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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국가경쟁력강화특위에 거는 기대
 
2008-01-02 09:52:56

국가경쟁력강화특위에 거는 기대


이인실(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정책연구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난주 한국경제학회는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분야 공약 관련 현실성을 검증하는 자리를 가졌다. 파티가 열려서 사람들이 모여들면 흥을 돋우라고 마련한 펀치볼을 치우는 것이 경제학자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원래 경제학자들은 잔칫상에서 찬물을 끼얹는 바른 소리를 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자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학자들의 대표적 학회인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공약 현실성 검증을 위한 경제정책 포럼에서 새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쏟아져 나온 곳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치는 표를 얻기 위한 것이고 선심성 공약이 제시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르게 해석하면 대선 공약이란 경제학자들처럼 현실성을 따져 가능한 것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이다. 빌 공자 공약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또 공약과 정책은 구분되어야 한다. 정책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바탕을 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7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선은 끝났다. 정권을 인수하기 위한 인수위원회도 이미 닻을 올렸다. 인선을 끝낸 인수위는 당선자의 공약을 면밀히 분석해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할 것이다. 실용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공약을 정책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정책은 공약과 달리 경로의존성과 전환비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은 경제학자인 스탠퍼드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가 명명한 말이다. 물리학에 관성의 법칙이 있듯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사회과학에서는 경로의존성이 존재한다. 경로의존적 관점에서 경제학자들이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 7%성장·300만개의 일자리 창출 공약이다. 물론 당선자의 공약개발팀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규제 완화, 투자 촉진, 법인세 인하 등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잠재 경제성장률이 4% 중반에서 높아야 5% 초반에 머물고 있으며, 그나마 수년째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4%대의 경로의존성의 함정에 빠져 버린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난번 포럼에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언급한 것처럼 정책당국자나 국민이나 정말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할 것이다.
 
많은 정책 전문가들이 규제가 경제 활력을 갉아먹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규제를 다 없애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획기적인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인수위에서 특이한 조직으로 주목받는 국가경쟁력강화특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부혁신·규제개혁, 투자 유치, 기후변화·에너지 대책, 한반도대운하, 새만금,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우리 경제의 경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커다란 정책들을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틀에서 총체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본다.
 
물론 이런 정책들은 새롭게 튀어나온 것들이 아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추진 중이거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정부혁신·규제개혁, 투자 유치, 기후변화·에너지 대책 등은 참여정부 때도 소리가 요란했지만 성과가 미흡했다. 그리고 추진을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새 정부는 정책경로의 연장선상에서 전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현실성 검증과 공약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무리한 정책이나 선심성 정책이 미래의 국민들을 또 다른 경로의존성의 함정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기존에 해온 정책과 비교해서 경로의존성을 잘 활용하고, 국민의 고통을 배려해 전환비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12월 31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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