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5 09:44:16
광우병 진실게임을 끝내는 방법
<선진화재단 긴급 정책진단·20> 최양부 농식품자원정책연구소장
정부, 잘못의 인정과 사과, 책임지는 자세로 현사태 수습해야
정부, 잘못의 인정과 사과, 책임지는 자세로 현사태 수습해야
2008-05-14 17:25:56
TV 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진실게임이란 것이 있다. 출연자들에게 자신에 대해 진실을 연기하게 하거나 거짓을 연기하게 하고 패널들로 하여금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연기하고 있는지를 알아맞히게 하는 게임이다.
지난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위생조건에 대한 한·미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한 광우병 괴담이 일으키고 있는 광풍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라 전체가 소모적인 진실게임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지난정부와 새 정부 관리들의 말이 갈리고, 여야가 갈려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도대체 무엇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확인되지 않은 가정과 억측과 주장이 상호인용을 통해 진실로 둔갑 유포되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문화행사라는 이름의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반미구호가 다시 등장하고, 대통령 탄핵이란 광풍이 일고 있으니 이제 사태는 단순한 진실게임이 아닌 정치게임으로 번져가고 있다. 급기야는 전임 대통령마저 현 대통령의 진실성을 문제 삼고 나섰으니 쇠고기 문제로 정말 나라 모양새가 보기 사납게 되었다.
이번 광우병 광풍의 발단은 아직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정부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새 정부의 안이한 국정인식과 관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양국간 현안문제를 정리하는 외교적 관례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사실 미국산 쇠고기수입재개문제는 시급한 양국간 통상현안중의 하나라는 것도 잘 알지만 정치적 감각을 가진 정부라면 국내 환경을 미국 측에 차분하게 설명하고 아무리 급해도 이번은 때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켰어야 했다.
그리고 별도의 장에서 논의한다는 점을 분명히 설득시켰어야 했다. 연초부터 곡물가격폭등으로 위기를 맞은 축산 농가들이 AI 파동을 겪으며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재개를 서둘러 결정할 경우 그 정치적 파장이 클 것임을 조금만 주의 깊게 생각하면 쉽게 예상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산 쇠고기수입 재개를 위한 위생조건에 대한 한미간 협상은 2003년 12월 미국의 광우병발생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진 이후 지난 정부 4년 내내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빗어온 민감한 사안이고 국민건강문제가 담보된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서둘러 타결 지을 일이 아니었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지난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중지했다. 2005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30개월 이하 소의 살코기에 대한 광우병 안전성과 교역 자유화 규약을 채택한 후 한·미 간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위생조건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었고, 1년여의 협상 끝에 정부는 2006년 10월 미국산 쇠고기(살코기)에 대한 수입을 재개하였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사실 국제적인 관례 등을 무시하고 국민 건강을 이유로 수입되는 살코기 전량에 대한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하여 뼈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수입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중단하고 전량 반송폐기조치를 취함으로써 양국의 갈등은 감정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캐나다에 대한 광우병 위험통제국 판정을 내리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연령과 부위의 제한없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OIE의 결정을 근거로 미국 측은 OIE의 권고를 기준으로 모든 연령과 부위에 대한 수입을 허용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하였으나 정부는 국민건강을 이유로 30개월 이하 소의 살코기의 수입만을 주장하며 미국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수입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더욱 강화했고 수입육에서 뼈 조각이 발견될 때마다 검역중단과 반송, 검역재개 등의 조치를 반복했다.
한·미 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문제는 단순한 과학기술상의 문제를 넘어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그때그때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미 쇠고기 문제는 국가적 검역주권문제로 발전되었고 검역조건을 완화 시킬 경우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여론조성과 함께 어느 순간 반미운동으로도 번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한국정부는 소갈비에 대한 수입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우리의 입장을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양국정부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 지난 3월초 미국 측은 쇠고기 위생조건협상의 재개를 우리 측에 요청해왔다. 양국 정부는 지난 4월 11일 협상을 제재하였고, 18일 그동안 미국 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요구들을 대폭적으로 수용하는 내용의 협상타결을 전격 발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하더라고 국민건강을 위해서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미국 측에 맞서왔던 정부가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하나 없이 우리의 기존입장을 180도 바꿔버린 것이었다. 농식품부는 그토록 수용할 수 없다던 30개월 이상 소의 쇠고기 수입을 전격 허용하고, 이번에는 수용할 수 없다던 OIE 기준을 전격수용 연령에 제한 없이 광우병특정위험물질을 제외한 내장과 뼈의 수입도 개방한다고 발표하였다.
국제수의사무국의 권고까지 무시하며 미국 측에 맞서던 지난정부의 강경협상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새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을 해대기 시작하니 정말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이 바뀌고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며 간판을 농림수산식품부로 바꿔단 것 말고는 변한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미 쇠고기협상을 담당해온 정부 관리들도 대부분 그대로 인데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은 즉각 새 정부가 4월 19일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굴욕적인 위생조건협상을 했다는 정치적 해석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은 무시한 채 검역조건을 완화해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검역주권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틈을 이용한 무책임한 광우병 가상공포가 유포되고 상상과 억측이 만들어낸 광우병괴담이 사실 아닌 사실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사실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 문제가 국민 모두의 건강이 담보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들의 탕 중심 식문화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30개월 이상 된 소와 뼈와 내장 등은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절대 수입할 수 없다던 정부 관리들의 말 바꾸기를 보면서 국민들은 관리들의 무책임과 오만함을 보게 되었고, 그들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농식품부 책임자들은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본질적인 의문에 대한 대답은 외면한 채 마치 정부가 미국쇠고기의 안전성 홍보요원이나 되는 것처럼 수입쇠고기의 안전에 대해 변명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왜 정부가 입장을 바꿨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하나 없고,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다. 광우병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도 당당하게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나 제대로 못하고 타이밍을 다 놓치고 난후 뒤늦은 솔직하지 못한 변명은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을 증폭시켰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이니 정부는 더 이상 긴 변명으로 광우병 파동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농식품부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검역조건을 완화하게 된 사연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농식품부 관리들은 영혼을 팔았는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영혼이 없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야 영혼을 되찾았는지를 국민 앞에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혹시라도 지난 정부시절 우리가 협상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과학적 사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불필요하게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연기해 온 것이 있었는지를 솔직히 밝히고, 그것이 아니고 새 정부가 졸속으로 협상을 추진하면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협상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비화시킨 데 대한 모든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소모적인 진실게임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한·미 쇠고기 협상문제는 이제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새 정부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중대 사안이 되었다는 점을 새 정부가 통찰하기 바란다. 그리고 용기 있는 잘못의 인정과 사과 그리고 책임지는 겸손하고 솔직한 자세만이 사태를 수습할 수 최선의 방안이란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정부가 이를 가볍게 생각하고 적당히 피해가려고 할 경우 그 정치적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되어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건강이 걸린 문제고 진실성에 대한 국민들 모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차제에 정부는 소 잃은 외양간이긴 하지만 확실히 고친다는 심정으로 이번조치로 우리 검역주권에 구멍이 생겼다면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요시 미국 측과도 협정문 개정을 위한 재협상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30개월 이상의 소와 뼈와 내장의 수입허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할 수밖에 없는 국민정서를 존중하고, 이번 협상으로 만에 하나 우리 국민들이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겨났다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미국이 왜 그렇게 집요하게 30개월 이상의 소의 쇠고기 수입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뼈와 내장의 수입을 요구해왔는지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본이 국민건강을 위해 오히려 20개월 이내의 소의 쇠고기 수입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기회에 정부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개방의 이익이 확실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면서 한우농가를 보호하기위해 수입육이 한우육으로 둔갑 판매되는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만큼은 확실히 근절시킨다는 국가적 원칙을 세우고 모든 형태의 쇠고기 취급업소에서 한우와 수입육에 대한 구분표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예외를 둔다는 것은 둔갑판매를 인정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부도덕한 행위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니 이를 분노하는 청소년들이 과연 수긍할 수 있겠는가? 수입육의 한우육 둔갑은 공동체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인 이기적 행위임을 확실이하고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폐업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우육 원산지표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전문가 위주로 되어있는 육량(A, B, C)과 육질(++, +, 1, 2, 3)을 기준으로 15개로 세분화된 쇠고기 품질등급표시를 생고기용과 가공용과 사료용으로 구분하고, 생고기용의 경우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육질과 부위 등을 중심으로 5단계(예: 최고, 특상, 상, 표준, 일반)정도로 단순화 시키고, 수입육의 등급(미국의 경우, 프라임, 초이스, 실렉트, 스탠더드, 커머셜, 유틸리티, 커터, 캐너)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등급별 차등가격제도 정착시켜 소비자들이 한우육과 수입육의 품질과 가격을 쉽게 비교 선택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국내산의 경우도 한우(암소, 황소, 거세소)와 육우와 젖소육의 구분도 명확히 하도록 하여 국내 육우의 한우육 둔갑도 동시에 막아야 한다.
쇠고기 수입재개로 당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한우농가를 보호하고 우리의 한우산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우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입곡물 가격폭등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한우농가를 지원하기위한 획기적인 국내 조사료 생산대책과 해외 곡물기지 개발 및 사료곡물의 안정적 확보대책을 확립하고, 송아지를 저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하는 송아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생산농가에서 밥상까지(farm to table) 한우 쇠고기의 생산이력을 추적할 수 있게 하는 ‘한우생산이력제’를 정착시켜야 하고, 축산물종합처리장을 중심으로 한우사육과 도축, 부분육 생산유통의 계열화를 적극 추진해야한다.
특히 난립하고 있는 한우브랜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주는 브랜드의 통폐합을 추진하도록 하고, 한우품평회 등을 통해 우수한 한우의 혈통보전과 개량을 위한 조사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한우육의 품질 적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와 한우육의 수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한우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한우 사육규모에 따른 농가와 법인 등에 대한 차등화 된 맞춤형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특히 번식과 육성중심으로 30두 이하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가족적 한우농가에 대한 한우소득직불제 실시 등 한우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국가적인 ‘한우산업발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우는 고깃소이기 이전에 쌀과 함께 한국인을 몸과 마음을 지켜온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생명자원이며 문화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위생조건에 대한 한·미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한 광우병 괴담이 일으키고 있는 광풍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라 전체가 소모적인 진실게임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지난정부와 새 정부 관리들의 말이 갈리고, 여야가 갈려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도대체 무엇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확인되지 않은 가정과 억측과 주장이 상호인용을 통해 진실로 둔갑 유포되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문화행사라는 이름의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반미구호가 다시 등장하고, 대통령 탄핵이란 광풍이 일고 있으니 이제 사태는 단순한 진실게임이 아닌 정치게임으로 번져가고 있다. 급기야는 전임 대통령마저 현 대통령의 진실성을 문제 삼고 나섰으니 쇠고기 문제로 정말 나라 모양새가 보기 사납게 되었다.
이번 광우병 광풍의 발단은 아직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정부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새 정부의 안이한 국정인식과 관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양국간 현안문제를 정리하는 외교적 관례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사실 미국산 쇠고기수입재개문제는 시급한 양국간 통상현안중의 하나라는 것도 잘 알지만 정치적 감각을 가진 정부라면 국내 환경을 미국 측에 차분하게 설명하고 아무리 급해도 이번은 때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켰어야 했다.
그리고 별도의 장에서 논의한다는 점을 분명히 설득시켰어야 했다. 연초부터 곡물가격폭등으로 위기를 맞은 축산 농가들이 AI 파동을 겪으며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재개를 서둘러 결정할 경우 그 정치적 파장이 클 것임을 조금만 주의 깊게 생각하면 쉽게 예상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산 쇠고기수입 재개를 위한 위생조건에 대한 한미간 협상은 2003년 12월 미국의 광우병발생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진 이후 지난 정부 4년 내내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빗어온 민감한 사안이고 국민건강문제가 담보된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서둘러 타결 지을 일이 아니었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지난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중지했다. 2005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30개월 이하 소의 살코기에 대한 광우병 안전성과 교역 자유화 규약을 채택한 후 한·미 간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위생조건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었고, 1년여의 협상 끝에 정부는 2006년 10월 미국산 쇠고기(살코기)에 대한 수입을 재개하였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사실 국제적인 관례 등을 무시하고 국민 건강을 이유로 수입되는 살코기 전량에 대한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하여 뼈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수입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중단하고 전량 반송폐기조치를 취함으로써 양국의 갈등은 감정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캐나다에 대한 광우병 위험통제국 판정을 내리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연령과 부위의 제한없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OIE의 결정을 근거로 미국 측은 OIE의 권고를 기준으로 모든 연령과 부위에 대한 수입을 허용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하였으나 정부는 국민건강을 이유로 30개월 이하 소의 살코기의 수입만을 주장하며 미국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수입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더욱 강화했고 수입육에서 뼈 조각이 발견될 때마다 검역중단과 반송, 검역재개 등의 조치를 반복했다.
한·미 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문제는 단순한 과학기술상의 문제를 넘어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그때그때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미 쇠고기 문제는 국가적 검역주권문제로 발전되었고 검역조건을 완화 시킬 경우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여론조성과 함께 어느 순간 반미운동으로도 번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한국정부는 소갈비에 대한 수입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우리의 입장을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양국정부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 지난 3월초 미국 측은 쇠고기 위생조건협상의 재개를 우리 측에 요청해왔다. 양국 정부는 지난 4월 11일 협상을 제재하였고, 18일 그동안 미국 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요구들을 대폭적으로 수용하는 내용의 협상타결을 전격 발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하더라고 국민건강을 위해서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미국 측에 맞서왔던 정부가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하나 없이 우리의 기존입장을 180도 바꿔버린 것이었다. 농식품부는 그토록 수용할 수 없다던 30개월 이상 소의 쇠고기 수입을 전격 허용하고, 이번에는 수용할 수 없다던 OIE 기준을 전격수용 연령에 제한 없이 광우병특정위험물질을 제외한 내장과 뼈의 수입도 개방한다고 발표하였다.
국제수의사무국의 권고까지 무시하며 미국 측에 맞서던 지난정부의 강경협상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새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을 해대기 시작하니 정말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이 바뀌고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며 간판을 농림수산식품부로 바꿔단 것 말고는 변한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미 쇠고기협상을 담당해온 정부 관리들도 대부분 그대로 인데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은 즉각 새 정부가 4월 19일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굴욕적인 위생조건협상을 했다는 정치적 해석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은 무시한 채 검역조건을 완화해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검역주권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틈을 이용한 무책임한 광우병 가상공포가 유포되고 상상과 억측이 만들어낸 광우병괴담이 사실 아닌 사실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사실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 문제가 국민 모두의 건강이 담보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들의 탕 중심 식문화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30개월 이상 된 소와 뼈와 내장 등은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절대 수입할 수 없다던 정부 관리들의 말 바꾸기를 보면서 국민들은 관리들의 무책임과 오만함을 보게 되었고, 그들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농식품부 책임자들은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본질적인 의문에 대한 대답은 외면한 채 마치 정부가 미국쇠고기의 안전성 홍보요원이나 되는 것처럼 수입쇠고기의 안전에 대해 변명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왜 정부가 입장을 바꿨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하나 없고,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다. 광우병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도 당당하게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나 제대로 못하고 타이밍을 다 놓치고 난후 뒤늦은 솔직하지 못한 변명은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을 증폭시켰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이니 정부는 더 이상 긴 변명으로 광우병 파동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농식품부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검역조건을 완화하게 된 사연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농식품부 관리들은 영혼을 팔았는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영혼이 없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야 영혼을 되찾았는지를 국민 앞에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혹시라도 지난 정부시절 우리가 협상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과학적 사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불필요하게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연기해 온 것이 있었는지를 솔직히 밝히고, 그것이 아니고 새 정부가 졸속으로 협상을 추진하면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협상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비화시킨 데 대한 모든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소모적인 진실게임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한·미 쇠고기 협상문제는 이제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새 정부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중대 사안이 되었다는 점을 새 정부가 통찰하기 바란다. 그리고 용기 있는 잘못의 인정과 사과 그리고 책임지는 겸손하고 솔직한 자세만이 사태를 수습할 수 최선의 방안이란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정부가 이를 가볍게 생각하고 적당히 피해가려고 할 경우 그 정치적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되어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건강이 걸린 문제고 진실성에 대한 국민들 모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차제에 정부는 소 잃은 외양간이긴 하지만 확실히 고친다는 심정으로 이번조치로 우리 검역주권에 구멍이 생겼다면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요시 미국 측과도 협정문 개정을 위한 재협상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30개월 이상의 소와 뼈와 내장의 수입허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할 수밖에 없는 국민정서를 존중하고, 이번 협상으로 만에 하나 우리 국민들이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겨났다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미국이 왜 그렇게 집요하게 30개월 이상의 소의 쇠고기 수입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뼈와 내장의 수입을 요구해왔는지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본이 국민건강을 위해 오히려 20개월 이내의 소의 쇠고기 수입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기회에 정부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개방의 이익이 확실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면서 한우농가를 보호하기위해 수입육이 한우육으로 둔갑 판매되는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만큼은 확실히 근절시킨다는 국가적 원칙을 세우고 모든 형태의 쇠고기 취급업소에서 한우와 수입육에 대한 구분표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예외를 둔다는 것은 둔갑판매를 인정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부도덕한 행위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니 이를 분노하는 청소년들이 과연 수긍할 수 있겠는가? 수입육의 한우육 둔갑은 공동체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인 이기적 행위임을 확실이하고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폐업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우육 원산지표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전문가 위주로 되어있는 육량(A, B, C)과 육질(++, +, 1, 2, 3)을 기준으로 15개로 세분화된 쇠고기 품질등급표시를 생고기용과 가공용과 사료용으로 구분하고, 생고기용의 경우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육질과 부위 등을 중심으로 5단계(예: 최고, 특상, 상, 표준, 일반)정도로 단순화 시키고, 수입육의 등급(미국의 경우, 프라임, 초이스, 실렉트, 스탠더드, 커머셜, 유틸리티, 커터, 캐너)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등급별 차등가격제도 정착시켜 소비자들이 한우육과 수입육의 품질과 가격을 쉽게 비교 선택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국내산의 경우도 한우(암소, 황소, 거세소)와 육우와 젖소육의 구분도 명확히 하도록 하여 국내 육우의 한우육 둔갑도 동시에 막아야 한다.
쇠고기 수입재개로 당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한우농가를 보호하고 우리의 한우산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우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입곡물 가격폭등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한우농가를 지원하기위한 획기적인 국내 조사료 생산대책과 해외 곡물기지 개발 및 사료곡물의 안정적 확보대책을 확립하고, 송아지를 저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하는 송아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생산농가에서 밥상까지(farm to table) 한우 쇠고기의 생산이력을 추적할 수 있게 하는 ‘한우생산이력제’를 정착시켜야 하고, 축산물종합처리장을 중심으로 한우사육과 도축, 부분육 생산유통의 계열화를 적극 추진해야한다.
특히 난립하고 있는 한우브랜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주는 브랜드의 통폐합을 추진하도록 하고, 한우품평회 등을 통해 우수한 한우의 혈통보전과 개량을 위한 조사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한우육의 품질 적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와 한우육의 수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한우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한우 사육규모에 따른 농가와 법인 등에 대한 차등화 된 맞춤형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특히 번식과 육성중심으로 30두 이하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가족적 한우농가에 대한 한우소득직불제 실시 등 한우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국가적인 ‘한우산업발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우는 고깃소이기 이전에 쌀과 함께 한국인을 몸과 마음을 지켜온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생명자원이며 문화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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