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안 관계, 한국 안보에 직결
● 中 실제 침공 가능성 낮아… 포위·봉쇄 전개
● 4년 뒤 ‘인민해방군 100주년’ ‘시진핑 4연임’ 관건
● 트럼프 당선, 대만 운명에 결정적 영향 줄 수도
● 대만해협 사태 바다 건너 불구경해선 안 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인민해방군에 2027년이 지나가기 전에 대만을 성공적으로 공격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양안 간 분쟁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게 현실이다.”
윌리엄 번스(William J. Burns)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제안보·정보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중국 대만 침공 가능성’에 목소리를 높인다. 구미(歐美) 싱크탱크에서는 ‘워게임’ 등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 사정은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라며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 일본과도 대조적이다. 이 속에서 “대만해협 문제를 바다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전문가가 있다.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현규 센터장은 ‘학구파’ 예비역 장교다. 육군사관학교 중국어과 41기 졸업·임관 후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한국군 장교 최초로 중국 본토에 유학해 중국런민대(中國人民大)에서 석사학위를, 단국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대만 국방대학 정치작전학원(政治作戰學院)에서 연수했다.
국방정보본부 중국분석총괄장교·아시아과장, 주중한국대사관 육군무관,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무관으로 양안(兩岸)을 모두 경험하고 현장에서 분석했다. 육군 대령 예편 후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신한대 특임교수, 한국군사학회 이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 후 대만해협 양안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요.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민진당 정부 출범이 원인입니다. 집권 민진당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민주화와 대만 독립이죠. 베이징(北京) 정부로선 눈엣가시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중국은 대만과 모든 공식 교류를 단절했습니다.”
대만 국내 정치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한 조현규 박사는 더욱 근원적인 문제는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에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퇴임 직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미국 관리와 대만 당국자 간 접촉 제한 규제 해제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현 바이든 행정부도 정책기조를 계승했고요. 미국 상·하원 의원, 고위 관리 대만 방문이 줄 잇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타이베이(臺北)를 공식 방문했습니다. 중국은 일련의 사태가 국제사회의 ‘대만 독립’ 인준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1인 독재체제 강화로 인한 중국공산당 내부 불만 고조 등 내부 문제를 대만 침공이라는 외부 문제로 돌리려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만 침공 시점으로 거론되는 2027년과 관련해 세 가지를 주목합니다. 첫째,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라는 점입니다. 시진핑 집권 후 인민해방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2027년이 목표 시점입니다. 둘째, 시진핑의 4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중국공산당 제21대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는 해라는 점입니다. 셋째, ‘중국몽(中國夢)’ 달성 시점으로 제시한 2049년입니다. 중국몽 달성의 핵심인 ‘강군몽(强軍夢)’ 분야에서도 일정 수준 실적을 내야 하는데 2027년 중간 점검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이라 보나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싱크탱크,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침공 시나리오에서 인민해방군의 대만섬 상륙작전 전개를 가정했습니다. 저는 상륙전 전개 가능성은 낮게 봅니다. 승자와 패자에게 ‘궤멸적 피해’와 ‘궤멸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죠.”
조현규 박사는 근거로 올해 1월 9일, CSIS가 2026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한 워 게임 보고서 ‘다음 전쟁의 첫 번째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를 들었다. 보고서는 “미국·대만·일본은 중국의 전면적인 침공을 물리치고 대만의 자유를 지켰지만 막대한 피해는 피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은 항공모함 2척, 순양함·구축함 10여 척, 전투기 수백 대를 손실하고 전사자 3200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138척의 군함이 파괴되면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이 ‘난장판’이 되고, 전사자는 1만 명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문 시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전개했습니다. 대만 안보 전문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했지만 제가 읽은 행간의 의미는 상륙전이 실제 벌어질 가능성은 낮게 본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고사(枯死)작전 전개입니다. 대만해협을 전면 봉쇄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만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것입니다. 목표는 ‘일국양제’ 수용이라는 일종의 항복 선언을 받아내는 것이고요. 포위·봉쇄 작전이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중국과 미국의 해군 전력 역전 현상을 든다. 2023년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현재 약 340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고 수년 내에 400척의 함정을 배치할 수 있다. 반면 미국 해군 함대는 현재 300척에 못 미친다”며 양적 열세를 시인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전력이 양적 측면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함대 혹은 해군 제7함대를 능가했습니다.
“인민해방군 해군 함정 수는 이미 미국을 초월했습니다. 주지할 점은 미국 해군 최강으로 꼽히는 제7함대의 전력입니다. 물량 면에선 열세이나 무기 질(質), 함대 운용 능력, 합동작전 능력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여전히 우위라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인민해방군의 상륙전 전력이 절대 부족합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식 평가입니다.”
상륙전, 시가전 전개는 어렵다는 것인가요.
“일반적으로 군사작전을 수립할 때 지상전의 경우 공격 대 방어 전력 차이를 3대 1로 상정합니다. 공격군 병력이 방어군의 3배가 돼야 승산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륙전은 또 다른 차원입니다. 6대 1 혹은 10대 1로 봅니다. 대만 지상군 전력이 13만 명 정도인데 중국은 100만 명은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무엇보다 평균 폭 180㎞의 대만해협이라는 지형적 장애물이 가장 큰 난관입니다. 대규모 병력 상륙을 위해서는 상륙함, 로로(RORO)선, 수륙양용전차 등이 필요한데 인민해방군은 이 분야 전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결정적으로 미군이 개입할 경우 제공권·제해권 확보가 불가능해집니다. 상륙작전 자체가 어려운데 대만군이 저항할 경우 시가전까지 벌여야 하는데 실행할 경우 ‘궤멸적 패배’가 예상됩니다.”
그는 중국 지도부도 대만 침공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덧붙였다.
“중국에는 승산 없는 게임이지만 ‘승산 없다’고 발표할 수는 없으니 변죽을 울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며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죠. 선전전·여론전·심리전을 전개하며 대만 정부와 국민을 압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면 한국 수출입 선박은 우회해야 합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원유 수입 세계 4위이고, 에너지 자급률은 3%에 불과합니다. 원유 수입 분량의 90%는 호르무즈·믈라카·바시해협을 잇는 남방 항로를 통해 수송됩니다. 중국이 해당 항로를 봉쇄하면 3개월 내 국가 기간 산업이 마비됩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죠. 경제안보 측면에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합니다.”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것이다’라는 등 이른바 가짜 뉴스를 활용한 인지전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군(軍) 전략가 차오량(喬良)·왕샹수이(王湘穗)가 저술한 ‘초한전(超限戰)’에서 주요 전법으로 제시된 인지전(認知戰)의 일종입니다. 최종 목표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죠. 가짜 뉴스도 장기적으로 유포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조현규 박사는 1979년 미국-대만 단교 후 제정·공포된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RA)에 대만 방어 관련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방기(放棄)는 현실상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중국의 가짜 뉴스가 호소력을 얻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그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시 트럼프는 ‘중국 내정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늘 강조해 왔고요. ‘미국의 대만 포기’라는 중국의 희망은 트럼프가 재선되면 폭발력 있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초한전(超限戰)의 일환인 회색지대전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실상은 어떤가요.
“대만 침공 시나리오 첫 단계로 거론되는 것이 해저 케이블 절단입니다. 고의로 절단하고 ‘실수’라고 변명하면 대응하기 곤란해집니다. 손자(孫子)의 후예인 중국은 모략(謀略)에 정통하고 각종 비(非)정규전 전략·전술에도 능합니다. 합법과 비(非)합법, 국지 도발과 전쟁의 경계를 허물면서 저강도 도발을 지속해 목표를 달성하려 합니다. 인민해방군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군함의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은 뉴노멀(新常態·새로운 표준)을 만들려는 전술입니다. 해당 지역을 분쟁지대화하는 것이죠. 회색지대 전술은 남중국해에서도 일상화됐습니다. 중국 해상민병(海上民兵) 활동이 대표적입니다. 어부로 가장한 군인들이 지형 정찰, 해상 감시 활동 등 초보적인 정찰 활동을 상시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선단으로 타국 군함이나 어선의 항로를 방해하기도 하고요. 형식상 ‘민간인’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해도 상대국에서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형편입니다. 2013년 4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하이난(海南)성 탄먼(潭門) 해상민병대 어선을 방문했습니다. 전 세계 어느 국가 정상도 민병 어선단을 방문한 적이 없죠. 해상민병을 중시한다는 상징성을 띤 방문이었습니다.”
2021년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이 발간한 ‘중국의 해상 민병대 운용과 문제점’ 보고서에서는 해상민병을 중국 해군으로부터 교육·훈련을 받으며, 군인과 같은 월급을 지급받는 등 준(準)해군 전력으로서 평상시 스파이 활동을 수행하며 유사시 전구(戰區)사령부의 지시를 받는 준군사조직으로 정의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전, 북한 도발을 유도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발을 묶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 무력 침공과 최종 점령을 결정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아니라 ‘격동격서(擊東擊西)’가 되는 것입니다.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2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죠. 중국은 미국 전력과 관심을 분산시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북한의 군사도발을 용인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일본에선 ‘대만 유사=일본 유사’라고합니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요.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대만해협 분쟁 시 일본 개입을 시사했습니다. 군비 증강 명분도 되고요. 한국 상황은 다릅니다. 북한 변수가 있습니다.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을 차출할 경우 안보 공백이 발생합니다. 중국이 북한을 사주해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식으로드 북한의 행동 반경을 넓히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은 유사시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응 상황은 어떠한가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바다 건너 불구경’ 수준입니다. 유사시 대응 시나리오가 현재로선 없습니다. 일본은 지난 7월, 일본전략연구포럼(JFSS)이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INDSR)과 공동으로 2027년 대만 침공을 가정한 ‘대만해협 위기 워 게임’을 실시했습니다. 한국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대응책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조만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대만해협 분쟁 시 주한미군의 역할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문제와 직결됩니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유사시 주한미군 국외 파병 문제를 두고서 ‘한국 국민의 동의하에 움직인다’고 합의했습니다. 이는 외교적 수사(修辭)에 가깝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동맹 관계인데 유사시 국민 동의를 얻을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동맹국의 자국 군대 차출을 막을 명분도 약하고요. 위급 상황 시 전략적 유연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대만해협 무력 충돌 발생 시 주한미군 투입이 예상됩니다. ‘동맹의 방기’가 아닌 ‘동맹의 연루’가 발생하는 것이죠. 주한미군 병력 중 군산·오산의 제7공군 전력 우선 투입이 예상됩니다.”
유사시 중국이 평택 주한미군 기지 등을 타격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의 촉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북한 변수 등을 고려해 표면상 중립을 지킬 수 있는데 참전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고요. 평택의 USAG 험프리스는 엄연한 대한민국 영토입니다. 주일미군 기지 공격 가능성도 낮게 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중국을 경험하고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이 서방 군대처럼 스마트하지는 않으나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집단은 아닙니다.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엘리트 집단입니다. 자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할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중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중국 지도부가 당혹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대만 문제와 관련지어 세계 군사력 2위 러시아가 지상전에서도 고전하는데 상륙전은 전망이 더 어두울 것이라 판단하겠죠. 인민해방군은 1979년 중국-베트남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전무합니다. 시진핑이 추진 중인 군 현대화도 진행형이고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교훈을 얻은 중국 지도부가 대만 침공을 재고(再考)할 것이라 봅니다. 대만섬을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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