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훈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제40회 전출협 포럼 발표
"에너지 안보 위협···에너지 본질과 정치인 비전 구분해야"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前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12일 열린 제40회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 포럼에서 "과학적 사실에 정치가 개입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걸 느끼는 시기"라고 했다. 그는 "에너지의 본질과 정치가의 비전에 대한 이해는 거리를 둬야 한다"며 "에너지 수급 전략은 다양한 정책 목표들을 최적의 균형을 찾아 유기적으로 수렴하는 방식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양훈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 에너지 사정, 그 여건의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6년 11월 원자력진흥위원회(16.11~19.11) 민간위원으로 위촉됐지만, 현 정부 들어 2년 반 동안 단 한 차례 회의도 열리지 않자 지난해 10월 사표를 던졌던 인물이다. 손 교수는 2013년 7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제10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한 에너지 경제 분야 전문가다.
원자력진흥위는 법에 따라 원자력 이용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외교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 민간 위촉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2015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연구용 원자로 수출 추진 방안,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 논의 2016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실증 추진전략 등을 심의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2년 반 동안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이후에도 주로 서면으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손 교수는 탈원전으로 인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증가, 한국전력공사 적자와 부채 증가, 원자력 생태계 붕괴로 인한 원자력 안전 위협, 에너지 안보 위협 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 이후 3년여 동안 원전 가동률 하락으로 미세먼지의 증가, 온실가스의 폭증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와 함께 한전이 대규모 적자가 현실화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신재생에너지가 막대한 보조금에도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는 상황을 우려했다. 또 각계 전문가의 치열한 토론 없이 신재생에너지 비율만 대폭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2014년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관여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에너지 헌법'으로 불린다. 당시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구성원들 간 '의견 줄다리기' 끝에 원전 29% 신재생에너지 비율 11%로 목표치를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이런 의견 줄다리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존 에너지가 없으면서도 고도화된 산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급격하게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으로 에너지 안보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급격한 에너지 전환정책은 이미 취약한 에너지 안보 능력에 새로운 기술적 종속의 문제까지 추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탑 기술을 버리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방식을 채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에너지 여건 변화에 대한 정책 방향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되 원자력 발전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거래를 자유화하고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이 시장 경제 논리에 맞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고 수요가 있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한목소리 냈다.
이날 포럼 패널으로는 이창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원장,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와 함께 청중 20여 명이 포럼에 참석했다.
최영명 전출협 회장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 발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이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과 대비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장기적이고 합리적 관점에서 국가 경제발전의 기초를 닦기 위한 종합 에너지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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