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인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은 16일 "구(舊)보수로는 안 된다"며 "좀 더 혁신적·개혁적 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구보수는 산업화시대 형성된 기득권과 관행에 안주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개혁적 보수를 하라고 국민들이 뽑아준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면 탄생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초반 혼선 이유로 좌파 정부 10년의 적폐와 이명박 정부의 준비 부족을 들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처음이기 때문에 헤매는 측면도 있고, 정리된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준비도 부족했던 것같다"면서도 "과거 10년 좌파 정부의 적폐가 많고, 이는 하루아침에 극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박 이사장은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인적 쇄신론에 대해 "너무 조급하다"며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이명박 정부의 운영을 지켜본 다음에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공동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적 동력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이명박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보수 이론가인 박 이사장의 향후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초반 혼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 이사장이 주창하고 있는 '공동체 자유주의'와 '개혁적 보수' 이론을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 대통령도 14일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실 내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보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 스스로 구보수보다는 개혁적·진보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 청와대 참모 중 박재완 정무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의 경우 박 이사장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발탁한 인물들이고, 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반도 선진화재단 교수들이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적보다는 이론에 강한 박 이사장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평가들이 많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박 이사장은 학자이지, 총리나 대통령실장 등 참모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이 대통령도 박 이사장 발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