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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상속세, 원조국 英도 폐지하는데… 韓 '유산취득세' 추진은 완전 폐지의 중간단계 될까
 
2024-09-19 09:54:03
최근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에게도 미치면서 정부가 완화 방안으로 유산취득세를 제시했으나, 상속세 자체가 이중과세로 불합리한 조세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만큼 점차 완전 폐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유산 취득세 법률안을 국회 제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연구 용역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진국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과세 표준 산정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데 상속재산 분할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을 우선 고려 중"이라며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에서 차감하는 현행 공제 제도를 상속인별 상속재산에서 차감하는 공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납세 편의 측면에서 적용하고 있는 일괄공제는 유산취득세가 도입될 경우 폐지가 필요하다"면서 "배우자 자녀 등 상속인별 공제액 규모는 현행 상속세 공제액 등을 감안해 따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온 만큼 국민 정서를 반영해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겠다는 취지다. 유산취득세는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를 과세 대상으로 보고 상속자들이 함께 세금을 납부하는 현행 방식 대신 개별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만큼만 부담하는 방식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를 뛰어넘어 상속세 완화를 점차 폐지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이같은 배경에는 소득세 등을 장기간 내며 축적한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란 형태로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부당한 '이중 과세'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실제로 상속세의 원조 격인 영국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상속세 폐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1796년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상속세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32만5000파운드(약 5억4000만원) 초과 유산에 40%의 단일세율을 적용해 극소수의 부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거뒀다. 

그러나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현재 상속세는 중산층까지 큰 영향을 주며 국민의 불만은 커져갔고,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두드러졌다. 이에 캐나다와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등 OECD 10국은 상속세를 이미 폐지했고 영국마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1950년 상속세를 도입한 한국은 10억원 초과 유산에 대해 여전히 최고 55%의 상속세를 매기고 있다. 특히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인 셈이다.

2020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을 계기로 과도한 상속세에 개편 방안이 검토되며 유산취득세로 변경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자본이득세를 비롯한 상속세 완전 폐지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자본이득세란 사실상 상속세 폐지안으로 자본자산의 매각에서 발생하는 이득과 손실에 대한 조세다. 캐나다와 스웨덴 등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오문성 한반도선진화재단 조세재정연구회 회장은 "상속세의 문제는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대한 문제이고, 이는 기업의 영속성과 연관된다"며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것이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대주주 세금까지 고려하면 전 세계 최고 세율을 걷는 국가에서 누가 기업을 운영하고 싶겠느냐"며 "기업은 영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식한테 물려주는 순간 60%씩 없어지면 회사 존속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상속받은 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질적으로 팔았을 때 양도소득세처럼 세금을 걷는 게 맞다"면서 "상속세를 점차 내리다가 폐지를 검토하는 등 해외 사례처럼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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