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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다카이치 '대만 봉쇄는 일본 존립 위기'...동북아 외교 지형 흔들렸다
 
2025-11-17 09:16:38
지난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존립 위기의 예는 중국의 대만 봉쇄였다. ‘존립 위기 사태’란 무력 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행복 추구의 권리가 근본적으로 침해될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를 뜻한다. 이 경우 일본 정부는 자위대 출동 등 최소한의 방위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해상 봉쇄 등 무력 행동에 나설 경우,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음을 현직 총리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시사한 것이다. 

아베 노선 계승 선언 

다카이치 총리는 ‘여자 아베’로 불리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번 발언은 국내 보수층 결집과 미국에 대한 동맹 메시지, 중국에 대한 경고라는 세 가지 목적이 뒤섞인 행보로 읽힌다. 2015년 아베 내각의 안보법제 개정은 일본이 직·간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일본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권리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존립 위기 사태’로 판단되면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오승희 국립외교원 교수는 “존립 위기 사태 개념은 2015년 아베 정부 시절 처음 법제에 도입됐다”며 “당시 아베 내각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 헌장에 따라) 일본에도 집단적자위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 9조의 해석 범위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시다 내각이 2022년 안보 3법 개정으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반격 능력’을 포함시켰는데, 이번 다카이치의 발언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베 시절부터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라는 말이 정치 담론에서 자연스럽게 쓰였고, 다카이치는 그 모호한 표현을 현실 시나리오로 구체화한 최초의 총리”라고 진단했다. 또 “이번 발언은 기존 정부가 피하던 ‘해상 봉쇄’와 같은 직접적 군사 상황을 상정함으로써 외교적 파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보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배윤 일본 게이오대 선임연구원은 “다카이치의 언급은 일본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 견해에 가깝다”며 “아베 전 총리와 아소 전 부총리 등 일부 정치인의 발언에서 비롯된 비공식 담론을 현직 총리가 제도권으로 끌어올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정치권은 오랫동안 ‘대만 유사시’ 개념을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유지해왔다. 다카이치의 이번 발언은 일본 정치권의 속내를 밝힌 것으로 직설적인 총리의 성격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부정적 평가가 많다. 최창근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대만 국립정치대 석사)은 “다카이치는 정책 중심적이고 실무형 정치인으로, 경제안보담당 시절부터 대만해협 시나리오를 연구해 왔다”며 “이번 발언은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하고 미국에 대한 동맹 의지를 강화하는 정치적 메시지이자 국내 보수층 결집을 위한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 위원은 “총리의 구체적 언급은 외교적 모호성을 무너뜨리고 중국의 대일 보복 명분을 제공했으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축소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의 안보법제는 ‘개별적 자위’에서 ‘제한적 집단 자위’로 전환됐지만, 헌법 9조의 전쟁 포기 조항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적용 범위는 여전히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며 “대만 유사시 발언은 일본의 안보 논리를 미·중 전략 경쟁의 틀 속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인 분수령”이라고 진단했다.

‘하나의 중국’ 부정? 

일본은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했고, 1978년 평화우호조약을 통해 상호 불가침과 내정 불간섭을 확약했다. 외무성의 2025년 외교청서 역시 이 기조를 현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최 위원은 “일본은 이미 외교 문서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임을 명확히 인정했다”며 “그런데 대만 유사시를 명분으로 중국과 무력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일관된 외교 체계에 대한 자기모순”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 중국과의 수교를 통해 적대 관계를 공식적으로 종식한 바 있으며, 대만 문제를 빌미로 중국과 적대하는 것은 자국이 체결한 조약 원칙에 반한다. 중국의 강경한 반발은 외교 문맥상 충분히 예견된 대응”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 수입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상 운송에 의존한다. 중동·동남아 지역에서 유입되는 원유와 LNG의 상당량이 남중국해·대만해협을 통과하며, 해상교통로(SLOC)의 안정은 일본 경제의 생명선이라 불린다. 다카이치가 중국의 대만 봉쇄를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하는 근거다. 하지만 이것 역시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 위원은 “대만해협은 일본의 전략적 수송로로 중요하지만, 일본행 유조선의 다수가 대만해협을 직접 통과하지는 않는다”며 “따라서 봉쇄 자체가 일본의 생존 위기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협 인근 해역의 긴장 심화가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주변 항로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일본 경제의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다카이치의 발언은 안보법제 운용의 정치적 문턱을 낮추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본 야권과 시민단체 역시 “전후 평화주의의 기본 질서를 허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최 위원은 “다카이치는 ‘존립 위기 사태’ 판단의 정치 독립성을 강화한 셈이지만, 이는 오히려 국회 통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안보 결정 과정이 법적 절차보다 정치인의 의중에 좌우되는 것은 일본 헌정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배윤 연구원도 “현 내각은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성과 부재, 경제정책 차질 등으로 정치적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강한 리더십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차원의 ‘정치적 발언’ 측면이 짙다”고 진단했다. 또 “다카이치 정권의 외교·안보 행보는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주목을 얻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교적 피로와 국내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일본이 전후 70여년간 유지해온 ‘평화국가’ 정체성과 ‘보통국가’ 전환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 최 위원은 “일본은 이제 전후 ‘평화헌법’ 체제의 경계에 서 있다”며 “평화국가로 남을지 보통국가로 전환할지 선택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약과 헌법의 일관성을 무너뜨린다면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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