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무엇을 위한… '
저자 4인 좌담회
반시장적 규제 수단으로 오용
“경제민주화는 한국의 모든 문제를 재벌 탓으로 몰고 있습니다. 반기업 정서를 확산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오류투성이 담론입니다.”
지난달 출간된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경제민주화인가》 저자 4인은 8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경제민주화가 한국 사회를 퇴보의 길로 밀어넣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질서경제학회장),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은 지난달 22일 경제민주화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한 이 책을 발간했다.
독일 브레멘대에서 사회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상철 교수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경제민주화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창작물”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제 학술·역사계에서 경제민주화 또는 경제민주주의는 1920년대 독일 사회민주당과 독일노총이 처음 설계한 개념으로 통용된다. 국가 개입 경제, 핵심 기업 국유화, 노동자의 기업 통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한마디로 ‘사회주의로 가는 중간단계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후 독일에서 경제민주화는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수십 년간 명맥만 이어오다 2007년 독일 사회민주당조차 폐기하면서 사실상 ‘고대의 유물’이 됐다.
김 교수는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유산인 경제민주화가 한국에선 학술적 근거와 국제적 보편성 없이 시대정신으로 둔갑해 반시장적 규제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목적이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라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을 버리고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라고 명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경제민주화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개념의 왜곡이고 반기업 정서 확산을 위한 선동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영기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정부 주도로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이것이 대기업 통제를 당연시하고 시장경제 원리를 침해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준선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최근 통과된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기업을 끊임없이 괴롭힐 기업규제 3법”이라며 “기업 활동을 옥죄고 생산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 직원들이 보고를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총수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기업들은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가장 우수한 직원들을 기술개발이나 마케팅 등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대응팀에 몰아넣으면서 불필요하게 경쟁력·비용을 낭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본은 해외 자본의 자국 기업에 대한 경영권 공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외환법을 2019년 개정했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쟁국은 자국 기업 보호·육성 정책을 펴는데 한국은 반대로 기업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이용환 사무총장은 “경제민주화는 경제 가치를 무시하고 시장 기능을 외면하는 문제도 있다”며 “건전한 시장경제를 정착해 기업 혁신을 독려하는 동시에 인간 존엄을 중시하는 ‘인본적 시장경제’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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