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5 10:45:29
희망제작소 '정부조직 개편' 토론회
"大부처주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
"지나친 성장지향, 약자소외 우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논란이 되자 인수위ㆍ학계 인사들이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민간 독립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 내 회의실에서 개최한 토론회에는 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ㆍ규제개혁 TF팀장(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해 패널들과 열띤 공방을 주고 받았다.
청와대에 권력 집중. 기획만 있고 조정은 없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시사인 대표이사) "기획재정부에서 '기획'이란 명칭은 시대에 반한다. 이 말은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던 시절 '경제기획원'에 붙은 단어다. 정부가 기획과 조정의 효능을 잊지 못하고 명칭 사용을 고집하는 것이 문제다."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뉴라이트바른정책포럼 소속) "때가 어느 때인데 '기획'이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나.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 할 것이란 생각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적 분권화의 실종이다. '공룡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 기능도 축소했다지만 권력은 오히려 청와대로 집중될 것이다."
최재성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새 정부의 개편안은 효율성을 전제로 대통령이 권한을 독점하는 식이다. 견제나 조정 장치가 보이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
언뜻 보면 조정 절차가 간소화한 것 같지만 청와대와 총리의 조정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 각 부처 장관과 몇 번 논의하면 끝나는 시스템이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희영 경주대 행정학과 교수 "기획 조정 능력을 강화한다면서 대통령에 권력을 집중시키고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부처간 위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분권화 시대에 역행한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정치 권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황성돈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부개혁팀장) "새 정부가 '개발독재시대의 발상이 부활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정부 운영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조정 비용을 최소화할 전략적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부처가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일의 경우 부처간 업무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박재완 인수위 TF팀장(한나라당 의원) "정부 주도 발상이라는 지적과 우려에 동감하지만 우리가 사용한 '기획'은 이전과 의미가 다르다. 정부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자원 배분에만 관여하고 미시적인 영역에서는 최대한 자율과 재량을 부여할 것이다. 부처간 의사 결정과 업무 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통합ㆍ조정 기능을 살리려다 보니 대부처가 됐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 어떻게 만드나
김광웅 "정부 부처를 줄인다는 면에서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정부 크기는 부처나 공무원 수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우연인지 김대중 정부 때 새로 생겼던 부처는 다 없어지고 새 부처들이 생겨났다. 개편결과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된다면, 정부 조직은 당선인의 전횡이 만들어내는 피조물에 불과할 것이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전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작고 효율적인 정부란 있을 수 없다. 공무원의 기능이나 능력 향상 없이 인력이 줄면 대국민 서비스는 반으로 줄 뿐이다. 즉 효율적인 정부란 양의 조절이 아니라 질적 향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황성돈 "규모 축소가 적절하냐 아니냐는 별개로 하고 실제 무엇을 통해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가 분명해야 한다. 공무원 7,000명을 줄인다는데, 3개 위원회가 합쳐지는 국민권익보호위원회를 들면 3개 기획관리실장 자리를 1개로 줄이는 것이다. 기존 방식대로 2자리를 교육부 위원, 해외파견으로 하면 본질적 개혁이 아니다."
최재성 "'작은 정부'는 국가마다 개념이 다르다. 부처가 많다고 큰 정부인가. 새 정부가 부처 수에 너무 집착하는 것같다."
심익섭 "한 번 늘어난 조직은 공무원들이 절대 줄이려 하지 않는다. 참 어려운 작업인데, 우선은 총체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선진국형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
박재완 "과거 10년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으로 보는 건 확대 해석이다. 여성부가 폐지됐다는데 여성부는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함께 보건복지부에 통합된 것이다. 논란이 된 5개 부처 중 김대중 정부 때 생긴 부처는 여성부밖에 없다."
조직개편의 가치와 철학은 무엇인가
김광웅 "미래는 많은 기능의 융합 시대인데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개편이 됐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변화의 기본원리를 모른다. 정부 기능을 무 자르듯 가르면 되는 줄 안다. 정부 부처 명칭에 여성이니 가족이니 정책 대상을 넣지 않는 게 원칙인데, 개념과 기능을 혼동한다."
최재성 "전략과 철학,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전략은 첨단 미래 부서다. 여성부 통일부도 가치 뿐만 아니라 전략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성도 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경제적 측면으로 봐야 한다. 여성인력이 이 사회를 지탱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에 위기가 온다. 이렇게 여성부를 가치와 전략의 문제로 본다면 확대할 수도 있다."
심익섭 "국정철학이 뭔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작고 유능하고 국민을 섬기는 실용 정부라지만 하나같이 추상적이라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것 만으론 왜 13부가 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신희명 "경제성장이 지고의 가치로 설정된 것 같다.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 등 경제 외적 요소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경제와 경제 외적 요소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고민이 없다. 특히 사회 약자에 우호적인 정부 구조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런 가능성이 없어진 것 같다."
김태유 "대부처주의가 되면 긴급 현안이 아니면 뒤로 미루게 된다. 방사성 핵 폐기장 문제를 보라. 여러 장관들이 16년간 차일피일 미루다 부안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저준위 폐기물은 폐기장을 만들었지만 고준위 폐기물은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동력자원부와 상공부를 합쳤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박재완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며 국정을 펴겠다는 그림은 그려져 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하고 '인재과학부' 명칭을 내놓았던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과학기술부의 경우, 선진국을 보니까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을 자치단체에 넘긴 뒤, 과학과 고등교육을 통합해 운영하는 게 추세였다. 내로라 할 연구 중심 대학이 현재 한국에 거의 없는데, 과학기술 강국들과 달리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과학과 고등교육을 함께 묶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누구를 위한 개편이고 개혁인가
김광웅 "국민의 편익만, 기업의 이윤과 편의만 생각해서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당선자의 지시대로 정부 행정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다면, 또 그 어딘가의 그늘에서는 신음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시간이 좀 더 걸려도 공공성, 공덕, 공윤을 저버려서는 절대 안 된다."
심익섭 "과연 시민 지향적인 개편인가. 가진 자, 대기업, 시장 만을 위한 개편인지, 시민 대중, 일반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인수위가 경영인들에게 보내는 미소가 궁극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국민의 이익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명히 설득해야 한다. 21세기는 통치가 아니라 협치의 시대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가 빠진 채 실용정부가 효율성이나 기업형 조직만 가지고 국정을 이끌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최재성 "과정과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에서 필요한 몇 명만 불러 논의하고 제안하는 것은 기본 절차가 잘못 된 것이다. 국가 보안사항이 아니지 않은가. 공개적으로 전문가 토론을 하는 등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박재완 "충분한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또 이미 지난해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 많은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결국 정부 개편은 선택의 문제다. 외국도 새 정부가 청사진을 그릴 수 있도록 양해해 준다.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돼 소모적인 논란으로 되는 것을 경계해 달라. 국회에서 17일까지 논의를 해달라는 점을 간곡하게 부탁 드린다. 계속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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