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일 교수불자대회 기조강연
"불교가 선진화하면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많은 난제들을 비교적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이 17-19일 강원도 영월군 법흥사에서 열리는 2009 한국교수불자대회를 앞두고 미리 공개한 기조강연문을 통해 '국가 선진화를 위한 한국불교의 역할'을 주문했다.
박세일 교수는 우리의 국가과제는 경제의 선진화와 자유민주주의의 완성, 민족통일이라며 "통일을 포함한 한반도의 선진화는 1,2단계를 거쳐 늦어도 2035-2045년께는 달성해야한다"고 전제했다.
박교수는 국가 선진화를 위해 불교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선진화에 성공하려면 국민 모두가 선진국민다운 품격과 마음가짐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불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만물이 상호관계를 맺는다는 연기론(緣紀論),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도록 속박에서 벗어나는 대자유의 마음, 갈등 대신 화합하는 중도(中道)와 원융(圓融), 은혜를 입고 갚는 수은보은(受恩報恩) 사상, 언행일치와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강조하는 보현(普賢)사상 등 불교의 주요사상이 21세기에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과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불교 선진화 과제로 ▲시대불교 ▲중생불교 ▲실천불교▲세계불교 등 4가지를 들었다.
그는 '시대불교'는 '가까이 인연있는 중생부터 구하라'고 한 부처님의 말처럼 이 시대 중생이 당면한 시대적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중생불교'는 중생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방식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천불교'는 승(僧)과 속(俗)이 하나가 돼 허황한 공리공담을 배제하고 가장 쉬운 부처님의 가르침부터 매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며, '세계불교'가 되려면 한국불교의 장점을 찾아내 이웃나라에 알려주고 지구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2가지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첫째는 불교 교육제도의 개혁으로 불교대학과 승가대학에서 세속의 학문에 대해 좀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가르쳐야 하며, 외국어, 외국역사.문화, 첨단 과학기술교육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사찰의 거버넌스(governance) 개혁으로, 승려가 중심이 되고 일반 신도가 따르는 수직 구조에서 탈피해 승속이 함께하는 수평적 공동체로 바꾸고, 종단과 사찰의 살림은 전문경영인이나 회계사에게 맡기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재가불자들은 가사노동, 직장노동, 학교공부 등 자신이 하는 노동에 모든 정성과 마음을 다하는 '노동행선(勞動行禪)'의 수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수불자대회는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최용춘) 주관으로 불교신자 교수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돼 2박3일간 정치.문화.경제.사회.과학 등 5개 분야별 학술회의를 갖는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이 글은 2009년 8월 11일 연합뉴스 [생활/문화]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