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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기업가 정신 죽이는 상속세, 100년 기업 나오게 개선"
 
2020-11-20 11:11:47

[100년기업 막는 상속세](하)자본이득세가 답이다②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대주주 상속세율(60%)이 가장 높은 나라 대한민국. 직계 비속의 기업승계시 더 많은 할증 세금을 물려 벌주는 나라. 공평과세와 부의 재분배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국민의 3%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자세이면서도 전체 세수에서의 비중은 2%가 채 안되는 상속세.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고, 합리적 대안을 찾아봤다.

11조원. 이 천문학적 금액은 다름 아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 일가가 납부해야 할 '삼성 상속세' 규모다. 일각에선 한국에서만 유독 '100년 기업'이 나오기 힘든 이유로 징벌적 상속세 제도를 꼽는다. 실제 전 세계에서 대주주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에선 중소·중견기업도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기거나 해외로 나가는 사례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재계에선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가 정신마저 죽인다"는 탄식까지 들린다.

머니투데이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와 김준헌 국회입법조사관,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 전문가 3인과 지상(紙上) 대담을 통해 기업의 근간을 흔들고, 가업 승계마저 가로막는 한국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다.


-한국 상속세가 유독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이하 '최')=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멕시코와 중국, 인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이스라엘, 스웨덴, 러시아 등입니다. 상속세를 부과하더라도 최고 세율이 20% 미만인 경우는 홍콩과 싱가포르, 덴마크 등이고, 다른 유럽국가들은 최고세율이 30% 안팎입니다. 최고세율이 50% 수준인 국가는 미국과 일본, 한국이 있을 뿐입니다. 60% 상속세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 세율이고, 강탈 수준입니다.

▶김준헌 국회입법조사관(이하 '김')=OECD 주요국들과 한국 상속세의 명목세율을 비교했을 때 과세표준 최고구간의 상속세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고세율이 높다는 이유로 상속세가 과하다고 주장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상속세를 부담하는지를 보기 위해선 실효세율을 봐야 하는 데 한국의 실효세율은 2017년 기준 약 28.1%입니다. 최고세율 대비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 구간별로 실효세율 차이가 있는데 배우자·자녀 공제 등의 인적공제와 금융재산·동거주택 상속공제 등 물적공제와 같은 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감면받기 때문입니다.

2017년 기준 피상속인 22만9000여 명 중 상속세 과세인원은 6900여명으로 약 3.04%만이 상속세를 납부했습니다. 각종 공제를 통해 과세미달자가 된 22만2000명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100억원 이상의 상속을 받는 사람들 위주로 상속세가 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하 '임')=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상속세 최고세율 2위(50%),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 3위(2018년 기준) 등을 차지하며 객관적으로 과도한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승계의 경우엔 최대주주 등의 주식을 획일적으로 할증 평가(20%)하고 있어 최대 60%의 징벌적인 상속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업 승계가 어렵습니다.

-세금 체계상 한계실효세율이 낮아 상속세가 없는 스웨덴과 단순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상속세는 상속재산의 시가 대비 세금을 말합니다. 예컨대 상속 금액이 100억원이라고 해도 기준시가로 50억원을 잡으면 실효세율은 50%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은 고소득층에 대해 예전보다 소득세율이 상당히 올랐고, 상속세 세원 노출도 높아져 한계실효세율이 낮다고 할 순 없습니다. 기업 상속 가운데 상장주식의 경우 거의 시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실효세율이 낮지 않습니다.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7개국으로 OECD 절반 가량입니다. 적어도 직계비속에 대해선 상속세를 폐지해야 합니다.

▶김=한국의 상속세와 소득세를 합한 명목최고세율은 올해 기준 96.2%(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외)로 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높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상속세가 없어 명목최고세율은 57.2%로 우리나라와는 약 40%p(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상속세의 실효세율은 평균 28.1%로 실효상속세율과 최고소득세율을 합한 세율은 74.3%가 됩니다. 실효상속세율은 구간별로 0.16?40.36%로 나타나기 때문에 소득세 최고세율에 실효상속세율을 합산한 세율은 46.3?86.5%가 됩니다. 스웨덴과 실질적인 세율 차이는 평균 17%p가 나며 500억원 초과 구간에선 30%p 차이가 납니다.

다만 30억원 이하 구간에선 스웨덴의 소득세율보다 한국의 소득세와 상속세를 합한 세율이 더 낮게 나타납니다. 반면 공제금액을 제외하고 30억원 이상의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엔 스웨덴보다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임=한국 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45%가 되고, 이는 OECD 국가 중 7위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소득세 면세자가 많아 전체 실효세율은 낮을 수 있지만,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 누진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실제 2018년 기준 소득 상위 5%가 소득세액의 66.2%, 상위 10%가 78.5%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상속세도 주식이 대부분인 기업승계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58%에 달하는 실효세율로 부과됩니다. 스웨덴은 너무 높은 세율로 상속세를 부과하자 고액자산가들이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에 정치적 결단으로 조세회피 유인만 높이는 비합리적인 상속세를 폐지한 것입니다. 현재 스웨덴은 사업·근로소득에 고율의 누진세율(지방세 포함 54.2~60.2%)을 부과하고, 자본소득엔 결집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이보다 낮은 30% 단일세율로 분리 과세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사업·근로소득의 세 부담은 낮지만, 상속(무상 이전)과 관련된 자본소득은 2배 이상 높은 세 부담을 하고 있습니다.

-현행 상속세가 부의 재분산 수단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최=부의 재분산은 사악한 논리입니다. 사망자의 재산은 망자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법적 실체로서 가족의 소유입니다. 상속세 부과로 사망자의 재산을 환수한 뒤 국가가 이를 재분배해야 할 이유와 정당성은 없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거둬가는 것보다 민간과 기업에 부를 남겨두는 게 경제적 효과가 훨씬 더 큽니다. 개인의 사적 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민주의 근본이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이고 경제 성장의 동력입니다. 하지만 이를 국가가 빼앗아 가는 순간 그 돈은 흩어져 허공에 뿌려집니다.

▶김=국가는 경제적 사회적 특수정책으로 상속세의 부과라는 조세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OECD 역시 "부의 축적은 자기 강화되는 방식으로 진행 과세가 없을 경우 더 쉽게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통해 상속세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조세정책과 이를 통한 부의 재분산은 빈부격차의 확 대와 자산 불평등 심화를 완화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임=고소득자가 50%에 달하는 소득세를 내고 상속세까지 50%를 부담한다면 소득을 대부분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결국 부의 재분배 효과보다는 조세회피(편법)를 조장하는 부작용만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부자증세는 세수증대를 통한 소득재분배보다 자산 및 인력 유출 등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고, 현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고용부진과 투자감소가 당연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속세 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선 가업 승계를 못하고 문 닫는 중소기업 사례를 드는데요. 하지만 대기업 중 아직 가업 승계를 못한 기업은 없지 않나요.

▶최=60~70대 중소기업 오너들은 상속세에 대한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어떻게 가업을 승계시킬 것인지 신세 한탄을 합니다.

한국 제조업의 85%, 상장기업의 70%는 가족기업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 가업승계 제도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가업상속제도 혜택을 신청한 사례는 2011년부터 5년간 연평균 고작 62건이고, 2016년엔 76건에 액수도 3200억원에 불과합니다.

반면 독일은 연평균 1만7000여건에 액수로도 연간 55조원에 달합니다. 제대로 된 가업승계 상속세제를 만들어 100년 이상 기업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현재 상태로는 가업은 3대에 이르면 더 이상 개인이 아닌 국가소유가 됩니다.

▶김=2008년에 도입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경우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0년 이상 시 최고 500억원의 상속세 공제를 인정해줍니다. 다만 독일이나 일본 등과 비교해 사후관리요건을 더 엄격하게 설정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독일이나 일본 같이 대상 기업과 공제금액을 확대하고, 사후관리요건을 보다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임=상속세 부담세액이 조 단위를 넘는 대기업이 한번에 이를 내긴 어렵습니다. 연부연납을 적용받는다면 이자를 포함한 상속세액을 6년에 걸쳐 납부해야 합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배당 확대도 거론되고 있지만 지나친 배당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기엔 경영권 승계와 방어가 어렵습니다.

-상속세 인하 대안으로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기업을 상속 받는다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경영권을 상속받는 것입니다. 경영권은 결국 주식인데 이는 아직 현금화되지 않은 증권일 뿐입니다. 이것을 상속받았다고 해서 엄청난 금액을 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합니다.

독일은 기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한 상속세가 거의 없고, 기업을 처분하면 상속세를 납부합니다. 즉 주식이 자금화됐을 때 세금을 내는데 이 방식이 자본이득세 제도입니다. 상속세를 폐지한 대부분의 국가들도 완전 폐지가 아니라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했습니다.

▶김=상속세를 대신한 자본이득세의 경우 부자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없인 도입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가 상속세원 중 일부를 환수해 공공복지에 지출하는 게 형평성 측면에서 옳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임=과중한 상속세로 인한 기업승계의 장애요인을 제거하면서 조세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망자의 미실현된 자본이득을 상속인이 자산을 처분할 때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활한 가업 승계는 물론 과세 공백도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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