의 2% 범위내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비례적 평등의 원칙에 합치하도록 하면서, 그것도 채용시험 선발예정인원의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그 가점 부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횟수를 초과할 수 없게 하는 등 조건을 달았다.
또 제대군인은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자'라는 남성 위주의 개념이지만 병역의무이행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병역의무의 성실한 수행자'라는 관점에서, 현역 및 상근예비역뿐 아니라 보충역까지 포함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도 국방의 의무는 지므로 공직 진입을 위하여 스스로 군복무를 이행함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가산점제를 남녀평등의 쟁점으로 판단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의 부당한 과잉의 결부라 하겠다.
이를 남녀평등 측면에서'만' 바라보느냐, '남성만'의 병역의무라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남녀 공직취임 기회의 공평성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제 설정의 차이는 크다. 여성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국방 의무를 진다고 하는 헌법 속에서 남성만의 군복무에 대한 의식의 변화, 직업 결정의 자유의 과잉 제한, 장애인 등에 대한 상대적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국가의 관점에서 보완하는 다양성 등이 우리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의제이다.
♤ 이 글은 2008년 2월 18일자 국민일보 [사설/칼럼-한마당]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