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박세일의 힘'
‘공동체 자유주의’창안 … 박근혜 이재오로 이어져
한나라당 ‘보수’ 깃발 들게 한 원천, 선진화로 지향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한국의 대내적 미래비전을 ‘공동체 자유주의’로 제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국가비전으로 이를 제시하면서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인 박세일 서울대 교수의 영향력이 다시 주목을 끌었다. ‘공동체 자유주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이익집단에 불과한’ 한나라당을 진정한 보수세력으로 재무장시키기 위해 개발해낸 개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18일 오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중앙대 행정대학원 고위정책과정 종강 기념 특강에서 “정의, 공평, 행복이라는 소프트 파워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가치이며, 그 자체로 국가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이 같은 가치가 실현되는 게 공동체 자유민주주의”라고 밝혔다.
그는 “부정부패가 없는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 사회 부조리로 결과가 달라져선 안 된다”며 “공평은 기회를 똑같이 주는 것이고, 공평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공동체 자유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자유주의는 2004년 박 이사장이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 “한나라당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와 단호히 단절하고 미래희망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정신적 재창당’을 주창하며 선을 보였다. 당의 노선과 이념을 ‘개혁적 보수’로 바꿔야 한다는 박 이사장의 주장은 한나라당 안팎에서 거센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논란 끝에 2006년 1월 정강·정책에 명시됐다.
당시 박근혜 대표도 이를 수용했다. 지난달 스탠포드대 연설에서 박 전대표는 ‘공동체’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 공동선이 합치될 때, 그것이 진정한 성장”이라고 말해 공동체 자유주의를 원용했다.
박세일 교수가 창안한 ‘공동체자유주의’라는 가치의 힘은 한나라당을 ‘수구세력 이익집단’이라는 자학적 정신상태에서 벗어나게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보수’라는 표현을 한나라당에 붙은 천형으로 여긴 의원들이 이 단어사용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교수의 충전이후 한나라당은 ‘보수’를 공공연한 가치로 앞장세우게 됐다.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진보 보수의 대결선을 거침없이 밀고나갈 수 있었던 원천이기도 하다.
박세일 교수의 힘은 지금 ‘선진화’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선진화재단의 정책조언을 통째 인수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 2009년 6월 19일 내일경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