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정책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한선 언론보도

  • 발간도서

한선 언론보도

[주간조선] 북방외교 40년 외교관 “우크라와 관계 악화되면 누가 기뻐할까?”
 
2026-10-26 13:43:48

◆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 누가 기뻐하고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는 우크라이나를 다섯 차례 다녀온 이양구 전 주(駐)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 10월 20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얘기했다.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사실을 공개한 이래 양국 관계가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에 이어 공관원 절반 철수 등 단교(斷交) 직전 상황까지 치닫는 와중 나온 전직 외교관의 고언(苦言)이다.

외무고시 18회 출신으로 1984년 외교부에 입부한 이양구 전 대사는 지난 40년 넘게 북방외교 최전선에서 뛰어온 산증인이다. 한·소 수교(1990) 직전인 1989년 미국에서 러시아어를 연수했고,  대공산권 북방외교에 시동을 건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과 첫 한·소 정상회담을 열었을 때와 같은해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최초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역시 현지 대응팀에 차출됐다. 이후 시베리아 겨울 삭풍이 몰아치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지에서 줄곧 근무하며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주우크라이나 대사 등을 지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취임한 첫 해인 2019년 5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근무를 마친 이 전 대사는 2023년 ‘한·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KUNBA)’를 결성해 옛 주재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이양구 전 대사는 “개전 후 우크라이나를 직접 다녀온 것만 다섯 번이고 미국, 폴란드, 이탈리아 등지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것만 열두 번”이라며 “11월에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외교협회에서 만난 이양구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 

-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시 지원 중단으로 우크라이나가 사면초가에 몰린 듯하다. “우크라이나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다만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큰 변동은 없다. 외교적으로 압박받는 상황과 군사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은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드론과 장거리 타격 역량을 발전시켰고, EU(유럽연합)·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 장기적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1을 점령 중이지만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까지 타격 범위를 넓히면서 러시아의 전쟁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오히려 이란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몸값은 더 높아진 상태다.” 

-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러시아 경유 제재 중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연료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목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미국 국내 경제와 세계 에너지시장에 대한 고려도 있을 것이다. 다만 러시아 경유 거래 관련 완화, 신규 제재의 유예, 기존 대러 제재 전체 해제는 서로 다른 문제다. 이를 곧바로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관계 정상화나 우크라이나 지원 포기로 해석하는 것은 앞서가는 것이다.” 

- 트럼프가 “우크라이나가 새 대통령을 맞을때”라고 공개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우크라이나 국민이 결정할 문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시 계엄령 아래 선거가 법적으로 제한된다. 현실적 문제도 크다. 전선에서 싸우는 군인, 국외 피란민 400만명과 국내 실향민 600만명의 투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 20%에 해당하는 국민들은 어떻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가. 향후 선거 합법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부정부패 문제와 측근 관리, 인사와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다만 정부와 주변 인사들의 비리 의혹을 대통령 개인의 부패가 입증된 것처럼 혼동해서도 안 된다. 동시에 국가의 생존을 이끌어온 전시 리더십은 평가해야 한다. 러시아 침공 초기 미국의 해외도피 제안이 있었지만 젤렌스키는 키이우에 남았다. 이는 국민들의 저항 의지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결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각국 정상과 의회를 상대로 역동적 전시외교를 펼쳤다. 압도적 열세 속에서도 국가를 지키고 국제적 입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 리더십을 빼놓을 수는 없다.” 

- 우크라이나가 이른바 ‘비공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한 까닭은 뭐라 보나. “우리 외교당국과 지도부가 사실과 다른 설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합의를 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한 양측의 이해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공개·비공개 공방에만 치중해 북한군 포로 한국행의 전략적 가치와 외교적 성과라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고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부담이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은 당사자를 보호하는 인도적 의미와 함께 북한군의 참전 실태와 전술을 파악할 중요한 계기다. 이를 양국 지도부와 외교당국이 협의해 성사시켰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왜 하필 유엔 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했을까.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은 유엔의 핵심 가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한국은 유엔의 지원으로 침략을 극복한 나라다. 반면 우크라이나전쟁에 제3국으로 정식으로 참전한 유일한 나라가 북한이다. 장소적·역사적 상징성이 있어 보인다.” 

-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격한 반응을 예상했을까. “아마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뷰 전 우크라이나 지인 100여명에게 코멘트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될까 걱정된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이해해 달라’ ‘한국과 우크라이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많은 우려를 하더라.”   

- 청와대와 외교부의 과도한 반응도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군이 직접 월남하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포로로 잡혀 들어오는 것은 전무후무하다. 또 북한이나 러시아를 자극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만 대사까지 소환해 갈등을 장기화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되는지는 의문이다. 대사는 현장에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며 협력의 통로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은 양국 정부가 만든 성과다. 이제 관계 정상화 수순을 협의해야 한다.” 

- 향후 북한군 포로가 추가로 잡히면 어찌 될 것 같나. “이번 사건이 양국에 교훈이 됐을 것이다. 오히려 서로 간의 이해가 높아졌으니 더 매끄럽게 진행될 수도 있다. 향후 북한군 생포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야 한다. 생포했다고 자동으로 한국에 오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와 생명·신변 보호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상시 연락 창구를 마련하고 통역과 의사 확인, 치료, 보호, 이송, 발표 등에 이르는 협의 체계를 정해야 한다.” 

- 이재명 정부는 북한·러시아와 관계를 의식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것 같다. “국익에는 경제적 실익과 안보뿐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도 포함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주권과 인간의 존엄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는 대한민국의 발전 기반이자 국제적 신뢰의 자산이다. 실용외교도 이 토대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유럽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전쟁 결과와 전후 러시아의 진로, 중·러 관계의 변화는 미·중 패권경쟁과 중앙아시아, 극동, 북극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북·대러 관계만 볼 것이 아니라 대유라시아 차원의 큰 그림 아래 접근해야 한다. 유라시아의 동서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 전쟁이 5년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이 크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도와야 하나. “우크라이나를 지원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방산강국으로 떠올랐다. 에너지·식량 안보부터 우주항공·드론 등 우리와 공동이익을 만들 분야가 있다. 6·25전쟁을 겪은 한국은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안보 차원에서도 보험이다. 한반도 안보위기가 발생했을 때 누가 도와주겠나. 결국 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면 재건을 위한 ‘제2의 마셜플랜’이 나올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다.” 

-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80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재건은 전쟁이 끝난 뒤가 아니라 지금부터다. 당장은 전력·난방·주거·의료와 영양 지원이 필요하다. 무상원조와 함께 사업 성격과 타당성에 맞는 유상원조·정책금융을 연결할 수 있다.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토대로 ‘제2 새마을’ 정신을 살린 지역공동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작은 성공을 지속·확대해야 한다.” 

- 베트남전쟁 때처럼 미국이 돌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미국과 유럽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을 봐야 한다. 미국의 장기적인 핵심 과제는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대러 접근에도 지정학적 계산이 있을 수 있다. 러시아와 소통해 핵위협과 확전을 관리하면서 러시아가 지나치게 약화돼 중국에 더욱 종속되는 상황도 피하려는 것이다.” 

- 미국이 빠질 경우 유럽은 어떻게 할 것으로 보나. “유럽에는 러시아의 위협이 당면한 안보 문제다. 미국의 정책이 바뀌어도 러시아라는 위협은 남는다. 미국과 함께하되 미국이 함께하지 않더라도 유럽을 지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자강해야 한다. 유럽은 러시아보다 10배 더 큰 경제력, 4~5배 더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푸틴이 핵(核)으로 위협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도 핵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대러시아 최전선이다. 한국은 이 차이를 이해하고 우리 국익을 판단해야 한다.” 

 

◆ 기사 원문은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5031 [아시아투데이] 북핵 징비록이 필요하다 26-10-27
5030 [데일리안] 전작권 환수되면 ‘현’ 연합사는 해체되고 ‘새로운’ 연합사가 창설된다 26-10-27
5029 [연합뉴스 일요와일드] 김정은 '파격 방중' 혈맹 과시…남북 대화는 침묵 26-10-27
5028 [주간조선] 북방외교 40년 외교관 “우크라와 관계 악화되면 누가 기뻐할까?” 26-10-26
5027 [이데일리] AI 시대, 정의로운 전환의 꿈 26-10-22
5026 [문화일보] 북핵 편들며 한미 핵동맹 흔드는 잘못 26-10-21
5025 [문화일보] 中 반도체 역습과 3대 필수 대응책 26-10-20
5024 [문화일보] ‘대법원장 탄핵’이 헌법 위배인 이유 26-10-20
5023 [TV조선 뉴스퍼레이드] 이양구 "우크라 안정이 곧 한반도 안정… 안보 '보험'" 26-10-20
5022 [데일리안] 닥치고 전작권 환수에서 벗어나 상황 변화 현실 인정해야 26-10-19
5021 [문화일보] 피로·분노 키우는 권력자의 SNS 과잉 26-10-14
5020 [한국경제] 중국 혁신신약의 부상, 한국은 준비돼 있나 26-10-08
5019 [글로벌뉴스통신] 한반도선진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 개최 26-10-08
5018 [한양경제] 이 시대 巨人이 꿈꾼 나라와 遺産...爲公 박세일과 한선재단 26-10-07
5017 [머니투데이] 주 52시간, 메가특구만의 문제인가 26-10-06
5016 [문화일보] 경자유전, 소유→이용·경영 전환할 때 26-09-30
5015 [문화일보] 금리·물가 악순환 우려 큰 확장재정 26-09-22
5014 [아시아투데이] 북 주민 무제한 접촉 허용, 매우 위험하다 26-09-22
5013 [한국경제] 미국은 왜 중국을 막지 못하나 26-09-16
5012 [문화일보] 대법관 再제청 요구의 헌법적 문제점 26-09-1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