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4월5일(월) 조선일보 A18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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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9] 통일한반도 시대 열어 '세계 공헌국가'로 거듭나야
개발기여지수 평가에서 주요 22개 국가 중 최하위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장도 세계 공헌국가 평가에 중요
개발원조 국제평균 수준으로 늘려야…
발전 노하우 등 소프트파워 공헌을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국제사회는 지금 세계화가 가져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금융불안,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빈곤과 실패국가, 기후변화, 자원고갈, 식량문제 등 계속 늘어나는 지구촌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얼마나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느냐가 선진국으로서 자격과 능력을 재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는 등 국제문제 해결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국제공헌 수준은 경제력에 비해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가 발표하는 개발기여지수(Commitment to Development Index) 평가에서 한국은 2009년 평가에 포함된 22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 지수는 ①해외원조의 양과 질, ②개도국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한 개방도, ③투자관련 정책, ④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노동자 이주 허용, ⑤환경정책, ⑥평화유지공헌, ⑦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지원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주요국의 개발공여를 평가한다.
우리의 국제공헌 수준을 높이려면, 우선 비전과 전략을 갖춰야 한다. 세계공헌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전략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전략은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 가동, 국력에 상응하는 개발원조, 전략적 차별화와 브랜드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통일을 우리나라 세계 공헌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문제는 국제안보와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글로벌 이슈이다. 다른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한반도 통일이 북한 문제를 영구히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둘째 우리 국력에 상응하는 물질적 공여 수준을 달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는 1인당 16달러로 DAC 평균 164달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평화유지군(PKO) 참여도 401명(2009년 기준)으로 전체 39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국력에 상응하는 수준, 즉 국제평균수준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다. 한국이 세계공헌 모범국가로 도약하려면 최소한 평균적인 수준의 물질적 개발원조는 제공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가 자원을 고려하고 세계공헌의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은 '중견국 소프트파워 공헌'이다. 지구촌과 지역에 공공재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공공재 생산에 필요한 지식, 리더십, 참여, 협치, 섬김 등의 소프트파워도 같이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 자원은 고유의 발전 경험에서 온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로 창의적 메뉴를 만들 수 있다. 선진국의 세계공헌 메뉴를 쫓아가는 방식은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기도, 우리의 세계기여를 부각시키기도 어렵다. 또 창의적 세계공헌이 반드시 정부의 몫일 필요는 없다. 한국의 기업과 대학 그리고 시민사회의 참여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세계공헌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 앞에 세계공헌과 관련된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다문화 사회 통합도 우리의 세계공헌 과제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의 인권과 생활환경을 보호하지 않고 국제사회로부터 세계공헌국가로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ODA 기본법, PKO 파병법안, 아프가니스탄 파병동의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안 등이 주요한 세계공헌 관련 현안이다. 중단기적으로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궁극적으로 세계공헌 외교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만 성공한다.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렵고 국내 문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세계문제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의 도움으로 발전한 사실을 상기한다면 세계공헌이 우리의 소임임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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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한반도 통일'은 세계평화에 공헌…
북한 근대화·인권문제도 해결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 통일의 의미는 분단된 한반도가 하나 되어 민족사적 불행을 치유한다는 데서 머물지 않는다. 전근대적 북한이 국제사회에 주는 부담이 사라지게 되면, 그 자체가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한다는 시대적 의미도 갖게 된다. 즉 한반도 통일은 단순히 내부적인 민족차원의 문제 해결을 넘어 '세계평화와 발전에 공헌하는 한국'의 출발점인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 왜 한국이 세계공헌국가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가. 우선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이 좀 더 정상국가에 가깝게 변하고 근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것이다. 당위적 차원이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핵문제는 당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동북아와 국제사회는 북핵으로 인한 안보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 자체가 이미 커다란 세계공헌이다.
북한이 민주화되고 산업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북한 근대화' 역시 지역과 국제사회에 기여한다. 북한의 민주화는 주민들에게 '폭압과 독재로부터의 자유'를 제공함으로써 공개총살, 강제수용 등과 같은 인권유린 행위를 방지하고 자유와 창의를 통한 인간다운 삶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또한 북한 산업화는 식량과 자원부족의 문제를 해결하여 기아와 결핍의 공포를 근원적으로 치유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계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를 없애는 '공헌'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된 상황 때문에 개발기회를 잡기 어려웠던 주변 지역의 상황도 더 나아질 것이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북한과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저개발된 상태로 방치되어왔다. 평화와 발전을 기약할 수 없는 '불임의 지역'이었던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했던 두만강개발계획은 시작 당시 국제사회의 기대와 주목을 받았던 것과 달리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이 그 사례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반도 분단상황이 가져온 안보 불안정이었다. 한반도 분단을 방치하고는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기약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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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각국 이해대립 중재자 역할…
평화유지군 활동에 적극적
(캐나다·호주의 국제공헌 전략)
글로벌 시대엔 '세계 공헌'도 일종의 경쟁이다. 이 때문에 국가 호감도와 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하고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공헌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적 패권을 다툴 만큼의 군사력·경제력을 앞세우는 미국·중국, 인도적 국제주의와 사회민주주의 모델의 전파라는 이념적 성향이 강한 북유럽 3국의 모델은 모두 한국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며 "한국의 경우 캐나다, 호주 같은 중견국가의 경험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캐나다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조성자 및 강대국간 이해대립의 중재자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틈새외교' 전략을 펴왔다. 레스터 피어슨(Pearson) 전 총리는 1956년 유엔 비상군(UNEF) 창설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수에즈 위기로 촉발된 강대국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평화유지활동이라는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당시 캐나다는 전체 평화유지군 6073명 중 1007명을 제공했다. 2000년에는 주권과 인도적 개입간의 충돌을 해소하고 유엔체제의 비효율성을 다룰 방법에 관한 글로벌 컨센서스를 조성하기 위해 '국제개입 및 국가주권 위원회'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인간 안보(human security·안보의 대상을 '국가'를 넘어 '개인의 안전·행복'으로 보는 개념)를 주요 외교정책으로 설정한 첫 나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류의 행복이라는 이상적 가치에 봉사한다'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대외원조도 백신 사업이나 아동 및 여성 권리보호 등 인류의 건강과 생명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호주는 특히 유엔을 비롯한 국제다자기구의 평화유지활동을 적극 지지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호주는 1947년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인도네시아간 정전 합의의 준수여부를 감시하는 군 옵서버를 파견한 이래 60여년 동안 27개 분쟁지역에서 50개의 PKO(평화유지활동) 임무를 수행했다.
(임민혁 기자 /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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