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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MB의 참모’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2026-08-20 09:08:34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保守) 진영의 정점(頂點)은 아마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기였을 것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은 2위 정동영 후보를 22.53%p 득표차로 압도하며 당선됐다. 이는 직선제 이후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이듬해 총선에선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단독 과반 의석(153석)을 취했고, 2012년 총선에선 임기 말(末)이 무색하게도 152석을 확보해 형세를 유지했다. 같은 해 열린 대선에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은 전무후무한 과반 득표율(51.55%)을 얻었다.

이랬던 보수 정당이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맥을 못 쓰고 있다. 이재명(李在明) 정부 들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증시 불안, 부동산 정책 불만 등 연이은 악재가 터지며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가 최저치를 경신해도 양당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월 30일부터 이튿날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에게 진행한 자동응답 무선전화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3.3%)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5.1%, 국민의힘은 37.7%였다.

박재완(朴宰完)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참모이자 ‘정책통(政策通)’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나선 그는 행정학 교수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8월 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선 재단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선재단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싱크탱크(연구단체) 다. 박 이사장에게서 MB 정권 시절 회고를 듣고, 점차 희미해져 가는 ‘보수’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었다.

“광우병 소동, 역설적으로 도움 되기도”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위기를 맞닥뜨렸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2013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아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의 임기 1년차 3분기 긍정 평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24%로 최저였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갤럽은 “이명박 대 통령은 2008년 봄부터 이어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막바지에 취임 6개월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때의 후일담을 박 이사장으로부터 들 을 수 있었다. 그의 얘기다.

“집권 초에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논란으로 우리 정부가 굉장히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역설적으로 나중엔 큰 도움이 됐다고 봐요.”

- 어째서요?

“당시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조야에서 한국에 대해 상당히 미안한 마음과 부채(負債) 의식을 갖게 됐거든요. 우리 정권이 그때 광우병 파동으로 흔들렸잖아요. 아주 큰 이슈도 아닌데 미국 측에선 우리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소고기 수입 문제를 풀어 주지 않으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할 수 없다고 했어요. 전임 노무현 대통령 때 한미 FTA를 체결했지만, 완전한 비준까지 이뤄지진 않은 상황이었고요. 어쩔 수 없이 우리 측에서 소고기 문제를 우선 해결하니 국내 반발이 극심했습니다. 미국으로서도 간만에 미국에 우호적인 보수 정권이 탄생했는데, 이 문제로 인해 한국 정부가 곤욕을 치렀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여서 부시 대통령과 개인적인 신뢰도 굉장히 쌓이게 됐어요.”

- 미국이 가진 부채 의식이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보나요.

“독도 문제(2008년 7월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 지명위원회는 독도 영유권을 ‘한국’ 및 ‘공해’로 표기했다)라든지, 미국 방문 비자 발급 절차의 간소화 등이 있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관광 및 취업이 가능한 청년층 대상 비자)’ 체결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G20(주요 20개국 회의체)을 결성할 때도 G16으로 할지 G24로 할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한국까지만 포함되게끔 한국에 가장 유리한 G20 체제로 결성되는 데 부시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밖에도 한미(韓美) 통화 스와프, 핵안보정상회의 유치 등 각종 어려운 결정을 미국이 한 배경엔 동맹 관계의 복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우병 파동은 그중 하나의 요소가 됐다고 봅니다. 비록 국내에선 핀치(pinch·어렵고 절박한 처지)에 몰렸지만, 세상일이란 게 참 새옹지마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광우병 공세에 이명박 정부는 ‘실력’으로 응수했다. 그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에선 대규모 자본 유출과 시장 혼란이 발생했는데, 이를 극복한 것이다. 2010년 4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은 위기 통제에 만점을 받고, 교과서적인 회복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0년 7월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한 대응으로 2009년 초 한국의 금융 부문은 안정을 되찾았고,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박 이사장에게 물었다.

“경제 위기 수습하느라 장기 과제는 아쉬워”

- 이때가 화양연화(花樣年華·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였죠.

“과찬입니다. 아쉬운 점도 많았죠. 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이 저평가돼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경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이 전 대통령은 일머리가 있었어요. 이것저것 다 하는 게 아니라, 핵심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정하고 몰입합니다. 그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라든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든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수주라든지,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라든지…. 무모하고 불가능해 보여도, 하자고 마음먹으면 혼신의 힘을 다해 해냈습니다. 이것이 이 전 대통령의 일머리라고 봅니다.”

- 이 전 대통령과 요새 연락을 하는지요.

“네. 잘 계십니다.”

- 요즘 보수 진영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그건…. 제가 이 전 대통령의 생각을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고요….”

무겁게 입을 연 박 이사장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이 전 대통령의 심중이 어떻게 전해졌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여하튼 이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정권이 두 차례나 탄핵을 당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못다 이룬 정책은 없는지도 물었다.

- 저출산·고령화 등 장기적 과제엔 이명박 정부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지 않나요.

“전반적으로 그러한 면에서 우리 정부가 크게 남긴 게 없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신혼부부 주택 지원 등의 정책으로 2012~2013년 출산율이 반등했지만, 그것이 꼭 정책의 덕이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장기적인 측면에선 구조개혁 과제를 완수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취임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고, 이를 완전히 극복하는 데엔 2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왔습니다. 제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있을 때죠. 그것도 수습하느라 2년이 흘렀습니다. 집권 5년간 4년 정도를 세계 경제 위기를 수습하는 데, 발등에 떨어진 불 끄는 데 주력했습니다. 구조적 개혁을 할 동력을 갖기엔 어려움이 있었죠.”

- 시도는 있었나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에 대한 전반적 대수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한편으로 ‘녹색 성장(2013년까지 GDP의 약 2%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5개년 계획)’을 추진했고, 시간이 걸리는 과제임에도 지금까지 사실상 그 내용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녹색 성장이라는 글로벌 의제를 먼저 던져서 국제적 호응을 받는 한편, 실제로 인천 송도에 GCF 사무국을 유치했습니다. 이 밖에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 등의 공공기관 선진화 작업을 했습니다. 노동조합 업무 전담 근로자를 위한 타임오프(time off·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도입하고 복수 노동조합을 허용하는 등 노동개혁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농협개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임기는 5년이지만 10년 이상 걸리는 과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 이루지 못한 정책도 있을 텐데요.

“있습니다.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신설 등 기초과학 연구거점 구축 사업)’와 세종시에 행정 부처를 이전하는 대신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를 만드는 ‘세종시 수정안’입니다. 당시 여권 내에서의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교육과 의료 개방 등 서비스 산업 선진화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구조개혁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자인(自認)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죠. 경제 위기가 있었고, 5년 단임제에서 장기 과제를 마무리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4대강 보 인근 주민들은 환영”

- 이명박 정부의 굵직한 정책 중엔 ‘4대강 사업(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정비)’도 있는데, 이 역시 공격에 시달렸죠.

“그건 제가 직접 했습니다. 꼭 필요한 사업이었고, 지금도 그걸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류(支流)와 지천(支川)까지 살리는 사업을 해야 된다고 봐요. 그때는 4대강 본류(本流)만 하고 지류와 지천은 손을 못 댔거든요.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잖아요. 갈수기(渴水期)엔 풀이 무성하고, 강인지 개울인지 알 수도 없는 천변(川邊)들이요. 그런 천변들을 정비해서 다른 선진국처럼 맑은 물이 적정 수량을 갖춰 국민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해요. 이건 꼭 필요한 다목적 사업이었습니다.”

- 억울하진 않았나요.

“어쩔 수 없죠. 건전한 비판은 받아들여야 하고요.”

-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사업 시행 당시에도 4대강 보 인근 주민들은 쌍수 들고 환영했습니다. 여주, 이천 이런 데 가보십시오. 설치한 직후부터 홍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지는 등 이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미 검증이 됐다고 봅니다.”

- 총 사업비는 22조원 규모였죠.

“22조원 정도 됩니다. 그 예산이 4대강 정비에만 사용된 게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저수지와 둑을 높이 쌓는 사업들도 함께 진행했어요. 4대강과 연계된 정비 사업들이 꽤 있습니다. 이를 다 포함해서 그 정도가 들었습니다.”

“보수는 남 탓을 덜 한다”

화제를 돌려, 위축된 보수의 미래를 들어봤다.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 역대 대통령의 출신이 주로 법조인, 그 옛날엔 군인이었는데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도 갖고 있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쟁(政爭)을 굉장히 싫어했어요. 이념이나 무슨 주의(主義)를 내세우는 것들이요. 이 전 대통령은 실사구시(實事求是)와 현장에서 통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쟁에 매달리는 정치인이나 탁상에 머무는 관료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기업인 출신 인사들을 공공기관에 많이 등용했고요. 물론 그런 기준만으로 전부를 재단할 순 없지만, 법조인은 이념이나 가치, 원칙과 명분에 무게를 비교적 많이 두는 것 같아요. ‘무엇을 하자’라는 총론은 무성한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지는 각론은 빈약해요.”

- ‘보수’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보수는 남 탓을 덜 합니다. 더 열심히 일하고, 그에 따라 소득이 높으며 근로시간이 깁니다. 그러면서도 삶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가족과 더 가깝고, 기부도 많이 하고 정직합니다. 일반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자기 삶이 풍요롭고, 후손을 잘 키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 한국 보수가 지향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요.

“체감할 수 있는 예를 들자면 양 부모[兩親]가 있고, 둘 다 일을 하는 ‘맞벌이’ 가정을 독려해야 한다고 봐요. 이런 형태의 가정은 근로 의욕과 책임감이 높습니다. 술, 담배, 도박, 마약, 결식 등도 줄어들고요. 저축을 열심히 하고, 자산도 늘어납니다. 가정을 꾸리면 건전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아지는데, 부모가 둘 다 일을 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 올라갑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정을 꾸려서 둘도 좋고 하나라도 좋으니, 자녀가 있는 가족 공동체를 복원해야 이를 비녀장 삼아 사회 전체가 건전해진다고 봅니다.”

“표심 영합하는 포퓰리즘 맹위 떨치고 있어”

- 굉장히 보수적인 답변이네요.

“그렇습니다. 양 부모가 일하면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드물어집니다. 복지 수혜자가 줄어들죠. 민심을 얻겠다고 보수가 핵심 가치마저 버리고 ‘크고 헤픈 보모 국가’로 치닫는 흐름까지 부추겨선 안 됩니다. 정부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정부 정책으로 파생된 기득권은 줄여 나가도록 진솔하게 읍소해야 합니다.”

- 20~30대 청년층의 보수화 현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보수는 권력이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과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이른바 ‘비지배(非支配) 자유’를 존중합니다. 청년층들은 이러한 자유를 갈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기의 기여도에 따른 정당한 보상과 공정한 책임을 그 어느 때보다 중시하기에 청년층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희구한다고 봐요.”

- 노동과 연금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연공급제에서 성과급제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그 흐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연공급의 비중이 가장 높고, 근속연수에 따라 보상이 주어진다는 건 젊은이들에게 큰 불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할 동기가 약해지고 책임은 회피하며,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어지는 환경입니다. 현재의 연금 역시도 불공정한 제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일군 성과를 빼앗긴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소득 대체율이나 연금 기금의 고갈 가능성 등 여러 지표에 비추어 봐도 젊은 세대에게 현저히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젊은 층이 그에 대해 분노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기성세대가 여기에 응답할 의무가 있고요.”

-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특히 요즘 각자도생의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노조와 직능단체 등의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죠. 이를 뚫고 혁신의 싹을 틔우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조율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요즘 표심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 이를 극복하는 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은 우리 경제 기초체력 약화됐다고 보는 듯”

‘정책통’으로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도 물었다. 박 이사장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우려했다. 결국 원론적인 답변 아니냐는 기자의 반응에 그는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 기재부 장관 재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요동치는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요.

“주식 시장도, 외환 시장도 급격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죠.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건 예측 가능성과 안정된 여건입니다. 그래야 투자 계획도 세울 수 있고 소비도 확정할 수 있으니까요.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면 미래의 가격과 수익을 계산하기 어렵고,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져서 소비·투자·근로 모두 위축되기 마련이죠.”

- 환율도 1달러당 1550원대까지 올랐다가 140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최근 조금 내려왔습니다만 환율은 결국 원화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죠. 원화의 가치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즉 펀더멘털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물론 환율은 달러 수급 상황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 등락을 거듭합니다만, 환율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보고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원화 약세 현상은 우려스럽습니다.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건 확실히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생산성을 올려야”

- 묘안이 있을까요.

“한미 통화 스와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통화 스와프가 물론 심리적인 효과가 있긴 합니다만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결국 우린 생산성을 올려야 합니다. 미국 매킨지(Mckinsey社)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지금의 잠재성장률인 2% 정도라도 유지하려면 앞으로 일주일에 6.4시간을 더 일하거나, 1.5%인 연간 생산성 증가율을 3.3%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둘 다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생산성을 올리는 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죠. 생산성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그리고 알뜰살뜰하게 써도 모자랄 국가 예산을 뚜렷한 성과가 기대되지 않는데도 마구 나눠주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지금 우리나라 국가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선진국 평균보다 낮다고 하는데 미국, 일본, 유럽은 기축통화를 쓰잖아요. 우리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라서 호주나 이스라엘 등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선진국들과 비교해야 하는데, 이들 평균에 비추어 보면 우리의 국가 부채 비율이 더 높습니다. 결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해서 세입 기반을 확충할 수밖에 없습니다.”

- 결국 교과서 같은 말인데,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봅니까.

“재개발, 재건축을 과감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주택 보급률만 보면 우리가 크게 낮은 편도 아닙니다.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보수 정부 정책도 비판”

- 한선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아, 보수의 싱크탱크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지요.

“매주 세미나를 열고 정책 이슈에 대한 입장도 발표했습니다. 다만 인력 구성이 노·장년층에 편향돼 있고, 재정은 충분치 못하며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 보수 정부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보이면 비판을 했는지요.

“보수,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정책 보고서와 세미나 등에서 지적해 왔습니다. 보수 정부의 정책 중에서도 정론이 아닌 인기를 끌기 위한 정책이거나, 서둘러야 할 개혁을 미루고 있다고 판단되면 비판했습니다.”

- 매주 진행하는 세미나는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하는 경우도 많던데, 입법이나 행정 작용에 반영되는 게 체감되는지요.

“법안 발의나 대정부 질의가 이뤄지는 등 여러 방면으로 반영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고, 저희도 반성할 점이 많습니다. 다만, 당장 체감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 한선재단은 자유주의와 통일을 기본 철학으로 삼는데, 현 정부가 북한과의 ‘두 국가론’을 꺼내든 데 대해서 어떻게 보나요.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에선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의견이 많이 다릅니다. 한선재단의 대외 정책 3원칙이 ‘자강(自彊)’ ‘선진국과의 연대(連帶)’ ‘균세(均勢·세력 균형)’인데, 이는 고(故) 박세일(朴世逸·한선재단 설립자) 전 의원이 정립한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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