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4 10:59:09
법인세 인하는 경쟁력 강화 필수조건
이인실(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정책연구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글로벌경제 아래서 국가경쟁력 강화와 고용 증진을 위해서는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는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경제적 국경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세금 부담이 조금이라도 적은 나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싱가포르 등 우리의 경쟁국가는 물론 선진국들도 앞을 다퉈가며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법인세율을 2~3년마다 1~2%씩 찔끔찔끔 내려 법정 법인세율이 1990년 34%에서 현재는 25%까지 내려갔다. 여기에 10% 지방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법인이 당면하는 세율은 27.5%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7.6%에 근접한 수준이나 전세계 평균 수준인 26.9%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명목법인세율은 내렸지만 기업들의 실질적인 세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영업이익 대비 법인세 비율인 유효법인세율은 1996년(법정세율 28%) 16.3%에 불과했지만 2003년(법정세율 27%)에는 24.3%로 최근 들어 급격히 늘었다.
실질적인 기업들의 세부담이 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지표는 법인세수다. 지속적인 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는 급증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에 9조4000억원에 불과하던 법인세수가 10년 만인 2007년에는 33조9000억원(잠정치)으로 3.6배나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 세입예산안에서도 법인세수 증가율은 6.3%로 총 국세증가율 4.6%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부담률과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상대적인 경제적 위치 등을 감안할 때 법인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거기에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의 비중을 꾸준히 줄여온 반면 우리는 법인세의 비중을 급격히 높여왔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아시아 개도국 성장률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성장률보다도 낮고 기업들의 투자도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기업들의 급격한 세 부담 증가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단계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법인세율을 과세표준 1억원 이상인 기업은 현행 25%에서 22%로, 과세표준 1억원 미만은 13%에서 11%로 각각 인하하는 등의 감세 추진 로드맵을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한다.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사실 법인세는 담배세나 유류세처럼 일반 국민에게 피부에 와 닿는 세금이 아니다. 더구나 세금을 형평성의 차원에서 바라보는데 익숙해진 국민에게 법인세 인하가 가진 이들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1% 세율을 내리면 약 1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법인세 인하가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올해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해도 당장 경기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율을 내려야 하는 것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북돋워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성장잠재력이 확충되고 일자리도 생기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세수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법인세율 인하가 원하는 이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것은 바로 추가 세수 확보 및 재정 효율성 제고 등의 노력과 아울러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완화하는 것이다. 내외국인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신규 투자 인센티브 확대, 경제특구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 노동 관련 제도 정비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조치가 있어야 한다.
대처 총리 시절에 영국이 단행했던 법인세율 인하와 일련의 규제개혁 정책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유증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궁극적인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여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을 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
♤ 이 글은 2008년 2월 1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