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2 09:59:22
농협도 선거혁명 이뤄야
최양부(한반도선진화재단 농식품자원정책연구소장, 전남대 초빙교수)
농협이 오늘 중앙회장 선거를 치른다. 이번 선거는 지난달 30일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공석이 된 임기 4년의 중앙회장을 새로 뽑기 위한 것이다. 농협이 과연 회원조합과 조합원 농민에게 봉사하는 농민단체인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일고 있는 시점이어서 선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크다.
이번 선거는 과연 농협이 중앙회를 1200여 회원조합에 봉사하고, 240만 조합원 농민을 섬기는 조직으로 제자리를 찾기 위해 고통스러운 자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선거다. 그러한 개혁을 지휘할 비전과 열정과 정치력 있는 사람을 회장으로 선택해야 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1200여 회원조합이 출자해 설립한 연합조직이다. 그 때문에 농협법에 중앙회는 회원조합과 조합원에게 최대한 봉사해야 하고, 회원조합과 경합하는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중앙회는 회원조합과 조합원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회원조합과 경합하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앙회 사업과 경합하는 사업을 하는 회원조합을 오히려 견제·감시하고, 심지어 방해하는 조직으로 변질되어 왔다.
농협중앙회 임직원 1만5000여 명 중 1만2000여 명이 은행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사업에는 2000여 명이, 그리고 회원조합을 위한 지도·조사연구·교육훈련 등의 일에는 1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과거 중앙회의 금융업은 농촌지역의 회원조합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상호금융업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농협금융업이 은행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명칭도 NH은행·NH투자증권·NH보험 등으로 변경돼 회원이 아닌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는 종합금융 그룹으로 변신해 회원조합이나 조합원과 멀어졌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농협중앙회 임직원 1만5000여 명 중 1만2000여 명이 은행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사업에는 2000여 명이, 그리고 회원조합을 위한 지도·조사연구·교육훈련 등의 일에는 1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과거 중앙회의 금융업은 농촌지역의 회원조합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상호금융업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농협금융업이 은행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명칭도 NH은행·NH투자증권·NH보험 등으로 변경돼 회원이 아닌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는 종합금융 그룹으로 변신해 회원조합이나 조합원과 멀어졌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내세우는 경제사업 활성화 내용을 보면 중앙회 중심의 유통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많다. 이제는 사내 분사 형태와 24개의 각종 자회사를 포함해 78개의 경제사업체가 생겨나 중앙회 임직원들을 위한 평생직장으로 자리 잡았다. 문어발 식으로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는 종합유통 그룹이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회원조합인 지역·품목·업종조합들의 유통사업을 지원하기보다 견제하고 있으며, 그들과 경쟁하면서 회원조합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품목·업종별 조합들의 전국연합회 활동을 지원하기보다 오히려 품목별 전국협의회라는 임의조직을 만들어 품목·업종 조합들을 견제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 농협중앙회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협동조합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서지 않으면 협동조합의 발전은 없다고들 지적하고 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빨리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 중앙회로부터 독립시키고 중앙회는 명실상부하게 협동조합의 정신을 창달하고 회원조합과 조합원에 봉사하도록 중앙회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이렇게 된 데는 감독관청인 농림부의 책임이 크다. 1999년 농협 개혁이란 이름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농축인삼협동조합중앙회를 강제적으로 통합, 중앙회를 오늘과 같은 거대한 공룡으로 만들어 낸 것도 농림부며, 중앙회의 문어발 식 사업 확장을 승인하고 지원해 온 것도 농림부다. 그 때문에 농협중앙회와 농림부 간의 오래된 유착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중앙회 개혁이 어렵다.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중앙회를 회원조합과 조합원에게 봉사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분명한 개혁 마인드를 가진 조합장이 당선되는 선거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새로 출범할 이명박 정부도 농협 제자리 찾기를 농정의 제1 혁신 과제로 선정해 그동안 농림부의 잘못된 농협정책을 바로잡는 개혁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중앙회를 회원조합과 조합원에게 봉사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분명한 개혁 마인드를 가진 조합장이 당선되는 선거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새로 출범할 이명박 정부도 농협 제자리 찾기를 농정의 제1 혁신 과제로 선정해 그동안 농림부의 잘못된 농협정책을 바로잡는 개혁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 이 글은 2007년 12월 27일자 중앙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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