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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이제부터라도 정책선거로 가야
 
2007-12-08 22:44:29

이제부터라도 정책선거로 가야


강경근(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숭실대 법학과 교수) 

12월19일은 제1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지, 특정 인물에 대한 신임투표를 하는 날이 아니다. 헌법 제67조에서 규정한 바대로, 대통령 선거는 국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누구를 선출하는 것’이다. 특정 문제에 관해 찬반의 의사를 표시하는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가 아니다. 선거의 본 모습은 과연 누가 국민의 ‘대의’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양질의 인물인지를 판단, 선택하는 데 있음을 그간 우리는 너무 잊어 왔다.

 
이제 5일 발표된 김경준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계기로 김씨를 볼모로 이번 대선을 이명박 신임투표로 왜곡시키는 밤의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 검찰은 이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김경준과 주가조작에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다스가 이 후보 소유라고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가 BBK의 실소유주가 아님도 밝혔다.
 
물론 사법부의 재판 과정이 남아 있다. 특검 법안 발의도 내고 있다. 진실은 그런 절차들을 다 거치고 난 뒤에 최종적으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제17대 대선을 불과 열이틀 앞두고 있다. 이제는 이명박 후보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2, 3위를 넘나드는 이회창·정동영 후보가 과연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저울질하여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판단 과정을 다듬는 선거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8월 말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격화된 김경준 게이트는 지난 번 대선에서 ‘김대업 한 방’의 추억을 잊지 못한 정치가 다시 ‘김경준 한 방’을 정책 아닌 정책으로 삼아 국민으로부터 정권을 도취(盜取)하려는 시도와 별 다름없었다. 선거의 의미를 왜곡시켜 정치가 원하는 이런 식의 행태를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선거의 전 과정을 국민의 손에 넘겨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각 후보의 정책을 검증하여 그가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어떻게 기획하고 풀어 나갈 것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차지하는 대통령의 역할과 비중은 그를 공화정적 군주라고 표현할 만큼 막중하다. 특히 권력의 제도화가 미흡했고 그 인격화된 권력을 즐겨 행사해 온 박정희 대통령 이하 노무현 대통령까지의 우리 역대와 현직 대통령을 보면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에서 차지하는 대통령 후보자의 정책 검증은 대선을 ‘인물 선거’에서 ‘제도 선거’로 전환, 인격화된 대통령제를 제도로 바꾸면서 이를 정착시키는 주요 인자가 된다.
 
이번 대선의 정책을 살핌에 있어 가장 유의할 점은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가려내는 일이다. 이는 권력의 인격화를 막아 그 제도화를 이끄는 지렛대가 된다. 예를 들어 이명박 후보의 ‘1세대 1주택 의무적으로 책임지고 공급’, 정동영 후보의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이회창 후보의 ‘만 0~2세 영아 전담시설 동마다 1개 이상 설치’ 등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흐르지 않도록 다듬어야 한다. 더불어 경제살리기와 대북 정책의 현실성 등 시대적 의제가 후보간 토론으로 이어져 국민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6일 저녁에 있은 TV 합동토론을 시작으로 정책 선거의 과정이 집중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와 더불어 차기 정부에서 이를 집행할 인물들이 누구인지도 가능한 대로 차제에 밝혀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선거가 단 한 사람만을 선택하는 인물 선거가 아니라 ‘대통령직’이라는 제도를 수반하는 ‘누구’를 선택하는 본질에 접근할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12월 7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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