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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대법원장 탄핵’이 헌법 위배인 이유
 
2026-10-20 15:02:16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AI·미디어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만들어 공개하는 등 여당의 동조를 압박하고 있다. 파기환송 판결, 12·3 비상계엄 대응, 사법개혁 입법 반대 등이 사유로 거론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결정과 헌법 이론에 비춰 보면 이들 사유로는 탄핵결정이 불가능하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재판의 내용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법관이 이러한 법조적 양심에 따라 재판한 때에는 헌법 제65조에 규정된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판결의 당부는 상소와 재심으로 다툴 문제이지 탄핵으로 가릴 사안이 아니다. 나아가 지난해 5월 이재명 공직선거법 관련 사건의 파기환송은 대법원장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전원합의체의 ‘10 대 2’ 의견이었다. 합의체 다수의 판단을 대법원장 개인의 위헌·위법으로 의율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 속도나 심리 방식을 둘러싼 논란 역시 소송법상 재량의 문제로, 탄핵을 통해 파면할 만한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헌재가 그동안 정립한 ‘중대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헌재는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모든 법 위반이 파면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 있고, 탄핵으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때에만 인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후 헌재는 모든 탄핵사건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의 법원행정과 재판 과정은 언론 보도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일 뿐, 구체적으로 대법원장으로서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렸다고 단정할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사법개혁 입법에 대한 법원행정처장의 반대 의견 표명도 사법행정 책임기관이 소관 제도의 변경에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의혹 제기’와 ‘법적 증명’은 엄연히 다른 것이므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한 탄핵결정은 불가능하다.

 

셋째, 탄핵은 단순히 정치적 책임만을 묻는 도구가 아니라, 헌법 수호의 수단이다. 탄핵소추 발의에는 재적의원 3분의 1, 의결에는 과반이 필요하지만 이는 절차적 요건일 뿐 실체적 요건과는 별개다. 헌법은 제105조에서 대법원장의 임기를 6년으로 보장한다.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의 판결과 의견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탄핵을 통해 교체를 시도한다면 삼권분립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만일 이를 허용한다면 현행 헌법이 경계해 온 ‘탄핵의 정치화’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인용 가능성이 극히 낮은 탄핵을 밀어붙이면 남는 것은 사법부 압박이라는 비판뿐이며, 그 정치적 부담은 결국 오롯이 탄핵 추진 세력의 몫이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비판은 자유다. 그러나 ‘비판’과 ‘탄핵’은 다르다. 탄핵소추권은 국가기관 간의 갈등 해소와 헌법 수호를 위해 국회에 부여된 가장 최후의 권한이다. 탄핵이 정치적 불만의 배출구로 악용되는 순간 제도의 권위와 존재 가치가 무너지게 된다. 탄핵은 권력의 남용과 잘못된 권한 행사를 방지하는 데서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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