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데 많은 사람이 생각을 같이할 것이다. 최근의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00~2006년중 잠재성장률은 4.8%로 1990년대의 6.5%에 비해 1.7%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앞으로도 인구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이런 식으로 떨어진다면 우리의 선진국 진입은 물건너가게 된다. 1996년 세계 34위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2006년 세계 35위로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03~2007)의 연평균 성장률은 4.3%로 세계 평균성장률 4.9%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면 어떻게 성장동력을 재가동할 것인가. 경제 성장이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소비가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재화와 용역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본 등의 투입요소를 늘리거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경제학 등 사회과학은 어떻게 하면 경제가 성장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신뢰성을 가진 해답을 제시한다. 더 많은 노동자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인적·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왕성하게 이뤄지도록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활발히 도입·개발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몰락하게 된 것은 생산 수단의 사회화에 기초한 중앙집권적 명령경제가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때는 사회주의 국가였던 많은 체제 전환국이 최근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재산의 사유화에 기초한 시장경제 제도의 도입으로 개인들의 근면과 창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체제 전환국들의 2007년도 성장률 추정치를 보면, 중국 11.4%, 카자흐스탄 9.5%, 몽골 8.4%, 베트남 8.2%, 우즈베키스탄 8.1%, 러시아 7.4%, 우크라이나 6.9%, 폴란드 6.5% 등으로 나타난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자본과 기술 그리고 고급인력이 보다 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됨에 따라 한 나라의 법과 제도가 어떻게 돼 있고 또 어떻게 바뀌어 나가느냐는 그 나라의 성장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일랜드가 1988~2006년 기간에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1990년에 1만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98년 2만달러, 2005년 4만달러로 증가하게 된 데에는 제도 개혁을 통한 외국의 자본과 기술 유입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현 시점에서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경제·사회의 발전 원리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불식하고, 소승적인 집단이기주의를 넘어서서,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이끌어내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 국정과제를 언급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비준하고 한·유럽연합(EU) FT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으며, 나아가 한·중 및 한·일 FTA도 추진하는 것이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 지방이 할 수 있는 일은 지방에 권한과 책임을 넘긴다는 원칙 아래 중앙정부의 기능을 축소 조정하고 필요한 조직 및 재정제도를 개편한다. 수도권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국가와 지방의 발전을 이끈다는 점을 직시하여 수도권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혁파한다.
교육부문에도 자율과 경쟁이 지배하도록 하며, 각 부문에서 시장 진입의 장벽을 낮춘다. 창업, 공장설립 등 영업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경영 상황 등에 따라 고용 및 임금의 조정이 신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한다. 이 밖에도 개선·개혁해야 할 법·제도는 많을 것이다. 요컨대 법치에 기반을 둔 열린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것이 성장동력 강화의 지름길이다.
♤ 이 글은 2008년 1월 25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