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 시대의 고민에 답을 줄 수 있어야"
"대한민국의 선진화(先進化)와 불교의 선진화는 둘이 아니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17~19일 강원도 영월군 법흥사에서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최용춘) 주최로 열리는 〈2009 한국교수불자대회〉 기조강연문에서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해서는 불교가 선진화돼야 하고, 불교가 선진화하려면 대한민국 선진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지식인 사회의 대표적 불자(佛子) 가운데 한 명인 박 교수가 '대한민국과 불교의 선진화'를 하나로 묶어서 다루는 것은 21세기적 상황에서 국가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가치 중 상당 부분이 불교의 가르침과 같은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21세기의 시대적 특징으로 ▲상호의존과 창조의 필요성 증대 ▲분열갈등 ▲정체성 위기 ▲리더십 위기로 꼽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불교적 방안은 각각 ▲만물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연기론(緣起論)과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대자유의 마음 ▲중도(中道)와 원융(圓融) ▲은혜를 받았으니 베풀어야 한다는 수은보은(受恩報恩) 사상 ▲올바른 지도자를 기르는 보현(普賢)사상 등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인의 존엄과 창의, 자유가 강조되는 자유주의는 반드시 연기성(공동체)을 존중하는 공동체자유주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세일 교수는 불교의 선진화 방향으로 ▲시대불교 ▲중생불교 ▲실천불교 ▲세계불교 등 4가지를 들었다. 그는 "시대의 고민과 문제에 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시대를 사는 중생의 고통을 해결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승(僧)과 속(俗)이 하나가 돼 허황한 공리공담을 배제하고 가장 쉬운 부처님의 가르침부터 매일의 생활 속에서 하나씩 실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불교가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교의 선진화, 즉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세속학문과 첨단학문 그리고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불교교육 개혁 ▲사찰의 조직과 운영을 승(僧)과 속(俗)의 협치(協治)관계로 전환하는 '사찰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혁을 과제로 들었고, 수행승이 아닌 일반불자들의 수행법으로 노동행선(勞動行禪)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이렇게 불교가 선진화된다면 선진불교가 공동체자유주의와 연기적 자유주의를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 2009년 8월 14일 조선일보 [생활/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