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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기업거버넌스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묻다
 
2024-10-14 09:31:21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현상)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는 후진적 법제도와 기업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일본,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스튜어드십코드(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수탁자 행동 지침)를 도입하고 주주 행동주의를 장려해 선진 자유시장 경제로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AI시대, 알고리즘 등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쏠림 효과를 유발하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장 비효율성과 유동성 감소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금융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강화학습 또한 각기 다른 시작점을 가진 알고리즘이라도 종국에는 유사한 형태로 수렴하게 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거버넌스 모델에서 벗어나 보다 다층적인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더욱 투명하고 개방적이어야 하며,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주간조선은 3040 젊은 전문가 집단이 주축이 된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팀 ‘The 새로운 생각’과 공동주관으로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기 세미나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7일에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회의실에서 ‘기업거버넌스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하태경 전 의원·보험연수원장은 “지속가능한 ‘착한’ 자본주의와 기업거버넌스를 위해 정치인들이 나서야 하고, AI 또한 공공선을 관철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의 핵심 주제는 기업 거버넌스였다. 세미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업 거버넌스가 어떻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AI시대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또한 최근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서도 토의했다. 1부에서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창환 대표의 ‘선진 자유경제 진입을 위한 기업 거버넌스 혁명과 주주행동주의’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이, 2부에서는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AI시대의 기업 거버넌스’ 발제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사회는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과 정재욱 The새로운생각 위원장·법무법인 주원 변호사가 맡았다. 

특별강연에서 이창환 대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소수지분을 매입하고 공격적인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여 이듬해 첫 외부 감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한 것과 국내 상장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캠폐인을 진행한 사례 등을 들며 주주행동주의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일본의 제도 개선과 주주행동주의 발전 사례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면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은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하고, 도쿄 증권거래소가 직접 상장기업의 PBR 개선과 주가 부양을 촉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주주행동주의를 강조했으며, 이를 통해 주가지수가 4배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 개혁에 성공했다.” 

이종섭 교수는 AI시대에는 비이성적일 수 있고 블록화(연대)와 데이터 학습이 가능한 개인투자자들이 등장하는 만큼 중장기적 성장과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구조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주주와 경영진 간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기업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구조하에서는 영업 수익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있다. 회사 지분 10%를 가진 CEO가 밝히기 전까지, 90% 지분을 소유한 외부 투자자들은 수익에 대한 내부 정보에 대해 알 길이 없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CEO가 정직하게 영업 성과를 보고할 이유가 없다. 이 문제를 알고 있는 투자자들도 회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투자를 꺼리게 된다. 기관투자자와 같은 블록홀더의 의결권 행사나 주식 매도 압력을 통해 수탁자 자본주의 혹은 주주행동주의를 실현하는 등 개인의 횡령을 감시하는 내·외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황세운 선임위원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AI기술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세력화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단타 등의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기술이 실질적으로 주주권 행사로 연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고도화된 기술과 수단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 수단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지분 규모에 따라 문제가 달라진다. 여전히 주주행동주의 펀드와 기업의 관계는 다윗과 골리앗이다. 개인보다는 기업이 AI를 더 잘 활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시장의 자발적 움직임만을 가지고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가 아닌 세제 개선, 상법 개정 등 정부와 기관투자자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가닿는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채상미 교수는 사외이사의 입장에서 최근의 상법 개정안을 바라보고 AI시대 상법 개정이 갖는 의미를 도출했다. “소수의 주주들을 사외이사가 대변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비례의 문제들을 말씀 주신 것 같다. 기업 거버넌스는 의사결정의 문제다.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해결책인 듯하다. 누군가에게 선한 결정이 다른 이에겐 자신의 의사와 반하는 악한 결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으로 개인이나 대변인에게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AI 기술과 사용이 확산되는 미래에 있어 상법 개정이 갖는 의미를 좀 더 고찰해야 할 것 같다.” 

참석자들은 뉴미디어 혁명이 기업거버넌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창환 대표는 “기업이 광고비 집행을 하고 이로 인해 언론이 유지되는 구조에서 기업을 견제, 컨트롤하는 측면이 부족했었는데,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정보가 제대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뉴미디어 혁명과 동학개미운동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의 권리를 제고할 수 있는 바로 지금이 기업 거버넌스 혁명의 적기다”고 분석했다. 이종섭 교수는 “우리를 어떻게 미디어에 노출시키는지 등 미디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움직이면서 다양한 SNS(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등 휴대폰으로 정보를 소화하고 거래하는 시대다. 개인들의 정보력은 굉장히 세질 수 있다. 이 정보력을 가지고 빠르게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투자자 집단이 스마트블록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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