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직면한 난제 중의 하나가 대북 정책이다. 대북 정책은 북한을 상대하는 동시에 국내 및 국제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그야말로 복잡한 3차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의 대북 정책 핵심은 ‘비핵 개방 3000’이다. 말 그대로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설정하고 있으며,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대규모 경제지원을 제공하여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낸다는 대담한 구상이다.
이 당선인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이 성과가 있긴 했지만 결국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실패했다고 비판하였다. 그런 만큼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핵 문제가 갖고 있는 대내외적 복잡성과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차기 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남북관계나 한반도 통일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어떻게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그 구체적 방안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그 방안을 집권하기 전 불과 두 달 사이에 서둘러 확립하려는 조급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당선인이나 인수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북핵 해결 방안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6자회담을 적극 활용하되, 한미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여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6자회담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모호했던 것은 사실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를 병행 추진한다고 했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다고 했으나 사실은 어느 것 하나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는 현실성 없는 중재자역 주장을 접는 대신 미국과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복원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함으로써 새로 구축되는 한미일 3국공조 체제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복안이다. 3국공조는 북한에 대한 압박인 동시에 중국을 적극 끌어들임으로써 6자회담의 실효성을 높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또 하나는 ‘비핵 개방 3000’이라는 400억달러 상당의 엄청난 ‘당근’을 제시해 북한 지도부의 핵 폐기 결단을 촉구하고, 이를 계기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북핵과 남북관계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 것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이 이 같은 당근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지원이 성사될 수만 있다면 지난 10년간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에 쏘여진 햇볕은 그야말로 구름 낀 하늘 저편의 석양에 불과했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관계 강화나 ‘비핵 개방 3000’의 해법은 복잡한 남북관계나 대북 정책의 3차방정식을 풀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요즘 통일부 해체와 관련된 치열한 논란 역시 대북 정책의 복잡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 진보-보수, 보수-신보수 간 새로운 갈등과 논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북한의 태도 역시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또 어떤 입장일지, 시작도 하기 전에 새로운 문제가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타당하나, 대북 정책이야말로 쾌도난마식으로 서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북 정책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검토와 국내외 그리고 북한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15년이 넘었고, 분단 역시 올해로 60년이 되었음을 상기할 때 집권 후 3개월, 최소한 총선이 끝날 때까지 대북 정책의 새로운 골격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 이 글은 2008년 1월 24일자 한국경제 [통일논단]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