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김원식] 개혁해야 할 건강보험 시스템
 
2007-12-05 09:25:32

개혁해야 할 건강보험 시스템


김원식(한반도선진화재단 사회복지팀장,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도 보험료율이 4.77%에서 5.08%로 또 인상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위하여 개별 건강보험을 통합도 했고, 의약분업도 실시했다. 또 조세로 보험재정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 진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보험료율은 또 인상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든 긴급한 처방이 필요한 시점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작년 9월에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본인 부담분을 민영 건강보험이 부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예고했다. 민영 건강보험이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보장하기 때문에 의료 이용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 국책 연구기관에 연구를 맡겨서 결과가 이미 나왔을 텐데 아직 확정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민영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본인 부담금을 조달하는 한 수단에 불과하다. 민영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본인 부담금을 못 내면 환자는 병원의 볼모가 된다. 부모가 본인 부담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의료 이용이 늘었다면 부모가 지불하는 본인 부담금을 불법화시킬 것인가? 국민들이 자신의 진료비를 스스로 조달하기 위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덕적 해이나 재정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국민건강보험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다.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먼저 찾는 것이 순리다.
 
첫째, 우선 민영 건강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 보험사 간 경쟁 촉진은 보험료를 인하시켜서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낳는다.
 
둘째, 자치단체별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분리 운영하고, 보험료도 자치단체별로 차별화해야 한다. 5000만 국민들에게 단 하나의 보험상품만을 강요하는 것은 평등한 의료보장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은 같은 질병에도 질적으로 같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시골의 가입자들은 사실상 서울의 대형 병원을 손쉽게 이용할 수 없다. 서울에 오고 가는 시간과 교통비가 더 들고, 입원하면 가족들은 숙박비도 부담해야 한다. 재정 분리를 하면 자치단체는 지역 병·의원을 육성할 유인이 생긴다. 높은 수준의 병·의원은 지역 주민의 증가와 밀접히 관련된다. 건강보험을 통하여 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건강을 특성별로 관리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비용이 덜 든다. 민영 건강보험의 활성화에 따른 저소득층 배제는 이들에 대하여 보험료를 인하하든가 본인 부담률을 낮추면 된다.
 
셋째, 국민건강보험의 보험수가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 영리병원은 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야 진료의 질이 좋아지든지 혹은 가격이 떨어진다. 국민들은 손해 볼 것이 없다. 병·의원의 진료 수준이나 시설이 모두 좋아지면 저소득층도 덩달아 혜택을 본다. 병·의원의 의료수가는 시장 수요에 따라 조절 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의료산업도 정상화된다. 영리병원을 허용한다고 해서 모든 병원이 영리화되지 않는다. 주민을 위하여 봉사한다는 사회적 이미지가 나빠져서 환자들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급여를 무조건 확대하고 급여비 지출을 늘리는 것만이 국민건강의 보장이고 국가의 자랑이 아니다. 국민들이 진료비를 안 쓰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한 국가의 의료기술이고 의료 수준이다. 국민건강의 보장은 사회의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그래서 민영 건강보험의 활성화나 건강보험의 자치단체별 재정분리, 병원 영리화를 통한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 이 글은 2007년 11월 30일자 조선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86 [김경환] ‘주택 정치’가 아닌 ‘주택 정책’을 07-12-24
285 [모종린] 외교, 자강(自强)과 동맹(同盟)을 두 축으로 07-12-24
284 선진·화합의 열차로 갈아타자 07-12-21
283 [김영봉] 당선자는 싱가포르를 보라 07-12-20
282 [안세영] ‘정부 비대증’ 누가 고칠 것인가 07-12-18
281 [유호열] NLL 우회한 ‘평화협력’은 사상누각 07-12-18
280 [최상철] 오기의 대못질을 멈춰라 07-12-17
279 [김승욱] 사회 양극화 해소 07-12-13
278 [안세영] 상대편 내분 가능성을 파악하라 07-12-11
277 [이인실] 제대로 된 정책연구소 만들자 07-12-10
276 [강경근] 이제부터라도 정책선거로 가야 07-12-08
275 [조영기] 남북총리회담 그리고 과제 07-12-08
274 [손태규] 자유언론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07-12-06
273 [김형준] ‘좋은 유권자’가 되는 길 07-12-05
272 [김원식] 개혁해야 할 건강보험 시스템 07-12-05
271 [최양부] ‘농민을 위한 농민의 조직’ 농협이라고? 07-12-04
270 [강석훈] 후보들의 장밋빛 약속을 고발한다 07-12-03
269 [강경근] 대선의 정치과정,법치로 가야 07-12-03
268 [이인호]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은 현대사(現代史) 다시 쓰기부터 07-11-28
267 [이창용] 국민연금 운용기관 복수화하자 07-11-27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