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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탄소중립은 허황된 꿈...실현하려면 탈원전 이어 탈LNG 해야 할 판”
 
2021-01-06 16:25:09

<손양훈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탄소 '순배출 제로' 위해 전력공급량 3배 이상 늘려야

원전 등 기존 에너지 배제하고 신재생만으로는 역부족

마구잡이 태양광·풍력 도입하면 머지않아 골칫덩어리

文정부 에너지 정책, 사실과 과학의 영역 바깥에 있어

탈원전으로 에너지 안보 위협, 기술 종속 문제도 야기



정부가 지난해 12월 중요한 에너지 정책을 잇달아 공개했다.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10월에 선언한 ‘2050년 탄소 중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17일에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유가연동제를 올해 1월부터 도입한다는 전기 요금 체계 개편안도 내놓았다. 28일에는 오는 2034년까지 앞으로 15년간의 전력 공급 계획을 정한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제10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를 6일 만나 탄소 중립, 전력수급 계획 등의 실현 가능성과 문제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손 전 원장은 “실질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탈(脫)원전, 탈석탄에 탈액화천연가스(LNG)도 해야 할 판”이라며 “‘2050년 탄소 중립’은 구체성이 전혀 없는 그냥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은 사실과 과학의 영역 바깥에 가 있다”면서 “탈원전 등 급격한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안보 능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새로운 기술적 종속 문제까지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유가연동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유가연동제는 오래전부터 검토됐지만 시행하지 못하던 제도이다. 전기 요금을 원가에 연동하게 해주면 발전 사업자들이 연료를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도 국제 LNG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사오는 호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유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이마저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전력 시장은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경쟁도 없는 방만한 경영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전기 요금 인상 등 탈원전 고지서가 현실로 다가온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전기를 만드는 석탄과 LNG 등을 전량 수입해야 한다. 유가연동제는 유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전기 요금에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시작할 때 값싼 원전을 줄이고 원가가 높은 신재생과 LNG를 중심으로 전원을 바꿔도 전기 요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지난 3년여 동안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현상은 탈원전을 하면 전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음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탈원전 고지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유가가 오르더라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을 버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깨끗한 환경에 대한 요구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미 전 세계가 그런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매우 긴 호흡의 정책이어야 한다. 현재 마구 도입하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만 수단으로 해서는 승산이 없다. 값싼 화석에너지 시대에 개발된 신재생에너지가 효율이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장에서 검증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기술이 빠른 속도로 적용될 것이다. 이런 과정은 다양한 과학기술 영역에서 발전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소재·전기·전자·화학·건축·기계 등의 영역에서 진전이 있어야 생산성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처럼 서둘러 마구잡이로 태양광·풍력 등의 사업을 시행하면 몇 년 후에는 골칫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새로운 기술 적용 등 본격적인 변화가 오기도 전에 원전 등 기존의 에너지를 붕괴시키는 일은 도시가스가 공급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연탄아궁이부터 부수는 것과 같다. 에너지 전환이 지속 가능하려면 우선 안정적인 공급이 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놓은 ‘2050년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는데.

△탄소 중립은 지금까지의 에너지 전환과 차원이 다른 변화를 의미한다. 여러 나라에 이어 우리도 질세라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는데 그냥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기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과 전기로 만들지 않고 직접 사용하는 방법이다. 전기로 만들어 쓰는 비중은 전체 에너지 사용의 20% 미만이다. 나머지 80%는 열, 수송용 에너지, 산업용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에너지 전환은 20%를 차지하는 전력에서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LNG와 신재생을 늘리는 변화를 의미한다.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 즉 탄소 중립이라는 의미는 탄소를 제거한 만큼만 탄소를 배출하도록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열, 수송용 에너지, 산업용 원료 등은 거의 전부가 화석에너지인데 이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열은 전체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난방과 취사 등에 사용하는 기름보일러, 집단 에너지, 도시가스 등이다. 이들을 모두 전기로 바꾸겠다는 것은 바닥의 난방 파이프를 걷어내고 전기 코일을 깔고, 도시가스 대신 전기를 쓰는 방식으로 대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기를 엄청나게 소모한다. 수송용 에너지는 전체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휘발유와 경유, 그리고 액화프로판가스(LPG) 등이다. 이들은 화석에너지라 모두 전기로 바꿔야 한다.

-전력 공급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인데.
△탄소 중립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려면 현재보다 전력 공급이 3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가 120GW 정도의 설비를 갖고 있는데 탄소 중립이 되려면 최소한 360GW 정도는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탈원전에 탈석탄도 하고 있다. 넷 제로를 이루려면 탈LNG도 해야 할 판이다. 원전·석탄·LNG는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전원이다. 이들을 다 배제하고 나면 나머지는 빈약한 수력과 신재생밖에 없다. 이것으로 원전도, 석탄발전도, 종국에는 LNG 발전도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이른바 에너지 전환이다. 탄소 중립은 여기에서 몇 배 더 나가버린 황당할 정도의 꿈 같은 얘기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을 가져 안정적이지도 않다.

-탄소 중립 전략이 결국 기업의 팔 비틀기라는 비판도 있다.

△산업용 원료는 전체 에너지의 약 35%를 차지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철강 산업에서 코크스탄이나 석유화학에서 사용하는 나프타(naphtha)이다. 이들도 온실가스를 대량 발생시키는 화석에너지여서 원천적으로 전기로 대체할 수 없다. 산업이 없어지는 수밖에 없다. 철강·정유사·석유화학은 2050년 이전에 모두 퇴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추진할 때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영향을 받는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탄소 중립 홍보를 강화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탄소중립위원회를 신설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게 정부가 말하는 탄소 중립의 실체이다.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대한 우려도 많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4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0.6%씩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탈원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래의 전력 수요를 대폭 낮춰 잡았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탄소 중립을 하려면 2050년까지 연평균 최소한 4%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잡아야 열과 수송용 에너지를 전기화할 수 있다. 9차 계획대로 하면 2034년 이후에는 연평균 7%씩 늘어나야 전기화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9차 계획은 대통령의 탄소 중립 선언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에 정치가 개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에 정치가 개입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 시기다. 에너지 정책에 정치 논리가 끼어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요즘 발표되는 에너지 정책들은 과거와 같이 고정적이고 확정적인 계획과는 전혀 다르다. 중장기적인 구조 전환을 꿈꾸는 비전에 불과하다. 실제 이뤄질 가능성이 떨어지고 논란만 만드는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의 본질과 정치인의 비전 제시는 거리를 둬야 한다. 에너지 수급 전략은 다양한 정책 목표들을 최적의 균형을 찾아 유기적으로 수렴하는 방식으로 수립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에너지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 정부는 탈원전 등의 에너지 전환을 급격히 추진해 원자력 생태계 붕괴로 인한 원자력 안전 위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에너지 전환 정책은 이미 취약한 에너지 안보 능력 약화에다 새로운 기술적 종속 문제까지 추가하고 있다. 원전 같은 글로벌 톱 기술을 버리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방식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기댈 곳은 현재까지 알고 있는 과학 지식과 정보밖에 없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에 처할 것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 솔직히 시인하고 지혜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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