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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덕] 대선정국에 속도 내는 남북관계
 
2007-11-27 09:50:22

대선정국에 속도 내는 남북관계


홍규덕(한반도선진화재단 외교안보팀장,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1차 남북 총리회담이 소리 소문도 없이 끝이 났다. 북한의 총리가 서울을 방문했다는 점은 분명 메가톤급 폭발력을 갖는 뉴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갑작스러운 출마선언과 BBK 사건의 전모를 밝힐 핵심인물인 김경준의 귀국 행보는 국민들의 관심을 온통 대선정국에 고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북한 총리 일행이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어떤 의미 있는 대화들이 오고 갔는지, 어떤 현안들이 타결됐는지 국민들은 눈여겨보거나 귀담아 듣지 못했다. 이달 하순 국방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보다 구체적인 신뢰조치에 관한 의견조율을 시도하겠지만 국내 대선 일정을 감안한다면 국민들의 관심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나라 밖에서는 여전히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상반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불능화에 대한 목표 접근이 가능해질 경우,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의 이름을 제외시켜주는 조치와 적성국 교역 금지법으로부터 해제시켜주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들이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낮은 불능화의 단계에 대한 보상 수준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이 많다. 후쿠다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역시 이러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해 북한 핵과 관련한 현안 타결에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확실하게 검증하지 못한 가운데 면죄부를 제공하는 일에 경계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우리 정부는 평화체제를 만드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치적 일정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보다 많은 변화를 일구려는 시도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다음 대통령을 뽑는 일에 쏠려 있는 동안 남북경협의 일정을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한 작업들이 마치 정권 초기처럼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함경남도 안변에 조선 협력단지의 기공식을 올해 안에 하기로 합의했을 뿐 아니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이행 기구를 다음달 초 발족하고, 문산역과 북한의 봉동역 간 화물열차 개통식도 다음달 11일에 갖는다고 한다. 모든 일정을 대선인 19일 이전에 가능하도록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송민순 외교장관은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비핵화 진전을 위한 정치적 추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적절한 시점에 최고위 인사들이 모여 비핵화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밝히는 일이 필요하다고 점잖게 격식을 갖춰 얘기했지만 결국은 미국이 수차례 거부감을 표시한 종전 선언과 같은 정치적 선언이 작명에 관계없이 필요하다는 현 정부의 집념을 재차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구상을 위해 이미 외교부는 한반도평화본부를 설치, 그 휘하에 2개국과 4개과를 총괄하는 외교부 창설 이후 최대 규모의 기구로 재편한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목표는 향후 모든 정권이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현 상황에서 100m 달리듯 속도를 내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리한다 해서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아닐 것이고, 이미 야당 후보마저도 북한이 진정 비핵화를 완성하면 북측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리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서둘러 더 많은 것을 받고 또 주고자 하는 의도가 혹여 다른 생각이 있어서는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 이 글은 2007년 11월 22일자 세계일보 [통일논단]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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