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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 I. 공적개발원조 현황
우리나라는 선진국진입을 문턱에 두고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지난 10여 년간 국내총생산이 많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국정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새 정부는 2008년도 외교목표 중 해외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확대해 국제적 신임도와 위상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공적개발원조는 국제사회의 해외개발 지원정책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이 개도국의 경제개발 및 복지증진을 위하여 무상 또는 저리차관으로 제공?지원하는 원조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0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ODA 지원현황을 보면 그 역사에 비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아직도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그 정비가 시급하다.
1. 국가의 경제규모에 비해 원조지원이 매우 낮음
우리나라의 2006년 공적개발원조 예산은 국민총소득(GNI) 대비 0.05%이며, 2012년까지 0.2%로 확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는 2006년 기준 DAC 회원국 전체의 GNI 대비 공적개발원조 비율이 0.31%임을 감안할 때 2012년이 되더라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태국도 2003년에 GNI 대비 0.13%를 공적개발원조로 지원했음을 감안할 때, 세계 11위 경제국가인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는 부끄러운 수치이다. 원조금액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2. 개발원조의 채무국이며, 개도국 상대로 무역수지는 흑자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1945년부터 선진국으로부터 공적개발원조 지원을 받기 시작했으며 1999년까지 총 12,776백만 달러(약 12조 8천억 원)의 유?무상 원조를 받아왔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해외 공적개발원조지원은 한국국제협력단의 자료에 따르면 1987년부터 현재까지 4,924백만 달러(약 4조 9천억 원)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공적개발원조 채무국인 셈이다.
경제적으로도 2004년 기준으로 대개도국 무역흑자는 325억불인데 반해 대 선진국 무역수지는 44억불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개도국으로부터 단물만 빼먹고, 지원에 인색한 국가로 인식될까 우려가 된다.
3. 종합적인 개발원조 지원시스템의 부재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의 문제점은 지원체제가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조지원체제는 크게 법령의 정비와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으로 구분할 수 있다. DAC 회원국 중 11개 국가가 고유한 법령을 갖추고 있으며, 20개국이 정책문서를 보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수출입은행 및 한국국제협력단의 개별기관 법에 명시되어 있을 뿐 국가차원의 통합적인 법령은 물론 정책 문서도 없는 실정이다.
통합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는 지원시스템 수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차원의 공적개발원조 기본 방향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개 기관이 추진하는 공적개발원조는 단편적이고, 파편적이 될 수밖에 없다. 수출입은행, 한국국제협력단, 정부부처, 정부출연 연구소, 정부산하기관들이 제각기 공적개발원조를 추진하고 상호간의 정보교류 조차도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의 구축 없이는 지원, 정책간의 상호 연계성 확보, 원조의 효과성 및 효율성 증진은 달성될 수 없다.
4. 우리의 경험을 전수해줄 구체적인 내용정리 안됨
또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보다는 우리나라의 짧은 기간 동안의 개발경험과 이를 뒷받침한 교육훈련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이를 배우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도국에서 지원을 요청해도 우리나라의 경험을 제대로 전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개발경험과 인재양성에 대한 분석?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는 공적개발원조 관련 전문 인력의 부족과, 연구조사 기능의 취약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공적개발원조는 일부기관에서 행정적인 차원에서 비전문가들에 의해 추진이 되어 왔고, 전문가그룹도 형성되지 않았으며, 전문적인 연구도 매우 부족했다.
5. 원조를 추진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의 부재
정부부처에서는 공적개발원조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느라 매우 분주해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체성이 부족하다. 2006년에 총리실 산하에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설립되었으나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하다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현재 공적개발원조 대책으로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 2006년 수준에서 별로 진전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실행이 이뤄지지 않고 주장만 무성할 뿐이다.
II. 공적개발원조 개선 방안
1.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원조를 위한 법과 지원체제 구축 필요
공적개발원조는 분명히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국가적 이미지 증진과 다양한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측면과 맞물려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공적개발원조 예산 증액과 더불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외원조법을 제정하고 지원시스템 구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동 법에는 원조이념?목적?추진전략?기본계획 수립?평가?협력 및 조정기구 설치?예산확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령에 담긴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지원시스템으로 현실화되어 각각의 참여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정책을 집행하고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중장기 원조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2. 개도국에서 원하는 한국형 원조모델의 정립 필요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 예산이 DAC 회원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우리가 취할 전략은 우리의 비교우위 분야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선진 공여국과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선진국이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분야 및 국가에 작은 규모의 예산으로 참여한다면 원조성과 및 국가의 이미지 고양에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방문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개도국의 경우 한국의 개발 경험과 교육훈련을 통한 인력양성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열망하고 있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 전문가를 양성하고, 연구조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하는 한편, 공적개발원조 경험을 보유한 국제기구 출신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각 분야별로 그동안 우리나라가 성취한 성공적인 정책들을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을 고려하여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의 60~80년대 국가성장의 요인을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교육의 영향이 컸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교육분야에서 성공한 정책, 제도 등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개도국에 이를 전수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고, 현행의 원조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개도국에서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교육, 보건의료, 행정제도, 정보통신, 지역개발 분야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3. 개발원조를 통한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해외 일자리 창출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고 조기 명예퇴직한 중장년층의 전문성을 국제개발원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청년 실업의 문제를 국내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청년들을 해외 전문가로 육성하여 외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업화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중장년층의 전문성을 그대로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 필자가 만난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 전문가(컨설턴트)들은 대부분 50대~60대로 개도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개도국에는 과거 우리나라의 발전경험을 원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경험과 축적된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 이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년층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매우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III. 맺는말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지원은 경제규모 11위인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이다. 공적개발원조 채무국으로서 적극적으로 개도국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이미지를 고려하여, 예산을 증액하고, 통합적인 법?제도 구축과 종합적인 중장기 원조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부처, 대학, 연구소, 민간기구가 머리를 맞대고 적은 규모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갖출 수 있는 분야를 발굴?정리하고,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활용하여야 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에서의 청년층 및 중장년층의 활용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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