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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훈련 세다고 군단장 해임청원… 어느덧 망가진 군대, 싸울 수 있겠나?"
 
2020-07-24 10:04:09
“시민단체-부모 등살에 병사들 지도관리 불가능… 이래서야 전쟁 막을 수 있겠나” 우려
 예비역 육군 소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세미나서 탄식

“북한은 핵 개발을 완료하고 언제든 우리에게 굴종을 요구할 수 있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상층지휘부는 태평성대에나 어울릴 것 같은 평화놀음에 심취해 있고, 군대는 그 비위에 맞추니 우리 군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

한 예비역 육군 소장이 지난 21일 한반도선진화 재단(이사장 박재완) 주최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그의 주장은 최근 군 안팎에서 나오는 우려와 일치한다.

늦잠 자는 병사 깨웠다 고발당하고, 중대장이 병사 대신 화장실 청소하는 한국군

이날 세미나에서 김의식 용인대 군사학과 교수는 '우리 군대 이대로 싸울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창끝 부대'라 부르는 일선 전투부대의 문제와 관련해 발제했다. 김 교수는 예비역 육군 소장으로, 육군 정책연구위원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현재 한국군은 군대라기보다 청소년 현장체험 수준이다. 

2015년 8월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육군의 한 공병부대에서 지뢰제거작전을 실시했다. 이때 부대에서는 작전에 투입할 장병 부모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의 작전 투입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뢰제거작업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장병 부모들의 간섭 때문에 전투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이후 지휘관들에게 병사 부모와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소통하는 것을 권장하면서,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위험한 임무나 훈련에 투입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심지어 지휘관에게 자녀 생일에 미역국 끓여 먹이고 증거사진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병사와 부사관의 기강해이 사례도 제시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부사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부사관이 늦잠을 잔다며 아침점호에 불참한 병사를 나무라자, 이 병사는 부사관이 폭언했다며 고발했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병사들이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옛인사계)이 청소를 대신한다. 어떤 병사는 “피부가 약하다”며 훈련 때 위장크림을 바르는 것을 거부했다.

이런 병사들이 있어도 간부들이 제재하지 못하는 이유로 김 교수는 인권지상주의적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인권지상주의가 몸에 익은 병사들이 군인 신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에서와 같은 인권의 잣대를 군 조직에 들이댄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김 교수는 ‘마음의 편지(옛 소원수리)’를 꼽았다. 야전부대에서 병사들이 ‘마음의 편지’를 제출하면, 여기에 언급된 간부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처벌받는 경향이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부사관들이 지휘권을 부정하거나 장교와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어떤 부사관은 “같은 부대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내 봉급과 수당이 장교보다 적으냐”고 따지기도 했고, 일부 부사관은 “지휘관 근무평가를 부사관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해안경계 뚫려도 작전 실패한 병사 대신 지휘관 처벌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지만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들은 “현실은 김 교수 지적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6월 청와대 청원계시판에 “훈련을 많이 시킨다”며 “군단장을 해임해달라”고 올린 것을 비롯해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는 청와대 청원이 군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군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해안경계 실패의 경우 경계작전을 맡았던 병사 가운데는 처벌받은 사람이 없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6월의 삼척 목선 귀순은 물론 지난 4월과 5월, 6월에 터진 충남 태안반도 해안경계 실패 때도 해당 부대 지휘관들은 보직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반면 병사들 가운데는 처벌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병사의 임무수행 실패를 두고도 최근 군대를 다녀왔거나 군 복무 중인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 지휘관·간부들의 잘못”이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또한 온라인과 SNS에서는 전쟁에 대비해 장거리 행군이나 전술훈련, 주특기 훈련의 강도를 높이면 “쌍팔년도 군대” 운운하며 지휘관과 간부들을 비난하는 행태도 보인다. 

이런 인식을 가진 이들은 2017년 9월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보직해임당한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과 그의 부인이 지난 6월 무죄 판결로 누명을 벗었음에도 그 내용은 알아보지 않고 여전히 “쌍팔년도식 갑질을 한 X별”이라는 비난을 온라인과 SNS에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최근 육군 보병들은 21개월 복무하는 동안 행군하는 거리가 100km도 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러면서 군대에서 고생은 혼자 다 한 것처럼 군다”고 혀를 찼다. ‘동기생활관’ 제도를 실시하는 어떤 부대에서는 동기들끼리 서로 서열을 만들거나 따돌리고, 자기보다 약한 병사들을 학대하는 사례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한탄했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와 관련해 “2000년대 초반부터 군대에 인권개념을 무분별하게 도입, 군인을 적과 싸워 이겨야 하는 전사가 아니라 ‘제복 입은 시민’으로 취급하면서 이제는 군대를 병영놀이 체험학습장 같은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며 “3차 중동전쟁과 포클랜드전쟁·아프간전쟁·이라크전쟁에서 보듯 전쟁은 첨단무기 몇 개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장병들의 숙달된 전투능력과 함께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군, 과연 전쟁 할 수 있는 군대인지 걱정”

김 교수가 지적하는 문제는 결국 한국군 장비나 전력이 아닌 장병들의 정신상태와 태도였다. 임명권자 의중에 맞추려는 군 지휘부, 진급에 영향을 받을까 사고 예방에만 골몰하는 지휘관, 괜히 나서다 ‘마음의 편지’로 처벌받을까봐 병사 지도와 제재를 포기하는 간부, 군 생활을 자기 내키는 대로 하며 시간만 때우고 제대하려는 병사들, 여기에 자기 자녀 안위만 걱정하며 부대 지휘에 간섭하는 부모, 군 관련 문제는 부정적 사건사고 위주로 보도하는 언론, 선명성을 내세우려 자극적인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까지 겹쳐 군의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지고 전투력이 약화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한국군이 결사항전의 신념으로 뭉쳐 있고 실전 같은 훈련으로 대비태세를 갖췄다면 김정은이 핵무기를 가졌다 해도 감히 도발을 자행하거나 굴종을 요구하지 못할 텐데, 오늘날 우리 군의 현실을 보면 과연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2019년 국방부 통게연보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56명의 군인이 상관에 대한 죄를 저지르는 등 모두 3306명의 군인이 군 형법과 일반 형법을 위반해 군사재판을 받았고, 4만7635명이 파면·강등·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며 “전체 병력의 10%에 가까운 인원이 매년 형사처벌과 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현재 군의 기강이 무너졌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자신과 당파의 이익을 위해 평화놀음을 하더라도 군대는 항상 긴장된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군은 툭하면 발생하는 경계작전 실패와 각종 범죄, 군기 빠진 병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탄한 김 교수는 “최고지휘관부터 말단병사까지 자신들이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구별하기 힘든 상태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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