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 사교육 과열 '근거없다'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2025자사고 일괄폐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실수요자인 학생/학부모 대부분이 부작용이 클것으로 우려하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대 연구팀이 서울 지역 학부모 1003명을 대상으로 자사고 일괄폐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학부모 10명 중 7명은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강남8학군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사교육 의존도가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도 62.4%에 달했다. 내년 차기 정권 들어 자사고 정책이 번복될 것이라는 의견도 55%로 과반수였다. 반면 자사고 일괄폐지 추진과정이 공정했다는 응답은 37.1%에 불과했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 연구팀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교육현안 연속세미나'를 3일 개최했다.
교육전문가들 역시 특목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공교육이 약화되는 만큼 교육특구 중심의 사교육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평준화시절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급성장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전국자사고 등을 대부분 비강남권이나 지방에 설립했다"며, "결국 특목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고교평준화 시절로 돌아감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공교육 내수월성 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사라질 경우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시장에 몰림은 물론, 해외 유학으로 눈길을 돌리는 등 인재유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교총 역시 "학생마다 다른 소질이나 적성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정시확대로 인해 공교육 내 문제풀이식 수업이 강화되고, 전국학업성취평가에서 단 3%의 표본조사만 시행되는 현 상황에서 자사고마저 사라질 경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특목자사고 폐지의 근거로 문재인정부가 내세웠던 과도한 고입경쟁과 사교육 과열에 대해서도 '실증적 근거가 없다'는 분석결과가 처음 나왔다. 성대 연구팀이 서울시내 일반고/자사고/특목고에 다니는 고3학생 1736명의 성적추이/가정환경/사교육 참여율 등을 추적한 결과, 중3 때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학생들이 자사고에 진학해서도 성적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책임자인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자사고의 우수한 교육과정이나 진로/진학 프로그램 등이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견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교육전문가 역시 "애초에 수월성 교육을 희망하며 공부해 온 학생들이 자사고에 진학할 확률이 높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해당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을 단순히 사교육의 폐해나 고입경쟁 과열로만 해석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9년 재지정평가로 지정취소 위기에 놓여있던 자사고 10개교가 자사고 지정취소 가처분 소송에서 전원 1심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자사고 일괄전환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졸속개편안이라는 비판에도 교육부는 이미 2028학년부터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에 착수, 미래형 수능으로 대변되는 논술형 수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현 정부 임기 중 자사고 지정취소 정책이 뒤집히는 일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사고 일괄폐지에 대해서는 내년 치러질 대선이 주요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가 2025년 일괄전환을 못박았다고 해도 차기 정권이 현 정권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추후 정권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학부모 62.7% '자사고 폐지, 사교육 의존도 확대될 것'>
서울 지역 학부모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자사고 폐지에 대한 찬반은 반대50.6% 찬성41.8%로 나타났다. 일괄폐지 과정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는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52.6%, 공정하다는 응답이37.8%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조차 2025학년 일괄적 폐지 방침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셈이다. 조사는 초등학교 학부모 500명, 중학교 학부모 503명을 대상으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진행됐다.
자사고를 일괄 폐지할 경우 강남8학군의 부활로 지역간 학력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68.9%에 달했다. 교육당국 역시 교육특구 열기가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2021대입부터 정시확대와 자사고 일괄전환 등의 교육정책이 맞물리며 교육특구가 강세를 보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베리타스알파의 서울대 정시 실적 자체조사 결과, 톱50에 이름을 올린 일반고 13개교 중 7개교가 서울 교육특구 소재 학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강남구에 위치한 상문고 서울고 단대부고 반포고 경기고 중산고 6개교와 대표적인 강북지역 교육특구인 노원구 소재의 대진고다. 한 교육전문가는 "평준화시절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급성장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전국자사고 등을 대부분 비강남권이나 지방에 설립했다"며, "결국 특목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고교평준화 시절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공교육이 약화되는 만큼 교육특구 중심의 사교육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교육 의존도가 확대될 것이란 응답도 62.7%로 과반수를 넘었다. 매년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갱신한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방증한다. 올 초 조사된 2019년 월 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2007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30만원대를 돌파했다. 전체 초중고 학생 사교육 참여율 역시 2016년 67.8%, 2017년 71.2%, 2018년 72.8%, 2019년 74.8%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학교급별 사교육비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고교생의 증가세가 가장 컸다.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4만4000원이 늘어난 13.6%의 증가율을 보였다.
자사고 폐지시 고등학교 교육상황이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란 응답이 대다수였다. 내신성적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응답이 57.4%, 수월성 교육 말살로 인한 하향평준화가 진행될 것이란 응답도 55.3%에 달했다. 학교수업이 혼란을 빚을 것이란 응답과 학교 서열화가 심화될 것이란 응답도 각 50.6%, 50.5%로 과반을 넘겼다.
<교육 정책 '낙제' 평가.. 친정부 성향 '정부버팀목' 40대조차 부정적 응답 66% '육박'>
문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의 평가는 낙제 수준이다. 성대 연구팀이 학부모 1003명의 평가결과를 A학점부터 F학점까지 수치화한 결과, 현 교육정책 점수 평균은 F학점에 해당하는 52점으로 나타났다. 100점 만점 기준 △F학점 0~59점 △D학점 60~69점 △C학점 70~79점 △B학점 80~89점 △A학점 90~100점으로, '코로나 상황 온라인 수업 내실화'를 제외한 4개항목 모두 F였다.
사교육부담경감 48점, 입시제도 혼란해소 48점, 교육격차해소 50점, 기초학력 증진 53점 등 모두 낮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던 온라인 수업 내실화 정책만 60점으로 유일하게 D학점을 받았다.
학부모 연령별로 살펴봐도 전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압도적이었다. 40~44세(66.6%), 50세 이상(61.5%), 45~49세 (60%), 39세 이하(59.5%) 순으로 부정응답률이 높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많은 40대는 현 정권의 정치적 버팀목으로 꼽히지만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가장 부정적이었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사대상인 초/중등 학부모의 경우 40~44세에 가장 많이 분포돼있다. 40대의 부정응답률이 높다는 것은 학부모들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낙제평가에도 불구, 교육정책 졸속강행을 이어가는 기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차기 정권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흡수한다는 보장도 없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실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낙제점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학생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올바른 교육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수요자들의 의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사교육 과열 주범' 근거 없다.. '철저한 수월성 교육 효과'>
성대 연구팀은 자사고/외고가 사교육 과열의 주범이라는 문정부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서울시내 일반고/자사고/특목고에 다니는 고3 학생 1736명의 성적분포와 가정환경, 사교육 참여율 등을 추적한 결과다. 조사대상은 일반고 학생 78.1%, 자사고 학생 11%, 특목고 학생 3.4% 등이다.
자사고의 교육성과를 분석한 결과, 중3때 중상위권 학생들이 자사고에 진학한 후에도 성적 향상에 큰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사교육을 통한 성적향상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자사고만의 커리큘럼 등이 성적 향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문과학생들에게서 이런 효과가 두드러졌다. 중3 당시 상위25%에 해당했던 문과 학생들은 자사고 입학 후 국어30.26% 수학16.81% 영어47.72%의 자사고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 효과란 성적 향상에 '자사고의 영향력'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나타낸다. 자사고의 특화된 입시체제 등이 성적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학생들의 성적 상승을 두고 단순히 사교육의 영향력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자사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애초에 수월성 교육을 희망하며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을 확률이 높고, 자사고의 수업체계가 학생들의 수월성 교육애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며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도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3 당시 상위25%에 해당했던 이과 학생들의 경우 자사고 효과가 국어는 12.72%, 수학- 9.31%, 영어-3.31%이었다. 이과 학생들의 수학/영어 성적 향상 원인에는 사교육과 부모 소득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위50%까지 범위를 확대할 경우, 국어9.55% 수학8.87% 영어17.54%로, 자사고 수업이 학생들의 성적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대 연구팀은 “이과보다 문과, 특히 하위권보다 중상위권 학생들의 자사고 교육성과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지정취소 1심 전원 패소에도 '항소'.. 추가적인 혈세 지출 '불가피'>
2019년 각 시/도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해 지정취소가 이뤄진 곳은 총 10개교다. 서울8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전주 상산고다. 이중 교육부의 부동의로 인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상산고를 제외한 10곳이 재지정평가를 통해 강제로 지정취소됐다. 10개교 모두 지정취소에 불복하며 2019년 8월 지정취소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 전원 1심승소했다.
각 교육청이 패소한 소송 모두 항소를 고수함에 따라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관련한 추가적인 혈세 지출도 불가피해졌다. 지난 3월24일 서울교육청이 곽상도(국민) 의원실에 제출한 ‘행정 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관련해 총 1억20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4건의 행정소송을 진행, 각3000만원 지출했다는 설명이다. 부산/경기 교육청의 1심 소송비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울교육청과 비슷한 규모였다고 가정할 경우 10개교 1심에서만 1억8000만원에 육박하는 혈세가 소요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수요자들은 대체로 '1심에서 패소한 후 추가적인 항소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내다봤다. 성대 연구팀이 학부모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각 교육청의 항소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30.1%,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32.9% 규모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재판에서 1심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진행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퍼포먼스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정취소 10개교 모두 1심에서 승소했지만 2022자사고 입시는 기존 38개교 체제에서 35개 체제로 축소된다. 전국자사10개교 서울광역자사17개교 비서울광역자사8개교다. 서울광역자사 동성고 숭문고 한가람고 3개교가 최근 경쟁률 하락과 사회통합미달 등을 이유로 일반고 전환을 확정했다. 특히 숭문고는 지난 3월23일 자사고 지정취소 1심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케이스다.
<2025 자사고 일괄폐지 강행.. '대선 앞둔 대못박기'>
문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사고 일괄폐지/정시확대/고교학점제 전면도입으로 압축된다. 현행 내신 상대평가제를 고수하며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학생들은 수강인원 수에 따른 내신 유불리를 고려해야 한다. 소인수 과목은 경쟁에서 밀려나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학생의 흥미와 관계없이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정시확대 역시 고교학점제와 충돌한다. 수능 영향력이 커질수록 학생들은 수능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선택과목만 고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 정시가 확대될 경우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게끔 한다'는 고교학점제의 기본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
교육부는 이미 2028학년부터 시행될 대입제도 개편에 착수한 상황. 2028 대입제도는 4년예고제에 따라 2024년 3월 공개될 예정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수요자를 위해 대입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문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시행했던 4년예고제를 스스로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 역시 "당장 내년 대선에 따라 교육제도가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2028학년 수능까지 개편한다는 것은 이미 엎질러진 교육정책들을 못 박아두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다음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교육제도를 전면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괄전환 실현될까.. 2022대선 '주요 변곡점'>
2025년 자사고 일반고 전환이 현실화될지는 2022대선 이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일괄전환을 시행령 개정 형시으로 못 박은 상태여서 추후 정권의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성대 연구팀이 학부모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차기정부에서 특목자사 폐지정책이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55.1%로 과반을 넘겼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 정권을 뒤집겠다는 명목으로 정책 뒤집기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졌다.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던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 역시 차기 정권들어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한 개인의 입맛대로 교육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경우 애꿎은 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법소원 결과 자사고 일괄전환 여부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두고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다만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헌법소원이 2025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헌법소원이 길어질 경우 자사고가 일반고로 일괄전환되는 2025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