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2 09:55:17
<2008 신년특집-대담 ‘2008년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은 산업화·중진국시대 마감 의미” |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
2008년은 정부수립 60주년을 맞는 해이자 선진화 개혁을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해다. 1948년 건국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쳐 민주화를 이뤄낸 우리나라가 21세기 글로벌시대 지향해야할 국가적 과제와 비전은 무엇인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지난 27일 오후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신년대담을 나눴다. 참석자 : 박 세 일 (59)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장 하 성 (54) 고려대 경영대학장 진행 = 이미숙 정치부 차장 1. ‘갈등의 10년’과 2008년 의미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새로운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2008년을 전망하신다면. ◆ 박세일 이사장 = 2008년은 건국 6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한 사이클이 지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죠. 40~50년대는 건국과 호국의 시대였고, 60~70년대는 산업화, 80~90년대는 민주화 시대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합치면 근대화가 되는데 이제 우리는 비로서 근대화 혁명에 성공하고 21세기에 진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국가 목표는 당연히 각 부분을 선진화시켜 명실공히 선진국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 10년간 우리나라는 표류했고 갈등과 분열이 많았습니다. 선진화에 역행하는 흐름도 많았습니다. 그런면에서 건국 60주년에 출범하는 새정부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지난 10년의 혼동을 끝내고 다시 국민을 통합하면서 새로운 국민적 비전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 지난 10년간 갈등과 대립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제위기를 거치며 이후 새로운 계층적 분화도 있었습니다. 경제위기의 엄습 및 극복과정은 70~80년대 산업화, 민주화 과정의 남겨진 숙제를 해소하는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새정부가 선진화를 내세우고 건국 60주년에 새출발을 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를 내세우고 건국 60주년에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단순한 새 정부의 출발이 아니고 산업화, 민주화시대, 그리고 중진국시대를 마감하는 정권교체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에 대한 회의론은 직접적으로 노무현정부의 유산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 박세일 = 지난 10년 동안의 두 정부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에 상대적으로 잠복돼 있던 불평등, 불균형, 그리고 소외와 차별 등의 문제를 표출시킨 순기능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제기는 잘 했는데 해결방식이 틀렸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가 왜 표류했는지 살펴보면 5가지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역사관에 대한 대단히 부정적 시각, 좌파적 역사관과 헌법 경시사상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졌습니다. 둘째, 대북관에 혼란이 생기면서 투항주의적 대북관이 만연하게 됐습니다. 셋째, 잘못된 교육관과 교육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평등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교육정책이 과도하게 진행됐습니다. 넷째, 선심성 균형발전정책과 수도권 규제강화입니다. 수도권 이전은 세계화시대의 지역발전원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정책이었습니다. 다섯째, 편가르기식 포퓰리즘적 경제사정책입니다. 이같은 정책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고 국가부채를 늘렸고 비대한 정부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새정부가 선진화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지난 5년내지 10년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 장하성 = 노무현 정부는 권위의 파괴, 권위주의의 청산면에서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모든 대화나 논쟁의 중심이 서려했던 것은 문제지만 구조적 권위주의는 상당히 청산됐습니다. 그러나 교육, 지역발전, 부동산, 기업과 노동 문제를 갈등해소가 아니라 갈등확산을 통해 해결하려해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특히 서민과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처럼 종부세를 도입하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번 대선때 종부세를 안 내는 계층들이 누구를 지지했느냐를 보면 대답은 자명합니다. 과연 노무현 정부는 이같은 정책을 통해 위하겠다고 했던 그 계층에게 구체적 결과로서 도움을 줬느냐는 게 문제인데, 결국은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선택한 것은 ‘잘못한 당’을 버리고 ‘잘한 것 없는 당’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난 10년을 갈등과 표류의 시기라고 표현하셨는데 잘못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 박세일 = 앞에서 저는 지난 5년, 10년 좌파진보세력이 우리나라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 원인은 사실 지난 50여년 대한민국의 역사를 주도해 온 주류세력, 보수세력이 시대적 변화에 맞는 자기변화와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서 비롯합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주류세력 보수세력의 자기개혁의 실패 때문에 좌파진보가 등장했고 그들이 세상을 한 동안 흔들어 온 셈입니다. 한국의 주류라고 하는 보수의 자기실패가 지난 10년 동안 국민을 어렵게 만든 것이죠. 그래서 한국의 보수는 지난 10년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엎드려 사죄해야 합니다. 보수세력이 그간 많이 변하고 반성했지만 내가 보기엔 훨씬 더 많이 변화하고 보다 많이 자기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대를 앞서서 끌고 갈 수 있는 21세기의 신주류가 될 수 있습니다. ◆ 장하성 =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개혁을 내세웠지만 당선자 시절 이미 안정 쪽으로 회귀했습니다. 당연히 개혁도 안되고 방향성도 없어 갈등이 깊어진 거죠. 이명박 정부가 이같은 오류에서 벗어나 선진화를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가 되려면 근대화·산업화 세력과 단절해야 합니다. 근대화·산업화에 공을 세운 세력은 자기성공의 신화에 대한 함정이 있습니다.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는데 과거의 성공문법에 맞춰 세상을 재단하려는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세력들과 단절된 새로운 보수, 개혁적 보수 세력이 경제계와 정치계에서 필요합니다. ◆ 박세일 = 우리나라는 정치적 이익지향의 보수,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보수는 많은데 철학적 가치지향의 보수는 적습니다. 올바른 보수는 보수적 가치, 예컨대 자유와 법치, 시장과 세계화, 그리고 가족과 전통 등이 중시돼야 개인도 나라도 발전한다는 지적인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올바른 보수는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합니다. 보수적 가치를 실천할 의지가 있고 스스로 그 원칙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의 올바른 보수가 우리나라에는 크게 부족합니다. 보수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해내는 새로운 역사의 주류가 되려면 과거의 보수를 극복하고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야 합니다. 개혁적 보수, 따뜻한 보수로 거듭나야 합니다. 2. 글로벌 선진화시대의 정부·기업·시민사회 ―삼성비자금 논란의 해법이 새정부 선진화 정책의 시금석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 장하성 = 이명박 정부가 정말 어려운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소위 보수를 표방하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을 이야기하고 시장을 부정합니다. 기업을 사랑하는 것이 시장경제라고 생각하는데 기업은 시장의 일부일 뿐입니다.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보수세력들 가운데 시장이 갖는 자유주의적 속성을 무시하고 정부 개입을 더 바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업을 움직여서 뭘 이뤄내겠다고 하는 것, 시장주의에 전면으로 반하고 국가개입주의적 행태를 오히려 얘기하는 사람들이 보수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다보니 부패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어떻게 깨 나갈 것인가 생각해볼 때 경제부분에서도 정말 중요한 것이 법질서입니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시장이 질서있고 공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기득권 보수세력들에 의해서 오히려 왜곡이 됐습니다. 삼성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1998년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하며 삼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지난 10년을 보면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의 구조는 많이 변했습니다. 기업의 관행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극히 실망스러운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삼성뿐만이 아닙니다. 근래 일어난 현대차, SK의 문제도 하나의 과거 유산이 정리되어가는 과정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기업구조가 많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게 어떤 기업이든 절대적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아주 독특한 기업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산업화, 근대화 시대에는 이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강조된 이후에는 하나의 갈등구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질적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소유구조, 지배권을 장악한 가족들의 이해상충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법과 제도로만 쉽게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삼성 문제는 새 정부가 정말 투명하고 책임지는 기업, 법질서가 서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세우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 박세일 = 정부의 역할은 시장질서를 자유경쟁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것에 두어야 합니다. 그 이후 시장에서 어떤 제도와 관행이 형성되는가에 대하여는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을 보다 더 공정하고 투명하고 경쟁적으로 만들고 대외개방도 더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어떤 기업지배구조가 나오느냐는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어느 지배구조가 최선이냐에 대한 정답은 본래 없습니다. 일본이 잘 나갈 때는 일본 기업지배구조가 최고라고 했다가 일본이 나빠지니까 미국식 기업지배구조가 최고라고 하고 있습니다. 모두 상대적인 것입니다.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하여 직접 손을 대는 일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정부는 시장질서만 바로 세워주고 기업 스스로 자기들에게 맞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 장하성 = 지배구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일본식이냐는 논의가 진행되는데 그건 정말 무의미한 논쟁입니다. 투명하고 시장원리에 맞는 체제를 만든다는 것인데, 그 나라 문화적 배경이나 역사적 발전단계 등으로 볼 때 어느 것이 맞을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LG와 SK 주가가 최근 4년간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소버린과 갈등 빚은 이후 SK 주가는 10배 이상 뛰었습니다. 그런 갈등을 반기업적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은 그걸 지지했고, SK그룹을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장에서의 법과 질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역할만 정부가 해야지 구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해라 저런 식으로 해라 하면 안됩니다. 삼성문제는 절대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출발이니 털고 가자는 식의 잘못된 접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정경유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규제문제와 연결됩니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경쟁유발적 환경을 만들려면 규제완화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균형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 불균형은 다른 방법으로 보완해야지 진입장벽을 높임으로써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전제가 돼야 할 것은 진입과 퇴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는 낮추고, 경쟁의 공정성을 담보할 규제는 반대급부로 강화해야 합니다. 규제완화와 규제강화가 양면성이 있다는 것이죠. 삼성문제는 정부가 풀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법과 질서에 의거해 삼성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건 자체가 최근 2~3년간 일어난 게 아니고 과거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경영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총수 가족들의 이해관계로 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삼성이 이번에 그룹구조와 지배구조변화를 시도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명박시대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야할까요. ◆ 장하성 = 국가전략적으로 선택해야 될 부분에 대해 기업과 공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거 개발주의 시대처럼 정부가 주도해나가는 형태가 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재벌개혁, 노동개혁, 정부개혁, 금융개혁 얘기가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시장이 발전적 협력관계를 갖고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미래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과거와 같은 의미가 해석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업개혁, 시장개혁, 정부개혁, 노동개혁이 다시 새롭게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초기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금융기관장들을 불러 얼마씩 낼 건지 써내라고 했습니다. 금융기관 계열 카드사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데 대기업 계열 카드사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불러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투자자 입장에서 얘기한다면 청와대가 하란다고 투자하는 기업에는 절대 투자 안하겠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에서 총수의 경영권을 보장해달라, 은행을 대기업에게 넘겨주라는 식의 특정 대기업들의 주문사항들은 선진화에 역행하는 반시장적인 정경유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명박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개입주의에 의해 정부주도적 성장을 단기적으로 이루려고 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내걸고 있는 시장경제 글로벌 선진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될 것입니다. ◆ 박세일 = 산업화시대에는 관주도의 성장론이 주류였습니다. 그러나 선진화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시장과 민간이 주도해야 합니다. 선(先) 시장주도, 후(後) 민관협치로 되는 게 선진화 단계의 경제분야 국정운영의 기본원리가 돼야 합니다. 이 당선자가 대기업총수들을 만나 신 정부에서는 반기업정서 없다, 기업을 소중히 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분위기를 바꿔주는 의미에서 한 것이라면 좋습니다. 3. 이명박 정부가 나가야할 길 ―이명박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집중해야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박세일 = 우선 교육개혁입니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기민정책, 백성을 버리는 정책입니다.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국민들이 세계에 나가 경쟁할 수 있도록 교육을 못 시키는 나라는 백성을 버리는 나라입니다. 이것은 세계화시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을 우선 철저히 자유화 세계화시켜야 합니다. 중·고교의 평준화 획일화 정책은 전면적으로 재고돼야 합니다. 대학을 위해선 두 가지를 해야 하는데 우선 정부의 각종 교육규제를 풀어야 하고 동시에 대학에 개혁적 리더십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교수들이 총장을 선거로 뽑아서는 개혁적 리더십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학교의 비전을 만들고 그를 가장 잘 추진할 분을 학교 안팎에서 모셔와서 모든 권한을 드리고 대학을 뜯어고치게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대 총장의 평균 임기는 2.2년인데 하버드대 총장 임기는 22년이 넘습니다. 두번째는 정부개혁입니다. 작고 강한 정부는 이미 컨센서스가 이뤄져 있어 다행인데 이와 함께 분권형 정부를 만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분권형으로 우리나라를 재조직해야 합니다. 일본은 이미 도주제 추진 대신(장관)까지 만들었고 총리실 안에 도주제 추진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경제적 연방제로 가자는 구상이지요. 싱가포르 같은 역동적인 발전센터를 우리나라에 3개, 4개 만들어내야 합니다. 국세를 없애고 모든 세금은 지방에서 걷어서 국고지원하는 형태가 될 정도로 분권화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지방주권이라고 할 정도까지 사고를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21세기형 국가개조이고 지방발전의 바른 도입니다. ◆ 장하성 = 빈곤으로부터 풍요까지 온 데에는 자본이 있던 것도,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근면하고 똑똑한 인적자원 하나만 갖고 얻은 결과입니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자본을 많이 모아도 이미 19세기부터 자본을 축적한 선진국에 대응할 힘은 안 됩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전략입니다. 대학이 길러낸 인재들이 가서 세계적 기업을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을 길러낸 대학은 하나도 세계적 대학이 되지 못했다는 게 현재 우리가 당면한 큰 모순입니다. 아시아 리딩 국가로서 아시아에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선진화의 핵심요소는 구체적 인력자원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인적자원을 얘기하면 대개 지식기반, 노하우 얘기하는데 이미 그런 건 우리나라가 상당히 따라갔습니다. 기본적 가치, 원칙을 지킬 줄 아는 것, 창의성, 도전정신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새로운 성공의 신화가 필요합니다. 미래세대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성공신화가 단절된 지 벌써 20년 됩니다. 교육이 그런 희망을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 박세일 = 지난 10년간 우리사회의 투자는 아주 부진했는데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가 반드시 따져봐야할 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투자가 왜 하락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90년대 전반 투자증가율은 연평균 10%였습니다. 1996~2000년엔 5%. 지난 5년간 1.1%였습니다. 왜 이런 추세가 생겼느냐에 대해 정확한 문제파악과 정책적 대응을 해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대기업 총수를 불러서 분위기를 바꿔준다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대선에 나타난 민심은 당선자가 우선적으로 경제 살리기 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 장하성 = 그렇죠. 이번 대선결과는 국민들이 잘못한 당을 버리고 잘한 것 없는 당을 선택한 것인 동시에 이명박 개인을 선택한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그많큼 크다는 얘기죠. 그런 측면에서 이 당선자의 허니문 기간은 길 것으로 봅니다. 새로운 정부가 선진화를 내세우는 것은 좋은데, 그 선진화의 의미는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선진화에는 경제선진화, 사회문화적 선진화, 정치선진화 이런 것들이 포괄적으로 포함돼야 합니다. 결과로서 경제성장만을 추구해 공동체 가치를 황폐화시키는 선진화를 상정해서는 안 됩니다. 시장 질서, 공정경쟁, 나눔, 공동체 가치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제적 성과주의는 잘못하면 우리나라를 후진화시킬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미 구조화된 계층적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노무현 정부는 분배를 이뤄내지도 못하면서 논쟁만 하다 양극화가 심화됐습니다. 결과론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개입주의를 하다 보면 양극화는 더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 모두가 다 잘 살게 됐어도 상대적 빈곤을 보게 되면 계층적 양극화가 심화될 위험도 경계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투자로서 국내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삼성전자 이익의 92%는 외국에서 나옵니다. 국내투자는 늘지 않더라도 우리의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세계시장에서 투자활성화를 하고 성장할 것이냐, 동시에 국내산업은 어디서 성장동력을 찾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성장이 고용창출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알기 때문에 고용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어떻게 찾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합니다. 세계경제 중심축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고 아시아의 중심은 이미 동북아로 이동해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어떤 새로운 위치를 정립하느냐, 특히 아세안 +3(한·중·일)는 단순한 지역협의체가 아니고 공동시장으로의 발전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과 인도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 양국에 모두 성공적인 시장진출을 한 것은 우리나라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특히 새로운 세계경제 중심이 된 아시아에서의 성공적 진출을 어떻게 국가전략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아세안 국가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 중국 인도라는 신흥시장에 대한 진출도 새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일본이 그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과 좋은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것이 선진화전략에서도 중요합니다. ◆ 박세일 = 경제를 살리려면 전 세계에서 투자를 누가 하느냐를 봐야하고 그들에 맞는 투자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 세계 비즈니스 연구개발(R&D) 투자 3분의 1을 다국적 기업 700개가 합니다. 그들이 투자처를 결정할 때 뭘 중요시하느냐 하면 첫째가 교육경쟁력이고 둘째가 도시경쟁력입니다. 그 도시에 그 나라에 우수하고 창조적인 인재가 있느냐, 또한 그나라가 그 도시가 기업하기 편하고 사람을 보냈을 때 살기가 매력적이냐, 도시문화가 개방적이냐 등을 봅니다. 이 두가지를 높이면 당연히 국내외 투자가 몰립니다. 교육경쟁력을 봅시다. 서울대는 세계에서 63등 수준입니다. 베이징(北京)대, 도쿄(東京)대는 모두 20위 수준입니다. 다음은 서울의 경쟁력을 봅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니까 서울은 3류도시로 분류돼 있습니다. 도시 경쟁력은 집중과 광역화에서 옵니다. 도시경쟁력은 온갖 인적, 물적, 정보적 자원이 일정지역에 집중되는 데서 오고 또한 광역화되면서 도시중심과 주변간의 효율적 분업관계가 생기는 데서 경쟁력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서울의 집중을 막는다면서 수도이전 등을 추진했습니다. 또한 서울의 광역화를 수도권 규제로 막아 왔습니다. 런던은 서울의 2.5배이고, 도쿄는 3.5배, 상하이는 13배나 큽니다. 우리는 집중도 못하고 광역화도 못하니 서울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그러니 투자가 안 이뤄지는 것입니다. 교육과 도시실패가 낮은 투자율의 원인입니다. 이 당선자는 시스템개혁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는 선진화가 안 됩니다. 선진화를 몇개 프로젝트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그것은 산업화 시대의 사고방식입니다.시스템 개혁의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세계화 시대는 국가전체보다는 지역과 도시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처럼 인구 4000만, 5000만을 한 단위로 해서 중앙집권적으로 운영하면서 세상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차기대통령이 확고한 선진 리더십을 갖고 교육 및 경제시스템 개혁에 나서야한다는 얘기인데. ◆ 박세일 = 그렇습니다. 선진화를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화 목표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그런 선진화를 누가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입니다. 전 세계가 90년대 들어와서부터 본격적으로 세계화되면서 제도개혁경쟁의 시대로 들어갔습니다. 제도개혁경쟁의 주체는 국가 리더십입니다. 이번 대선을 보면서 걱정이 된 것은 정당정치가 와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당의 이합집산이 원칙없이 수시로 일어났고, 정당이 후보를 뽑는데 당원 투표에 의하지 않고 여론조사까지 포함시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은 정당이길 포기한 것입니다. 정당정치가 표류하면 정책이 없어지고 포퓰리즘이 성행합니다. 다음 총선에서 대한민국의 가치, 이념, 정책, 전략을 중심으로 정당이 정리되길 바랍니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로 정리돼서 선진화를 위해 양쪽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을 제시하면서 경쟁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누가 집권을 하던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고 변화를 빨리 만들어내 모두가 성공하는 나라가 됩니다. 지금처럼 원칙없이 이합집산하면 우리정치는 더욱 후퇴합니다.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등장해서 선의의 정책경쟁의 장이 되어야 선진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근대화시대 때의 성공경험만으로는 21세기 선진화를 리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시대에 따라서 자기변화를 해야 합니다. 리더십도 변하고 당도 변하고 사회 전체도 변화해야 합니다. 이 당선자도 옛날 성공경험을 가지고 비슷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안될 것입니다. 과거를 빨리 버리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으로 자기 변화를 하고 새로운 선진화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선진화는 이명박 정부 5년 안에 끝날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향후 10~15년 내에 선진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이명박정부가 기틀을 다지고 시스템개혁을 한다면 우리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장하성 = 한국경제가 갖는 문제 중 하나가 사람은 일하고 돈은 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돈을 일하게 만드는 경제,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제를 어떻게 하느냐가 선진경제의 핵심입니다. 사람은 좀 여유를 갖고 돈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경제체제를 지향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는 자본의 논리를 잘 이해못했는데 이명박 정부도 그럴 위험성이 있습니다. 기업사랑이 자본주의와 같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되새겨야합니다. 자본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노무현 5년 중에 경제는 신관치경제, 철저히 관료에 의존한 경제운영이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경계해야합니다. 정리 =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활동하며 세계화 개혁을 이끈 정책브레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시절 정책위의장으로서 당개혁을 주도했고, ‘한국의 브루킹스연구소’를 지향하며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창립, 선진화전략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1948년 서울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 코넬대 노동경제학 석사, 법경제학 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1985~94), 국제대학원 교수 (2000~)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사회문화수석(1995~98)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2002~2004) ▲17대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소장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스스로를 개혁적 시장주의자라고 말하는 진보 성향의 경영학자. 1998년부터 참여연대의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삼성등 대기업을 상대로한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했다. 최근에는 ‘장하성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운동을 주도하고있다. ▲1953년 광주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 올바니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박사 ▲한국 재무학회, 선물학회 상임이사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세계은행 기업지배구조담당 컨설턴트 ▲국제지배구조네트워크 이사 기사 게재 일자 2008-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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