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4 09:03:43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특히 성범죄 사건이 초기 부실 수사 상태로 그대로 묻힐 수 있습니다.”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장(전 국회의원·전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지난 8월 7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최근 폐지된 것에 대해 손 위원장은 “경찰은 생활 밀착형 수사에는 강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정밀 수사에는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그 공백을 메워온 것이 검찰의 보완수사였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형소법 개정을 전후로 여성·시민단체에서 봇물처럼 쏟아져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등은 최근 공동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 권리보장 장치가 빠진 채 밀어붙여진 개혁”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1959년 창립돼 보수 여성운동의 맥을 이어온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역시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범죄가 적지 않았다”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여성단체가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경찰 초동수사에서는 단순폭행으로 분류됐다가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서야 성범죄 혐의가 드러난 사례들이다. 과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를 맡았던 손숙미 위원장도 성범죄 사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단순살인과 강간살인은 형량 차이가 크다. 이로 인해 가해자 측 변호인이 성범죄 혐의를 빼려고 집요하게 법리적 공세를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결정적 물증조차 검사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왕왕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광주 장윤기 강간살인 사건’ 역시 가해자의 부친인 경찰 간부의 개입으로 증거가 훼손될 뻔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로 진상이 밝혀진 바 있다.
손 위원장은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의 사례를 들어 “독일은 검사에게 직접수사권은 없어도 경찰에 대한 강력한 징계권·직무배제권이 있어 보완수사 요구를 사실상 강제할 수 있다”며 “한국은 경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 없이 수사권만 넘겨주었기 때문에, 경찰이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한국 여성이 느끼는 불안의 크기도 통계와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간 등 물리적 성범죄 발생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낮은 편에 속하지만, 체감하는 불안은 그 수치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손 위원장은 그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한국의 성범죄가 디지털 영역에 몰려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CCTV 영상이 반복 재생되는 보도 관행이다.
손 위원장은 “치안이 좋다 보니 오히려 단순한 사건도 크게 받아들이는 역설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어지면, 결국 그 부담은 피해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