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8 09:19:59
‘10ㆍ4 남ㆍ북정상선언’의 5대 문제점
Ⅰ. ‘전임자의 과도한 어음, 후임자 결재 불가피 우려’ 현실화
Ⅰ. ‘전임자의 과도한 어음, 후임자 결재 불가피 우려’ 현실화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남ㆍ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2000년 6월의 1차 정상회담 이후 7년 여 만에 성사된 것으로서 그동안의 남ㆍ북관계 전반에 대해 실질적으로 결산하고 향후 과제와 일정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국내외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방북 마지막 날 발표된 합의문을 보면 이번 정상회담은 절반의 성공, 미완의 정상회담이란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2개 월 여에 불과한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합의를 김정일 위원장과 약속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수 없는 과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전임자의 어음을 후임자가 결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정상회담이었다.
“남ㆍ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명명된 2007 남ㆍ북정상선언은 총 8개항과 2개의 별도 항으로 이루어졌으며 세부 조항까지 포함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007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기본합의서에서 밝혔듯이 10월 3일 오전, 오후 2차례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 민족의 공동번영 그리고 조국통일에 관한 의제들을 폭넓게 논의하였으며 그 결과를 선언을 통해 발표했다.
Ⅱ. 성급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합의, 국방장관회담서 입지축소와 한ㆍ미관계 부담 초래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두 정상은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조성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선언했다.
서해 5개 도서 인근 해역을 공동 어로구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해주 일대를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해주항의 민간 선박 직항로를 개설하고 한강 하구를 공동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남ㆍ북 간 합의가 이루어지고 계획대로 공동사업들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남ㆍ북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한반도 평화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언에서는 핵심 분쟁 사항이었던 서해북방한계선(NLL)의 재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서해북방한계선(NLL)수역에서 우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들을 논의하기 위한 남ㆍ북 국방장관회담을 11월에 개최하기로 했으나 우선 순위가 뒤바뀐 경우이다. 국방장관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에 대한 합리적 결정이 도출되기도 전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 국방장관회담에서의 우리의 입지를 그만큼 축소시키고 나아가 한ㆍ미관계를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
Ⅲ. 북한의 비핵화 실현 이전의 종전선언 추진합의는 북핵 보유 용인 비판 직면 불가피
2007 남ㆍ북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했다.
종전선언의 주체가 남ㆍ북한과 미국의 3자 또는 중국이 포함된 4자인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는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한국을 배제하려던 전략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정전협정의 서명주체인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은 법적으로나 실효적 측면에서 모순되는 부분이다.
또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이 완전 폐기되고 검증된 연후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수차 밝혔음에도 남ㆍ북한이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제기한 것은 자칫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거나 핵폐기를 더디게 할 수도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회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지난 5년 동안 한반도의 안보를 극도로 위태롭게 했던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6자회담에서 9ㆍ19 공동성명이나 2ㆍ13합의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언급 만으로는 향후 북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역할과 입지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Ⅳ. 국민적 합의 없는 각종 경협 사업 합의, 차기정부에 큰 부담 초래
북한에 대한 각종 경제협력사업이 새롭게 합의된 것은 향후 남ㆍ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충분한 재원 조달과 경제발전의 구조적 제약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개성공단 2단계 확대방안이나 해주공단건설, 남포와 안변의 조선협력단지조성,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간 철도 개ㆍ보수문제 등은 막대한 공적자금과 민간기업의 본격적인 투자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외금융기구로부터의 협력이 불가능하고 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판로도 개척할 수 없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데 현재와 같은 정세 속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에 관한 법제도의 정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사회 전반적인 개혁ㆍ개방이 없이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사업이 착수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할 텐데 차기 정부에 대한 고려 없이 임기 말 정부가 북측과 서둘러 합의한 것은 큰 부담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Ⅴ. 이산가족 상봉 확대 위한 구체적 조치 결여와 대북인권문제 제기 막는 상호내정간섭금지 합의, 인류보편적 가치와 거리 멀어
10ㆍ4 남ㆍ북정상선언에 이산가족문제와 관련한 몇 가지 조치들이 있는데 이는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이 통상적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기대했던 납북자와 국군포로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이산가족 상봉사업의 규모와 속도를 높이는 데 대해서도 개선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더구나 고령의 이산가족의 수월한 상봉을 위한 제2, 제3의 상봉장소나 남ㆍ북 상호방문을 통한 문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했다. 나아가 북한 내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못하게 할 상호내정간섭금지조항이나 통일을 지향하기 위한 법ㆍ제도의 개편문제 역시 민주주의의 보편적 기준에서 매우 후퇴한 조항들이다.
Ⅵ. 남ㆍ북정상 간 교차방문 의무 배제, 향후 회담 파행 초래 위험성 커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하기로 한 점은 회담을 정례화시킨다는 의미보다는 상호 교차방문의 의무를 배제시킴으로써 회담의 파행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그리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서울이나 기타 남한 내 지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이어가는 방식은 회담 전략상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이며 북한 개방과 개혁을 촉구하는데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또한 남ㆍ북 간 경제협력이나 기타 제반 의제들을 폭넓고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총리급 회담을 구성하거나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21세기 세계화의 문턱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불합리한 결정이다.
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각 분야의 협력사업들을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위급회담보다는 실무정책그룹의 활성화가 더욱 절실한데 2007 남ㆍ북정상선언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행사를 위한 행사를 통해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있을지 모르나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Ⅶ. 임기 말 대통령의 절대권력자와의 불균형한 회담 결과 : 차기정부와 국민에 대한 과도한 부담 초래
2007년 10월의 정상회담은 임기 말 대통령이 절대권력자를 상대로 이루어진 매우 불균형한 회담이었다. 결과로 채택된 정상선언 역시 현단계 핵심 현안을 비켜간 채 차기 정부나 국민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겨줬다.
회담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언행이 회담의 실천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남ㆍ북 정상회담이 성사돼 무사히 2박 3일의 일정을 무난히 소화시킨 노무현 대통령의 노고는 평가할 만하다.
이제 문제는 정상선언의 합의 사항을 충실히 실천하고 이행하는 것인데 결국 관건은 남은 임기 동안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과 금년 12월 19일 선출될 차기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끝)
유호열 한반도선진화재단 대북ㆍ통일정책패널 위원장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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