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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욱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 | Ⅰ.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사관계
“파업을 하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진다는데 그것을 확 떨어뜨리는 투쟁을 하겠다” 금년 민주노총이 기자들과 신년 인사회 자리에서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이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자’면서 집단행동을 벌였다. 지난해 9월에는 “내년엔 전력과 가스를 끊고 비행기를 세우는 등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다짐했었다.
최근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사이에 차종 생산배분에 불만을 품은 공장에서 특근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노조가 행한 행위이다. 너무나 이기적이지 않는가? 일부 대기업들은 거의 매년 생산성 보다 높은 임금인상을 노사가 합의하고 그 부족 재원을 하청기업에 전가한다.
하청기업이 아무리 구조조정을 하고 생산성향상 노력을 해봤자 이런 원청업체 때문에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많은 공기업들은 노사가 야합하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기도 한다. 사용자도 여전히 투명경영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소규모의 경우 사용자의 근로자 폭언과 폭행의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기업에서 일어나는 노사관계의 잘못된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 “회사는 안 돼! 본때를 보여줘야 정신 차린다.” 이렇게 시작한 파업은 결국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 노동조합의 오만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노조는 안 돼! 노조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끝없는 대치와 파업으로 결국 회사의 문을 닫았다. 사업주의 오만으로 파국을 부른 사례이다. “그냥은 안 돼! 절대 물러설 수 없다.” 이런 어리석은 노사의 오기는 결국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 이것은 노사양측의 오기가 파국을 부른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는 거의 관행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 주소이다.
위의 사실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보자. ‘나 죽고 너 죽자’식의 유형이 보인다 ‘너 죽고 나 살자’도 있고 ‘우리만 살자’는 식도 있다. 간혹 노사관계의 정책목표를 상생의 노사관계로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특정 기업의 노사가 합의하여 임금을 과도하게 올려 ‘우리만 잘 살자’라고 하고 하청업체에 그 부담을 전가한다면 이것이 상생인가?
이런 후진적인 행태를 고치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의 투자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조차도 투자를 기피하게 만들 것이다. 일자리 창출도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고 결국 국민복지를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맨큐올슨’의 이론에 따르면 이익집단의 단체행동이 활성화될수록 경제성장이 느려진다고 한다. 이익집단 가운데 노동조합은 아주 강력한 집단이다. 우리나라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씩 갉아 먹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은 2006년 현재 38위이지만 노사관계 경쟁력은 이보다 23단계 더 떨어진 61위이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후진성의 극치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각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노사관계 선진화는 대한민국 선진화의 초석이다. 대한민국이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Ⅱ. 노사관계 선진화의 기본방향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어떤 형태이어야 할까? 근로자도 잘되고 사용자도 잘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되는 노사관계이어야 한다. 즉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기업의 성장 및 국가발전 등이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자유주의적인 노사관계를 지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관계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첫째, 노동문제는 원칙적으로 노사당사자가 자율적으로 대화와 타협에 의하여 해결한다.
둘째, 정부는 규칙제정자, 엄정한 법집행자, 심판자, 조정자,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일자리창출, 지역인적자원개발, 지역의 노사관계 안정대책, 지역의 사회적 대화 추진 등 지역차원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다.
넷째, 노사관계의 기반인 법과 원칙의 준수, 도덕과 윤리, 권리에 따른 책임 의식 및 올바른 가치관 확립한다.
Ⅲ. 노사관계 선진화의 세부추진 방안
1. 노사자치주의 확립
노사문제는 노사가 스스로 해결하는 노사자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한다. 근로자의 제반권리는 보장하되 무노동무임원칙, 민사상책임 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근로자의 권리구제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의 기능과 인력이 보강되어야 하고 전문성과 중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결정 등에 문제가 많다는 의견도 있고 투표, 회계 등의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노동조합은 민주성, 자주성과 함께 책임성과 도덕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반면 기업도 투명한 경영을 확보하고 고충처리시스템 확립 및 노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하여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근로조건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근로자의 생계비가 고려되어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근로조건의 향상은 장기적으로 기업이 생존할 없다. 노사관계가 근본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은 물론 생산물 시장의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생산물시장의 경쟁과 개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2. 선진화된 법과 제도의 구비
노동법과 제도는 노동시장의 규범을 정하는 것, 노동시장을 일정수준 규제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 기타 노동관련 제도로 나눌 수 있다. 노동제도는 그 종류, 수준, 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본래 목적이 추구하는 결과보다 더 큰 기회비용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노동제도의 선진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제도는 조화와 균형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제도의 선진화는 첫째, 선진국 또는 국제기준에 맞추는 것, 둘째, 우리의 제반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우리의 환경여건에 부합하게 하는 것, 셋째, 노동의 원칙에 부합하는 보편타당한 노동기준을 정하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지만, 그 의미는 세 가지 모두를 포함한다.
노사관계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국제기준, 선진국수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관련 법과 제도를 구비해야 한다. 그리고 노사 간의 어떤 분쟁도 법과 제도의의 틀 안에서 운용되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주요 과제로 등장한 비정규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확보되어야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근로조건의 확보에만 중점을 둘 경우 일자리가 축소되어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2009년에 시행되는 복수노조의 설립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노사관계의 중요한 원칙의 문제이므로 원칙에 입각하여 처리되어야 장기적인 노사관계 발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부는 충실한 법의 집행자, 심판자 역할 수행
정부는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법을 집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법과 원칙은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와 타협은 법과 원칙의 기반위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즉 법을 지키느냐 마느냐가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법과 원칙을 어겼을 경우 반드시 민형사상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공권력은 적기 투입되고 엄정하게 조치되어야 한다. 그래야 예측 가능한 행위를 할 수 있다.
심판기구로서 노동법원을 설립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동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구제를 신속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편법적이고 정략적으로 해결되는 경향이 있어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노동부의 정치장관의 임명은 배제되어야 한다. 정치장관은 대부분 정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므로서 노사관계의 안정성과 발전성을 저해해 왔다. 그리고 정치가의 특성으로 인하여 이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항상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4. 조정ㆍ중재자로서의 정부 역할
노사관계에 있어 조정ㆍ중재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사분규를 조정하는데 있어 예방적 활동과 사후관리를 연계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동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인사시스템을 개편하고 인력의 전문성도 확보해야 한다.
노사분쟁관련 정보교류와 정보공유의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노사 상급단체의 조정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노사분규 과정에서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입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간 대부분 정략적으로 접근하여 장기적인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한 것이 경험으로 입증하고 있다.
5. 정책담당자로서의 정부 역할
정부는 노사관계의 환경변화에 대응해 적정한 정책을 수립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에 전력하여야 한다. 노동부의 기능을 강화하여 평생학습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노사관계는 노동위원회가 전담하고 노동분쟁의 조정ㆍ중재업무는 물론 근로감독 업무도 수행케 해야 한다. 노동위원회 분쟁조정시 당사자는 참고인으로 참석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조정 중재가 가능하다.
6.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 구축
근로자의 보호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동시에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괜찮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아웃소싱이 증가하게 되어 괜찮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기업은 근로자의 고용을 꺼리게 되어 일자리의 양적 증가를 막는 결과가 초래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직업능력이 제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업 없는 직장이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체제를 확립하고 노동시장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것은 고용의 안정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길이다
7. 민간협치 제고를 위한 사회적 대화시스템 정립
중앙단위에서는 노동정책, 사회정책 등의 정책교섭과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사회협약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의 사회협약은 윈-윈하는 것이어야 한다. 고용안정과 임금안정 및 근로자의 능력개발을 빅딜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운영은 오히려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므로 조직운영체제를 바꾸어야 한다.
지역은 일자리 창출, 지역인적자원개발, 지역경제발전 등 지역실정에 적합한 지역별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은 산업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산업별 노사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8. 직업관 정립 및 직업윤리 의식 제고
선진국의 직업과 관련된 공통점은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직업관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별로는 직업관이 있을지 몰라도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직업관이 없다. 우리 실정에 적합한 직업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통적으로 적용하지 못할 경우 올바른 직업관이 무엇인지는 학교과정에서 교육되고 인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과정에서 직업관과 직업윤리에 대한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한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인식도 제고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는 기업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기업이 매도되면 결국 기업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게 되어 일자리 창출을 막는 것이 된다.
9. 사회안전망 확보
사회안전망은 사회적으로 직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은 근로자 보호는 물론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은 모든 근로자에게 빈틈없이 적용되고 내실있게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업급여 수준을 적정하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실직자에 대한 고용서비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 교육의 보장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직업생활을 안정적으로 행할 수 있다. 이것은 생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업 없는 직장이동, 원활한 정보교류 등 노동시장 기능도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구축되어야 한다.
10. 올바른 노사관계 문화 확립
근로자도 잘되고 사업주도 잘되면서 모두가 잘되는 공동체의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사업주만 잘되어서도 안 되지만 근로자만 잘되어서도 안 되고 양자가 잘 되면서 공동체인 국가도 잘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협상과 타협의 문화도 보다 성숙되어야 한다. 근로자만 잘되고 사업주는 잘못되게 하거나 사업주만 잘되고 근로자는 못되게 하는 협상이라면 앞의 사례에서 보듯 결국 공멸하고 만다. 노동조합이 집단이기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정립된 것이다. 집단이기주의는 결국 모두를 잘못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집단이기주가 근절되어야 한다.
Ⅳ. 맺는 말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선진화되어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다. 노사관계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의식, 관행, 제도 등 많은 것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신속하게 이루어지길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제도를 고치는 것은 헌법을 고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보다 앞선 부분도 있다.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의 노동제도는 미국의 좋은 것, 유럽의 좋은 것, 일본의 좋은 것만 갖다 놓아 오히려 지키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노사관계를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은 아닐까?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현행법과 원칙을 지키는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노사문제는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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