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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김민석 대표가 베버에게 배워야 할 것
 
2026-10-29 13:54:32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대표가 취임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40~50%대였던 당 지지율은 지난 6월 지방선거, 8월 당대표 선거를 거치며 30%대까지 주저앉았다. 최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10월 22~23일)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6.0%로 국민의힘(42.6%)에 6.6%포인트 뒤졌다.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을 앞선 것은 약 4개월 만이다.

 

한편, 리얼미터 현안 조사(10월 19~21일)에선 김민석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67.6%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25.6%)보다 무려 42.0%포인트 앞섰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에서조차 부정이 긍정을 압도했다는 점이다. 가령 호남 지역과 진보층에서 긍정 평가는 각각 39.1%와 36.1%인 반면, 부정 평가는 각각 53.3%와 58.8%였다. 40대(21.8%)와 50대(29.5%)에서조차 긍정 평가는 20%대에 머물렀다. 이런 수치는 지도부의 성찰을 요구하는 경고다.

 

그렇다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치 지도자의 위기는 지지율이 떨어질 때보다 그 이유를 자신에게 묻지 않을 때 깊어진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마주한 위기도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약속과 달리 반등은 더디고, 당내 갈등과 논쟁적 현안은 리더십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보다 자신의 정치가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돌아보는 성찰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에게 필요한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 감각을 제시했다. 열정은 정치의 방향을 세우고, 책임감은 결정의 결과를 감당하게 하며, 균형 감각은 목표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재게 한다. 이는 지도자의 인품을 꾸미는 수사가 아니다.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무엇을 위해 행동하고, 어디까지 책임지며, 어떻게 현실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이다. 김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 세 가지 잣대 위에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열정의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베버가 말한 열정은 상대를 제압하려는 투지나 정치적 흥분이 아니라 대의에 대한 헌신이다. 집권당 대표에게 그 대의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정 운영의 성과를 만드는 일이다. 대통령과의 친밀함이나 당내 주도권은 이를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로 정치의 성과가 될 수 없다. 국민은 대표가 얼마나 강경하게 발언했는지보다 생활비 부담이 줄었는지, 주거 불안이 완화됐는지, 일자리의 기회가 넓어졌는지를 묻는다.

 

사법 현안과 당내 의혹에 대응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당의 의제를 독점하면 민생을 위한 열정은 구호로 남는다. 김 대표는 해결할 민생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입법과 예산을 통해 언제까지 무엇을 바꿀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결기는 상대를 향한 언어의 강도가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성과로 입증돼야 한다.

 

둘째, 책임감은 자신의 판단을 평가 대상에 올리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지지율 하락에는 정부의 정책, 경제 상황, 정당 간 경쟁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모든 원인을 당 대표 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표의 발언과 의제 선택, 갈등 관리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물어야 한다. 외부 요인을 설명하는 일이 자신의 책임을 검토하는 일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신천지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도 사실에 따라 규명해야 한다. 동시에 의혹을 어떤 근거와 절차로 제기하고 처리할지는 지도자의 책임이다. 진상 규명에 기여했는지, 계파 간 불신을 키웠는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통합을 약속한 지도자가 갈등의 중심에 섰다면 상대의 태도만 탓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접근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여기서 베버의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가 중요해진다. 신념 윤리는 자신의 행동이 원칙에 부합하는지 묻는다. 책임 윤리는 그 행동이 낳을 예견 가능한 결과까지 고려한다. 정치에는 둘 다 필요하다. 신념이 없으면 기회주의로 흐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없으면 독선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공적 권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는 자신의 확신을 실천하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균형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하다. 베버의 균형 감각은 무조건 중간을 택하는 태도가 아니다. 사태의 비중과 한계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목적에 맞는 수단을 고르는 능력이다. 당원들의 요구, 국민 전체의 여론, 제도적 제약을 함께 살피는 판단력이다. 지지층의 박수가 크다는 이유로 사회적 동의까지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치적 오판의 위험은 커진다.

 

민주당은 10월 27일 의원총회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11월 5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관련 안건 상정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이처럼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배경에는 조 대법원장의 정치 개입 논란과 권한 남용 의혹에 더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영향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법부도 공적 책임의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정치적 불만과 헌법·법률상 책임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려면 규명할 의혹과 객관적 근거, 조사 범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다수 의석과 지도부의 확신이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설득을 대신할 수는 없다. 더욱이 사법부를 겨냥한 권한 행사는 권력분립과 재판의 독립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치가 법원의 판단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한 압박으로 비친다면 개혁의 명분도 약해진다. 강한 권한을 가진 정당일수록 그 권한을 행사하는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절제는 개혁을 포기하는 태도가 아니라 개혁의 정당성을 지키는 조건이다.

 

균형 감각은 당정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여당 대표의 역할에는 대통령에게 불편한 민심을 전달하는 일도 포함된다. 당정 협력이 모든 판단의 일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먼저 살피고 현장의 경고를 전달하는 여당이 국정의 실패를 줄인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의 정치적 가치는 그 관계를 통해 국민의 요구를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논쟁을 확대하기 전에 사실을 확인하고, 당내 이견을 적대의 증거로 취급하지 않으며, 민생 과제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지지율 상승 약속과 현실의 차이도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자신감의 반복이 아니라 비판을 듣고 판단을 고치는 능력이다. 공개적으로 비판을 듣고 정책과 당 운영에 반영하는 과정 자체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베버의 세 자질은 김 대표에게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무엇을 위해 열정을 쏟고,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그 결과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신념의 진정성은 주장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현실을 살피고 잘못을 수정하며 공동체의 삶을 개선할 때 비로소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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