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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노무현 쏠림, 이명박 쏠림
 
2008-02-15 09:28:39

노무현 쏠림, 이명박 쏠림


강석훈(한반도선진화재단 금융정책팀장, 성신여대 경제학부 교수)

안녕은 참 재미있는 단어다. 반갑게 맞이하며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의 뜻도 있고, 이제는 떠나라는 뜻의 "안녕히 가세요"라는 뜻도 있다. 그러나 요즘 시류에 영합하려면 우리 말보다는 영어를 써야 할 것 같다. 떠나가는 사람에게는 안녕이란 말 대신 '굿바이'가 어울리고, 새로 오는 사람에게는 안녕이라는 말 대신 '헬로'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바야흐로 '굿바이 노무현', '헬로 이명박' 시대가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단순히 물리적인 이별과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려면 이명박 시대에서는 노무현 시대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노무현 시대를 살면서 쏠림 현상의 극단을 보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성장과 경쟁력의 가치가 폄하되고 분배와 평등, 균형이 최고의 가치로 부상한 바 있다. 실용은 무시되고 가치가 최우선시되었다. 쏠림현상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명박식 쏠림현상의 조짐이 보인다. 성장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쏠림현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기하강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임을 암시하였다.
 
노무현 시대에 한국은행이 제시한 잠재성장률은 4%대 중반이었다. 현재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금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부 하향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벌써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무현 시대에만 해도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4%대 초반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률이 6%대라고 급수정한 바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았지만 그 순발력에 경의를 표할 만하다. 일부 언론들도 예외는 아니다. 노무현 시대에는 정부 개입의 확대를 터부시하던 언론들도 어느새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고 입장이 바뀌고 있다.
 
노무현 시대 쏠림 현상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으려면 국민과 정부가 모두 변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가 모든 국민들의 가난을 해결해줄 것으로 믿어서는 안 되듯이, 정부를 마치 언제 어떤 환경에서도 높은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사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
 
마찬가지로 정부 스스로도 자신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퍼파워처럼 행동해서도 안 된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경기의 부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기가 상승하고 하락하는 현상은 모든 시장경제에서 항상 있어 왔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여 경기순환 자체를 없앨 수 없으며, 다만 정부개입을 통해 지나친 경기과열이나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뿐이다.
 
선거 전에 7% 성장률을 내세우던 정부가 요즘은 6%대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6%대 성장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해, 중국경제는 인건비 및 물가상승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세계경제에 겨울이 오고 있으며 그 겨울바람이 조만간 한국 경제에도 불어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이 경기호황의 꿈을 누릴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금리인하, 재정지출 확대, 대규모 토목공사 시행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 그래야만 자산버블 확대, 재정적자 증가, 땅값 상승의 후유증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진정으로 굿바이 노무현, 헬로 이명박 시대가 오려면 금년 성장률에 대한 집착보다는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각종 개혁조치들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5년 후에는 굿바이 노무현과는 전혀 다른 굿바이 이명박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2월 15일자 조선일보 [경제 초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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