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3 09:12:58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팀인 ‘The 새로운 생각’과 주간조선의 공동주최로 지난 9월 23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회의실에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둘러싼 현안을 짚고, 바람직한 개혁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뤄졌다.
제1발제는 개혁신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대표변호사가 ‘진정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제2발제는 법조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대겸의 김대광 대표 변호사가 ‘검찰개혁의 대안-대배심제를 중심으로’를 맡았다. 사회는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맡았다.
“검찰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
‘진정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김정철 변호사는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4대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국가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와 충돌한다”며 “이대로 시행될 경우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은 형사사법 절차의 기본 원리와 구조를 규정하는 기본법으로서, 수사·기소·재판 전 과정의 절차적 통일성과 정합성을 보장하는 최상위 절차법이다. 이어 그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만, 지금의 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개악(改惡)’이라 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대법관 증원이 과거에도 논의된 적은 있지만 지금 거론되는 증원은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가 아니라 사법부를 흔들려는 의도가 더 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주식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우호적인 이사를 늘리는 행태에 비유하며 “사법개혁은 마땅히 사법부의 공식 참여와 법원장의 의견 수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현재 추진되는 개혁은 이런 절차가 생략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통계와 사례를 토대로 한 개혁이 아니라 특정 사건과 인물을 일반화한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정부·여당이 검찰청 폐지와 같은 개혁안을 강행할 경우, 그동안 검찰이 축적해 온 고도화·지능화된 범죄 수사 역량이 사장(死藏)될 수 있다”며 “예컨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수사 기능이 이관되면 검사들은 ‘검사 배지’를 떼고 수사관과 같은 새로운 직함으로 전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차라리 변호사로 개업하겠다’며 검찰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검찰이 오랜 기간 쌓아온 수사 인력과 노하우가 국가적으로 소실(증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노성 연세대 객원교수는 국민들이 이번 개혁의 심각성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곽 교수는 “경찰이 이미 수사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모든 수사를 경찰에 맡길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반박 논리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청 명칭 폐지가 위헌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개혁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불편이나 위험이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증권·마약 범죄 정도만 언급되는 현 상황으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보다 일반 국민이 더 공정”
제2발제를 맡은 김대광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대안-대배심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대배심제도를 소개했다. 대배심제도는 수사 및 기소 과정에 국민이 참여해 수사와 기소에 대한 권한이 검찰이나 경찰에 집중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다. 대배심제도는 미국에서 도입 중인 제도로, 미연방 형사소송법과 수정헌법에 명시돼 있다.
김대광 변호사는 “검사가 수사하지 못하게 하면서 부조리와 불법을 뿌리 뽑고 싶다면 대배심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는 대배심은 진술거부권조차 무효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모든 자료와 증인을 불러 확인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률가임에도 불구하고 판단을 일반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고 본 이유를 “정치권과 진영마다 아전인수가 심해 법리적 판단이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오히려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 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는 제도 이식은 문화와 신뢰 수준에 맞아야 한다며 대배심제 도입에 우려를 표했다. 이 이사는 “미국의 대배심제도는 서부 개척 시절 무질서한 환경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호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했다”며 “한국은 아직 사회적 신뢰 자산이 취약하고 사회적 거래 비용이 높아 해당 제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대배심제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제도 이식 이전에 신뢰자산을 높이고 이에 맞는 사전 준비와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 자체의 현실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혁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이 국민을 앞세우면서도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흐려지고, 언론에서는 여야가 각자 입장만 강조하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의문만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이 미디어를 통해 계속 재생산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보다 쉬운 언어로 핵심 쟁점과 개혁 관철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국민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사법 이슈가 반복적으로 소모전으로 흐르는 현실에 답답함을 표하며 “전문가들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의 본질과 대안을 제시해 줄 공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