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9 09:39:59
북한의 핵 위협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낙관이나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철한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관한 '북핵 위협과 대응에 대한 사실적 평가' 세미나에서는 북한 핵능력의 수치 기반 평가부터 남북 군사력 격차 분석, 핵전략 교육의 구조적 허점까지 다양한 진단이 이어졌다.
한 의원은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 개회사에서 "감상적인 평화론이나 맹목적인 강경론을 모두 넘어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오직 사실에 기반해 북한에 대응할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수립할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근 '개꿈' '망상' '더러운 족속' 등의 표현으로 한국의 대북 접근을 조롱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에 대해 "국민이 그냥 지나치듯 들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북한은 헌법에 핵무력을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명시했고 '영토 완전 정복'을 말하고 있다. 한반도 전체를 정복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북한이 말하는 개꿈"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한 핵능력에 대해 우리 스스로 평가한 적이 없다"며 "외국의 평가를 인용만 할 뿐 우리 분석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합적으로 볼 것인지 분리해서 볼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우수한 과학기술로 북핵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오히려 개꿈에 가깝다"고 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핵 대응은 떠드는 것에 비해 실천이 부족하다"며 "군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GP 철거 부실 검증 문제처럼 국방부가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며 "팩트 기반의 지적이야말로 국방 의식을 강화하는 데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계엄령을 빌미로 항명죄를 논하고, 헌법 준수를 명분으로 근무 태만까지 용인되는 등 일부 기강 해이도 심각하다"며 "우리 군을 약화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적 기도에 맞서기 위해 허점을 찾아내는 것이 의원으로서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 좌장은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맡았고 발제, 토론을 위해서는 박진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박사, 이수석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센터장, 박휘락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 교수, 이경석 인천대 교수,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손한별 국방대 교수,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북한의 핵능력과 태세 평가 ▲남북한 통합 군사력 비교 ▲핵전략 교육 실태 등 세 분야에서 발제를 맡았으며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북한 핵위협의 실체와 대응전략 그리고 한국군의 구조적 대응 능력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정책 제언이 이어졌다.
◆전문가들, 북핵 위협 실체부터 군사력 격차까지 집중 진단
박진호 한국열린사이버대 박사는 북한의 핵능력과 태세를 종합 분석하며 2024년 말 기준 북한이 보유한 고농축우라늄(HEU)은 5.05~7.58톤으로 원자탄 202~505기 제작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무기급 플루토늄(WGPu)도 63.5~140kg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수소탄 기폭제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박 박사는 "북한은 2017년 6차 핵시험 이후 추가 핵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각종 미사일 시험을 통해 핵전력의 실전성과 운용 능력을 고도화해 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2년 9월 제정된 핵무력정책법은 "선제 핵사용 조건과 핵 지휘체계 위협 시 자동 보복 조항을 포함해 핵전력 운용의 실전화를 제도화했다"고 지적했다.
핵투발 수단과 관련해서는 "화성-19형 ICBM은 최대 1만5000km 사거리를 갖추었으며 방사포 재사격 시간을 20초까지 단축하고 극초음속미사일 시험을 통해 안정적인 성능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박 박사는 북한이 "은닉성이 높은 열차발사형, 호수발사형 SLBM을 집요하게 개발하고 있다"며 "이는 신뢰적 최소억제전략을 수행할 능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수석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센터장은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공격용이라고 밝힌 이상 평화·협상·방어용이라는 기존 주장은 모두 허구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김여정 부부장이 '남조선은 우리의 핵타격력의 목표판'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한국도 핵 타격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플루토늄의 수소탄 기폭제 활용 가능성을 설명한 박 박사의 분석이 "매우 합리적이며 그간의 의문을 해소해준다"고 평가했다.
박휘락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 교수는 남북한 통합군사력 비교에서 핵무기의 '승수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를 "기존 전력의 효능을 배가시키는 절대무기"로 규정하며 북한은 2025년 8월 기준 약 2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ASAN-RAND 보고서를 인용했다.
재래식 전력만 보면 한국(900점)이 북한(776점)보다 앞서지만 국방비를 제외한 병력·무기력·기반시설만 따지면 북한이 오히려 1,252점으로 한국을 앞선다(1:1.39).
박 교수는 "우리는 국방비에 병사 봉급이 포함되어 있는데 북한은 병사 봉급이 없고 다만 군에서 보급하지 못하는 일용품을 사라는 정도만 준다"며 "그럼에도 우리의 국방비가 북한의 40배다 몇 배다 하면서 방위력에 대해 무사하다고 평가하는데 국방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핵무기의 승수효과를 반영하면 미국의 핵우산이 적용된 남한은 1080점, 북한은 1164점으로 북한이 다소 우세(100:108)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100:129).
박 교수는 "단기속결전 시나리오에서는 북한이 1.7배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미동맹이 확고하다면 북핵은 억제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한은 재래식 침공 혹은 핵위협 하에 재래식 침공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석 인천대 교수는 박휘락 교수의 승수효과 개념에 대해 "현실과 괴리됐던 기존 군사력 평가모형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ICBM은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이기 때문에 남북 비교에는 KN-23 등 단거리 전력의 정밀 계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 때문에 한국의 재래식 대응이 제한받을 수 있다"며 NATO식 핵공유 방안 등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제안했다.
손한별 국방대학교 전략학부 교수는 '핵 IQ'라는 개념을 통해 군 내 핵전략 인식 수준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상황 속에서 우리 군이 국민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핵전략에 대한 이해는 일부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라 전군적인 교육 과제로 확산돼야 하며,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북한의 셈법과 위협방식을 상황별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억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한국군의 핵 교육 체계를 비판하며 "핵무기 제작 중심의 공학 교육에 치우쳤다"며 정책·전략적 교육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대 핵전략학과 신설은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교수진·인프라 부족 등 보완 과제를 지적했다. 그는 "억제이론, 위기관리, 동맹정책 등 전략 중심 교육을 확대하고 NATO·RAND 등과 연계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