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은 이익처럼 보이는 어떤 선택이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나라경제를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경제·금융교육은 이런 경제적 식견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경제교육단체협의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우리나라는 경제적 수준에 비해 경제적 식견은 미흡한 탓에 부민안국(富民安國)으로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교육단체협의회는 경제교육 활성화를 목표로 경제단체, 금융사·회사, 시민단체 등 50여곳이 참여한 단체다. 박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2대 회장을 맡고 있다.
취약계층의 경제이해력은 더욱 낮은 수준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는 각각 61.9점과 63.8점으로 비교적 점수가 높았지만, 60대(53.6점)·70대(46.8점) 등 고령층은 점수가 저조했다. 박 회장은 “평균 점수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40점대 고령층과 저소득층 점수를 올려야 한다”며 “신용불량자, 다문화가정, 중증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여러 계층의 경제이해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노력보다 요행과 불로소득을 바라는 한탕 심리가 만연하고 명품·사교육 등 과시 소비에 따른 거품도 상당하다”며 “시장경제와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학연·지연 등 연고에 기댄다거나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 도움을 바라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vs 금융…“경제적 가치관 먼저 형성해야”
이론 위주인 경제교육과 실생활 밀접 금융교육 중 무엇을 우선하면 좋을까. 박 회장은 짧은 고민 끝에 전자를 택했다. 박 회장은 “경제·금융교육은 단지 돈을 잘 불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며 “자산형성·재무설계 등 기술적 차원인 금융교육에 앞서, 경제교육을 통해 경제가 작동하는 원리부터 합리적 의사결정 방법까지 경제적 가치관 내지는 철학을 먼저 확립하는 편이 좋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국민연금 고갈을 앞두고도 연금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우리 국민의 경제적 가치관이 성숙치 않은 탓이라고 박 회장은 분석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 수익비(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 대비 수급액)는 1.6배 정도로 맞춰져 있는데, 연금개혁으로 수익비를 지금보다 낮추지 않으면 추후 청년층 수익비는 훨씬 떨어질 것”이라며 “기득권이 양보해야 젊은 세대의 피해가 줄어든다. 개인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지금처럼 연금개혁을 극렬히 반대한다면 경제 전체가 공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경제적 식견이 비교적 높은 스웨덴 국민은 ‘낼 돈은 정하고 받는 돈은 바뀌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에 성공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스웨덴이 1998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도입한 연금 자동조정장치인 ‘명목적 확정기여형(NDC) 소득비례’ 제도는 기대수명이 늘면 연도별 연금 지급액을 축소하고,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균형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이 줄어든다. 박 회장은 “스웨덴 국민이 바보여서 힘든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내 자녀, 내 후손까지 지속 가능한 연금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평했다.
박 회장은 또 “스위스 국민의 기본소득 반대도 당장의 이익 대신 중장기적으로 성숙한 선택지를 고른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스위스에선 전 국민에게 현금 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당시 스위스 국민은 77%의 반대로 투표를 부결시켰고, 일시적 현금이 아닌 장기적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개인의 이익보다 경제 정책이 가져올 파장과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 경제교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 경제·금융교육에서도 체험형 학습이 긴요하다”며 “앞으로는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기반 실전형 학습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교육은 시공간 제약이 없는 만큼 전국적으로 경제·금융교육을 활발히 실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경제·금융교육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중요하다. AI 교사를 이용하면 일대일 개인교습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AI 교사의 실시간 피드백으로 접근성은 물론 흥미까지 더한 양방향 학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에서 제공하는 경제·금융교육 콘텐츠가 공공보다 우수한 면이 많다”면서도 “유튜브 등 뉴미디어 시장 내 일부 콘텐츠는 인기를 얻고 있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쉽게 돈 버는 방법은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등 투자 철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솔깃한 채로 허황된 투자에 나서면 안 된다”며 “주식·선물·부동산·암호자산 등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곳에선 출처를 검증할 필요가 있고, 투자리딩방 등 사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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