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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경제성장도 분배도 ‘자유경제체제’ 근간 위에서 실현해야
 
2021-06-15 10:10:32
■ 내분 사회, 헌법 정신에 길을 묻다

獨, 경제민주주의 사실상 폐기
韓, 1987년 ‘경제민주화’ 삽입
지금까지 해석·맥락 놓고 논란

‘官→民’경제 전환 취지 있지만
사실상 ‘기업규제’의미로 통용

“시장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정부, 과도하게 개입하면 안돼”

헌법 119조에 반영된 ‘경제의 민주화’ 혹은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처음 헌법에 반영될 때부터 현재까지 논란의 대상이다. 공동체 유지와 개인의 자유·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약속인 헌법에 적시된 개념인 만큼, 경제민주화에 담긴 헌법 정신을 보다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고전적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에서 시작된 경제민주주의 바람 = 경제민주화의 원조로는 1920년대 전후의 독일이 꼽힌다. 당시 사회민주당(SPD)과 노조들이 ‘경제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데 적극 나섰다. 우선 1919년 만들어진 바이마르 헌법에 경제민주주의 정신이 엿보인다. 재산권에 대해 ‘사회적 구속성’ 원리를 반영한 것과 같은 기조다. 이는 바이마르 헌법이 독점 자본주의에 의한 빈부 격차 확대와 소외계층의 생계 위협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기조는 근대 헌법 사상 처음이었다. 바이마르 헌법은 151∼165조에 걸쳐 ‘경제는 정의의 원칙에 따른다’는 기본 원칙 아래 경제 관련 조항을 나열했다. 구체적으로 151조 1항은 “경제생활의 질서는 각자로 하여금 인간의 가치에 타당한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정의의 원칙에 적합하여야 한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고 적시했다. 또 156조 2항은 “제국은… 경제적 화물의 생산·제조·분배·소비·가격과 전출입을 공공경제의 원칙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도 규정했다.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민당 정치인 프리츠 나프탈리는 “경제민주주의는 경제적 관계의 민주화를 통한 정치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그 개념을 정의했다. 바이마르 헌법과 나프탈리가 제시한 원칙에 나타난 경제민주주의는 ‘소유권과 생산수단의 운영을 개인과 기업의 자율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고전적 자본주의 혹은 자유방임주의와 배치되는 것이었다.

다만,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후 ‘질서자유주의에 기초한 사회적 시장경제’를 내세운 기독교민주당(CDU)이 정치 주도권을 잡으면서 경제민주주의는 사실상 폐기된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기민당의 질서자유주의는 시장경제질서 확립에만 정부가 개입하며 경제활동은 자유에 맡긴다는 원칙으로, 이에 기반한 사회적 시장경제는 독일에서 경제민주주의와는 대립되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기민당은 경제민주주의에서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공동결정제 등의 요소만 제한적으로 수용했고, 현재 독일에서는 좌파당(Die Linke)이 기존 경제민주주의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1987년 헌법’의 경제민주화 논의 = 독일의 경제민주주의 같은 흐름이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로 등장했다. 한국에서 경제민주화 개념이 대두된 배경도 기본적으로는 서구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고전적 자본주의의 부작용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1987년 현행 헌법이 성립하기 전까지 한국 경제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압축적 산업화를 통해 성장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국제적 이벤트를 잇달아 개최할 정도로 고도성장이 이뤄졌다. 이는 중앙집권적인 독재정권이 주도한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압축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쏠림 현상을 비롯, 경제 발전 수혜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증가와 계층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때마침 정치 분야에 불고 있던 민주화 바람은 경제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새로운 헌법에 ‘경제의 민주화’라는 조항이 삽입되기에 이르렀다. 현행 헌법 119조 2항은 “…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9차 개헌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경제의 민주화’라는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미로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해석과 입장이 엇갈리며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1987년 10월 개정돼 이듬해 2월부터 시행된 현행 헌법(10호 헌법)의 ‘개정 이유’는 경제 조항에 대해 “경제질서에 관하여는 자유경제체제의 원리를 근간으로 하면서 적정한 소득의 분배, 지역경제의 균형발전, 중소기업과 농·어민 보호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고, 국민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도록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자유경제체제 원리가 경제질서의 근간임을 재확인한 뒤에 국민 복리와 사회정의를 언급한다.

이에 대한 해석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우선 개정 이유와 조문의 언급 그대로 자유경제체제 원리 위에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경제민주화의 본뜻으로 여기는 입장이 있다. 이는 정부·기업·가계라는 경제 3주체 가운데 정부가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관치경제로부터 민간 주도 경제로의 전환, 즉 ‘경제자유화’의 의미로 경제민주화를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는 단순히 민간 혹은 기업에 경제 주도권을 맡기자는 의미를 넘어 민간 주체인 사용자와 노동자 간 협조를 통해 노사 공영을 추구한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반면 경제민주화 조항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과거 압축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경제 주체들이 법과 관행을 철저히 지키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이런 입장은 대기업을 비롯한 재계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런 해석에 근거한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기업 규제와 동일한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실질적 ‘경제민주화’ 정신 = 독일식 경제민주주의의 공동결정제 같은 일부 요소는 국내에서도 해방 직후에 단편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철수한 공장을 노동자들이 접수해 관리한다는 노동자 자주관리운동 같은 사례들이다. 또 1948년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고 규정했다. 당시 개념으로는 ‘경제질서’ 자체가 사회정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다만 박정희 정부의 1962년 5차 개헌에서부터 경제질서 조항이 1, 2항으로 분리되고, 경제질서의 기본은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 변경됐다. 또 사회정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의 주체는 ‘국가’로 규정됐다. 이런 경제질서 조문은 현행 10호 헌법 직전인 1980년의 ‘5공화국 헌법’(9호 헌법)까지 거의 유사하게 유지됐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경제에 관한 국가의 역할 중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경제 규제와 조정’을 ‘경제의 민주화 실현을 위한 규제와 조정’으로 대체했다. 경제민주화를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및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로 대체한 것이다. 이런 조항을 경제자유화로 해석하든, 정부의 기업 규제로 해석하든 본질은 사회정의 실현을 추구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가 그 모태가 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판례를 통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자유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경쟁으로 인한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원리”로 규정했다. ‘경제적 관계의 민주화’라는 독일의 원조 경제민주주의와는 결이 다른 셈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그동안 재벌 해체 등 시장 규제의 관점으로만 접근됐는데, 민주화라는 건 규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며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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