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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은 현대사(現代史) 다시 쓰기부터
 
2007-11-28 10:22:39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은 현대사(現代史) 다시 쓰기부터


이인호(한반도선진화재단 고문, KAIST 김보정 석좌교수)


2008년 8월 15일이면 우리 대한민국이 건국 60주년을 맞는다. 새해를 한 달 앞둔 지금쯤은 경축을 위한 온갖 행사 일정이 잡히고 예산이 마련되어 있어야 할 일이다. 우리 동양에서 환갑이란 특별한 의미를 갖는 해가 아닌가. 그런데도 정치권이나 국민 대다수는 일년 내내 대통령 선거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 그 대통령의 존재이유를 마련해 주는 나라의 안위나 건국의 의미가 어떤 것이었는가에 관해서는 생각조차 않는 듯하다. 나라 걱정은 태산 같지만 힘 없는 늙은 세대나 몇몇 생각 있는 젊은이들만이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고 있을 뿐이다.

 
푸슈킨(시인) 한 사람의 200주기를 둘러싸고도 1년 내내 축제를 벌이던 러시아인들이나 프랑스 혁명 200주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느라 한 해도 넘게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던 프랑스인들 미국인들의 태도와 얼마나 다른가. 우리는 그들만큼 자랑스런 역사를 갖지 못한 국민이어서 그런가.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은 프랑스공화국이나 미 합중국의 출범만큼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던가.
 
대한민국의 건국은 사실 우리 민족사에서뿐 아니라 세계사 전체의 맥락에서도 드물게 보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국권을 상실한 지 38년 만에 독립국으로 세계 앞에 다시 섰고 민족사상 처음으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 개개인의 안전,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함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자유민주공화국이 탄생했다. 또 그렇게 해서 출범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불과 60년 만에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일제(日帝)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국토가 분할점령되는 뜻밖의 비운에 봉착했고, 우리 민족이 자유민주주의 기치 아래 통합된 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원치 않는 국내외 세력들의 방해와 반대 때문에 신생 대한민국 헌법의 효력은 안타깝게도 38선 이북으로는 미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신생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끊임없는 대내외적 도발과 드디어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을 통과하며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험난한 여정이었다. 때로는 억울한 희생자들이 속출한 역사임도 분명하다. 그래도 그것은 가난과 절망을 풍요와 희망으로, 독재와 불의를 정의와 민주주의로 한 발자국씩 대치해 온 노력과 성공의 장한 역사였다. 60년 전의 건국과 그 후의 호국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정치적 경제적 선진국의 국민으로서 당연시하며 누리고 있는 모든 권리와 특전, 그리고 북한의 동포들도 우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가 베풀고 있는 아량과 자신감은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올바로 상기한다면 건국기념일에 대한 무관심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가자는 열의 속에서 우리가 잘한 것을 인정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국민정신을 고취시키는 역사교육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건국의 전후 시대를 몸소 체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건국의 의의가 마치 분단을 고착시킨 데 있는 듯 착각하고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다가 우리나라를 세우고 지키는 데 앞장섰던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부정선거로 물러난 독재자쯤으로만 알고 있는 한탄스런 상황이다.
 
뒤늦게 민간차원에서나마 건국 60주년을 기념할 사업 준비위원회가 발족해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은 제 나라의 역사를 애정 어린 관심과 긍지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역사교과서를 새로 쓰고 역사교육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이 글은 2007년 11월 24일자 조선일보 [시론]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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