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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前 북핵대사 “美 도·감청 유출 러 정보공작 의심”
 
2023-04-25 10:38:48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터진 미국의 도·감청 의혹 기밀문서 유출사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라는 입장이다. 지난 4월 11일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미국 방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질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외교 원로 이용준 전 북핵대사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일부에서 이번 사태를 도·감청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아직 단정할 증거가 없다”며 “한·미 관계나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대사는 “유출된 제3국 관련 정보가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항이어서 대부분 러시아가 이익을 본다”며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이 국제적으로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한·미 정상회담이 2주 남은 상황에서 미국의 기밀문서 유출이 논란이 되었다. 향후 정상회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기밀문서가 유출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그 내용 중에 상당 부분이 공개 정보를 토대로 해서 조작됐다는 의혹이 미국 정부와 해외 언론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누가 어떤 의도로 그런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 미국이나 관계국 정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누군가가 정보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교묘하게 섞어서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다. 기밀 서류에서 자국 관련 사항이 언급된 프랑스와 이스라엘은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리 정부도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 사안을 도·감청 사건으로 단정해서 몰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그렇게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 사안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이 사안이 한·미 관계나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이 국제적으로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 같다. 유출된 제3국 관련 정보가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항이고, 대부분 러시아가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경찰이 살인사건 범인을 수사할 때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보는지 조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미국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저지하거나 약화시킬 목적으로 정보를 조작 또는 과장해서 유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우리 측이 미국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관계의 정확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미국의 도·감청 사건인지 아니면 미국의 적국에 의한 정보공작 내지 이간공작인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다. 아마도 한·미 외교 당국이나 정보 당국 사이에 이미 협의가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국 정부 간 협력을 통해 미국의 조사 결과를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한국 내에서 첩보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이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이고 또한 미국의 적국이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기에 중국의 잠재 적국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첩보 활동을 강화할 이유가 가장 많은 두 나라 중 하나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있겠지만 아마 중국에 소속된 여러 공공단체, 민간조직, 기자, 기업인, 유학생 등을 통해 한국의 외교·국방·과학기술 등에 관한 첩보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형법 98조에 ‘간첩죄’라는 것이 있는데 오래전에 제정돼 너무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이다. 이 법에 따르면 간첩은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는 자’ 그리고 ‘군사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 이 두 가지다. 이런 경우에만 간첩죄로 처벌토록 규정돼 있는데, 그렇다면 적국으로 규정되지 않은 중국 같은 나라를 위한 간첩행위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형법 98조를 개정해서 ‘적국’을 ‘외국’으로 속히 변경할 필요가 있다.” 

-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 사안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첫째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항해 국가 안보를 확고히 할 수 있는 한·미 공동의 대비태세를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북핵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 강화문제,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문제, 확장 억제의 실효성 강화문제 등이 포함된다. 둘째는 미·중 패권경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범세계적 과학기술 디커플링의 시대를 맞아 어떻게 한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갈 것이냐는 문제다. 디커플링이 극단적으로 진전될 경우에 대비해, 중국이 없는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찾아갈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토식 핵 공유’를 논의해야 할까. “나토식 핵 공유는 1950년대에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의 독자 핵무장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미국이 나토 5개국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보관하다가 미국의 핵 사용 결정이 있을 경우 동맹국 전폭기를 이용해 핵을 적국에 투하한다는 일종의 임무 분담 개념이다. 우리는 세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첫째 현재 미국이 핵 공유협정에 따라 유럽에 배치한 핵무기는 대부분 B61-12 핵탄두다. 이는 전략핵과 전술핵 겸용의 핵폭탄으로 필요에 따라 폭발 강도를 히로시마 원폭의 3배가 넘는 50kt 전략핵에서 히로시마 원폭의 50분의1에 불과한 0.3kt 전술핵에 이르기까지 4단계로 수시 조절이 가능하다. 일종의 다용도 전략핵무기인 셈이다. 이런 미국 전략핵무기를 한국에 상주 배치하는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만일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감행한다면 핵미사일을 사용하게 될 전망인데, 그에 대한 보복 핵 공격을 미국 핵미사일로 하지 않고 핵 공유협정에 따라 한국 공군기가 핵탄두를 직접 싣고 북한 상공에 투하한다는 70년 전의 전략개념이 과연 군사적으로 효율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핵 공유는 유사시 한·미 두 나라가 핵사용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 방식이다. 두 나라 중 한 나라만 동의하지 않아도 핵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런 핵 운용 방식이 북한에 대해 핵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는 미사일 방어망의 대대적 확충이다. 초보적 단계에 불과한 우리 미사일 방어망을 최소한 이스라엘, 일본 수준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저고도 방어용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물론, 고고도 방어용 사드 포대도 몇 개 추가 배치해야 한다. 최근 과학기술 발전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요격성공률은 95% 이상에 달하며 사드는 100%의 명중률을 기록하고 있어, 유사시 북한 미사일의 대부분을 요격할 수 있다. 북핵 위협 얘기가 나오면 우리 국방부는 ‘3축체계’라는 추상적인 미래계획서만 내세우는데, 그 계획서만으로 국가안보를 보장할 수는 없다. 최소한 당장 가동 가능한 미사일 방어망 하나라도 제대로 신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압도적 수준의 재래식 군사력 구축이다. 북한이 김일성 시대부터 핵무장을 추진해 온 최대 이유는 대미 핵위협을 통해 미군의 한반도 개입을 막고 재래식 군사력으로 한반도를 무력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한국이 북한의 3~4배에 달하는 압도적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북한의 무력통일은 불가능하고 대미 핵위협도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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