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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합계출산율 0.72명’의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다
 
2024-11-11 09:07:26
“우리나라는 ‘출산은 곧 결혼에서 시작한다’고 보는 문화입니다. 결국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에 초점을 둬야 하죠. 이른 나이에 결혼을 장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제도적 방안이 필요합니다.”(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단기적으로는 현금성 지원이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과한 교육 경쟁과 부동산, 문화 전반의 문제도 바뀌어야겠죠. 그러나 핵심은 대체 인력이나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은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입니다.”(김준형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공동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식 위주에서 역량 위주의 교육으로 변화해야 하죠. 개인이 가진 직무 관련 경험과 기술에 대한 평가도 공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결국 단일 기회구조 모델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김정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3040세대 전문가 집단이 주축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팀 ‘The 새로운 생각’과 주간조선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The 새로운 생각, 정책, 가능성’ 세미나가 지난 11월 6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9월부터 매달 진행되고 있는 이번 세미나는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11월의 키워드는 바로 ‘저출생’이었다. 이날 세미나는 ‘저출생 원인과 그 해법은?’이라는 대주제 아래,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의 1부 특별강연을 시작으로 김준형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와 김정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의 발제, 그리고 자유토론까지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1부에서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본 저출생의 원인과 대안을 논의했으며, 2부에서는 경제학과 교육적 시각에서 각각 저출생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언했다.


“저출생 문제는 결혼 문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손숙미 위원장은 1부 특별 강연을 ‘양성평등 시각에서 본 저출생 원인과 극복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우선 손 위원장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족계획사업’이 남긴 긴 그림자를 언급하면서 “출산율을 낮게 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라고 하는 의식의 뿌리가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에는 한 해 출생자가 100만명 수준이었으나 1971년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정부 시책이 나왔고, 1980년대에는 ‘하나만 낳자’까지도 나왔다”면서 “1996년에 와서야 인구 억제 정책이 폐기됐는데, 2005년 합계출산율이 1.09명까지 떨어지자 정부는 그제야 대책을 마련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손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저출생의 원인을 ‘비혼 증가’ ‘만혼과 출생률 저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비혼 증가의 경우 2015년을 전후로 시작된 급진 페미니즘과 여성의 고학력 및 사회진출, 여성의 상승혼 욕구와 극도의 성비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손 위원장은 “(최근의 비혼주의 분위기는) 2015년쯤부터 불기 시작한 급진 페미니즘과 연관돼 있다. 이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등으로 과격화됐으며, 결국 남성 혐오로 연결됐다. 주로 성범죄를 분석하는 쪽과 연관되면서 남성이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의미로도 일부 이어졌다. 결국 생리적 폭력으로 규정하면서 4B(비연애, 비섹스, 비결혼, 비출산) 등으로 이어진 자학적 상황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넘어섰다. 여성들의 학력과 연봉이 높아지면서 결혼을 통해 얻는 편익보다 기회비용이 크다고 느껴 비혼주의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만혼과 출생률 저하의 이유로는 수억원대에 달하는 높은 결혼비용, 높은 대학진학률에 따른 늦은 독립 등을 꼽았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는 가부장적 문화와 유연하지 못한 고용 환경,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사교육의 심화 등에서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연하지 못한 노동 환경에 대해 손 위원장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정책이 확대된다고 해도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 종사자들 위주”라면서 “중소기업은 사각지대로, 대체인력 부족과 따가운 시선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결국 다양한 사회제도적 방안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위원장은 “이른 나이에 결혼할 경우 각종 세제 혜택과 신생아 대출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동거 남녀에 대한 정책도 제안했다. 그는 “고비용 결혼의 허들을 낮추기 위한 ‘생활동반자 신고제’ 등을 도입하려는 논의도 필요하다”면서 “마치 프랑스의 팍스(PACS) 제도하에서 남녀의 동거계약에 따라 배우자의 권리를 인정받는 제도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도 시행돼야 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경력단절을 우려해 여성을 뽑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녀가 만3세 이전까지는 부모들의 재택근무 의무화도 남녀 동일기간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직된 노동과 최고 수준의 경력단절”


2부 첫 발제를 맡은 김준형 교수는 우선 경제학적 관점에서 양육을 바라보며, 출산 결정의 원인을 편익과 비용을 통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편익을 따지자면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는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도 편익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과거에는 키워낸 아이들이 자신들의 농사일과 노후를 담당했지만, 이제는 부모 입장에서 이타적인 행복을 아이에게서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결국 아이를 낳더라도 ‘잘 크고 행복하게 살게끔 해줘야겠다’는 취지로 이어진다”면서 “마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주식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돈과 시간이 모두 필요한데, 이러한 편익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어떤 게 더 행복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교수는 가정과 노동에 대한 역할 분담도 짚었다. 그는 “산업화 이후부터 보통 아버지가 ‘(아이를 위한) 소득’을 담당하고 어머니가 ‘(아이를 위한) 시간’을 맡았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소득과 시간을 각각 한쪽 부모에게만 모두 맡긴다면 고민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소득을 유지하면서도 아이에게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며 “여기서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부모가 많고, 아이에게 필요한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워낙 경쟁 압력이 심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출산 후 소득은 뚝 떨어진다. 반면 직장을 유지하는 (여성의) 경우에는 큰 차이가 없고, 노동시간과 소득을 모두 유지한다”고 했다. 이어 “여성 입장에서 출산과 함께 일터를 떠나고, 돌아오기도 굉장히 힘든 경직적 노동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한국의 산업과 직업적 특성과 관련해 “제조업은 장시간 노동이 커지고 남녀격차는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직종 자체의 특성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의 유무에 따른 여성 임금 격차는 나이 어린 저숙련 노동자일수록 더욱 크게 나타난다”면서 “결국 길고 경직된 노동시간이 필요한 직업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경제학적 관점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현금성 지원인데, 일시적일 뿐”이라면서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통한 돌봄노동 확보도 가능하지만, 최종 해결 방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기적 대책으로는 일·가정의 양립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은 (일·가정의 양립 수준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문제”라면서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중소기업에 종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 등에서) 대체인력이나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노사정 대화에서도 진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경쟁과 도농격차 해소도 있다”며 “부동산 문제나 전반적인 가정·결혼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양육 등 ‘불안’ 너무 커”

2부 두 번째 발제로는 김정현 변호사가 나섰다. 김 변호사는 가장 먼저 “개인주의가 확산하는 시대,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부들도 급격히 느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프랑스의 저출산 시기 타파와 한국을 비교했다. 김 변호사는 “프랑스 육아의 뿌리는 아이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아이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부모가) 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저출생이 청년들의 높은 경쟁압력, 고용·주거·양육 등에 따른 불안 심리와 미래에 대한 비관적 기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압력 체감도와 인구 밀도가 높은 경우 희망자녀 수가 적다”면서 “여기에 낮은 청년고용률과 길어지는 취업준비 기간으로 인해 결혼을 포함해 생애과정의 이행도 자체가 늦어진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다양한 요소의 불안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고용이 불안정하면 결혼 의향도 낮고, 우리나라의 청년 세대가 재정상황에 대한 걱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거 마련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다 보니 출산 의향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용 불안과 관련해 “대학도 오래 다니고 취업준비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결혼도 자연스레 늦어지는 것”이라면서 “비정규직 문제도 크게 늘고 있는데, 임시직 비중이 OECD 평균 11%에 비해 우리는 27%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일자리를 이동할 확률도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자녀 양육에 대한 지원의무감도 양육 불안으로 이어진다”며 “교육비용 부담이나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떨어질 우려 등으로 인해 출산을 망설이거나 늦추거나 포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평등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아직 사회 전체로 확산하기에는 불안정한 상태”라며 “법적 혼인을 전제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제도적 포섭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육아휴직 실제 이용기간’을 늘리거나 ‘청년층 고용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출산율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구밀도와 관련해 ‘도시인구집중도’가 하락하거나 법적 혼인이 아니더라도 ‘혼외출산비중’을 사회적으로 높일 경우에도 출산율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기회다원주의 사회로의 변화와 이에 따른 교육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기회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조금 실패해도) ‘30~40대에 재기할 기회가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교육과 직무교육을 통해 직무 간에 이동할 기회도 늘어나야 한다”며 “핵심은 획일적인 교육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협력과 소통이 가능한 공동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학교와 학습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세 연사의 강연 및 발제가 끝나고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대학생 임재형(28)씨는 “오늘 세미나를 통해 저출생에 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씨는 또 “정책이나 법은 사람을 따라간다고 본다”면서 “결혼의 울타리가 견고해져야 더욱 안정된 환경에서 출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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