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3월29일(월) 조선일보 A23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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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8] 자유민주주의를 성공시키는 길
장훈·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화·경제발전 동시에 이뤄낸
'한국형 경험' 개도국에 전하자
'한국형 민주주의 재단' 세워
신생국 민주화 교육 나설 때…
민주주의 발신국가 된다면 '변방의식'도 떨칠 수 있어
지난여름 베트남 국회가 마련한 국제회의장에서 마주친 타오(Tao) 박사(베트남 국회 입법조사처장)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은 2박3일 동안 끝없이 이어졌다.
"한국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로 강한 비결은 무엇인가?"
"선거관리위원회가 그토록 세밀하게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감독하고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타오 박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제 이 같은 대화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제도화된 채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미국이 '민주주의 재단(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을 통해 전 세계에 미국형 민주주의의 확산을 시도해왔듯이, 우리는 예컨대'한국형 민주주의 재단(Korean Democracy Foundation)'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경험과 교훈을 신생국들과 공유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해 있다. 한국 선거정치의 역동성과 선관위의 역할을 궁금해하는 베트남, 캄보디아의 언론인, 학자, 정치인들에게 장·단기 연수를 제공하고 태국, 카자흐스탄의 대학에서 사용될 한국판 민주주의 교과서를 개발하고, 라오스나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단체들에 인력과 협력기금을 지원해야 한다.
지난 60년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병행발전을 개척해 온 실천의 역사였다면, 이제는 그간의 경험을 우리 식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지구촌에 전파하고 공유해야 하는 단계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 모델, 외형 중심의 공적개발원조(ODA)만으로는 '영혼 없는 신흥 중강국(rising middle power without soul)'을 벗어날 수 없다.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모두 성공한 '한국형 병행발전'의 고유한 경험과 고뇌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을 때, 안으로는 우리의 성취와 한계를 바라보는 끝없는 대립을 해소할 수 있고 밖으로는 우리의 민주주의 경험을 발신할 수 있다.
한국형 민주화와 경제발전 모델의 발신국가로 전환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민주주의의 '변방의식'을 스스로 떨쳐버리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형 민주주의 모델을 전파하는 기구, 인력, 전문성을 키우는 체계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변방의식의 뿌리는 서구 민주주의의 길을 유일한 모범답안으로 상정하고, 이 모범답안에 비추어 우리 현실을 이해하고 비판하는 서구 중심주의이다. 실제로는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는 길에는 복수의 경로가 있고, 다양한 민주주의의 길은 각각의 역사와 문화가 민주주의의 보편원리와 결합하면서 개척된다. 이 같은 믿음을 통해서 우리는 변방의식에서 탈출할 수 있다.
한국 민주화의 경험과 고뇌를 전파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전문기구와 인력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몇몇 시민단체들이 간헐적으로 추진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해외 소개가 이뤄져 왔다면, 이제부터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민주주의 전파의 논리, 아이디어, 조직을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시골 마을에 학교 건물을 지어주는 데에서 나아가 그 학교에서 가르칠 민주주의의 교범을 만들고 시민교육의 전도사를 파견해야 한다. 한국의 영향력은 학교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전파와 교육이라는 소프트파워에서 나온다.
이 같은 한국형 민주주의 전파가 그간 서구 선진국들이 보였던 한계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해 온 미국 민주주의 재단, 프리덤하우스나 독일의 아데나워 재단 등이 최근에 보이는 자기반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주의 수입국의 맥락에 걸맞은 제도개혁이 중요하다" "제도의 수입보다 제도 운용의 시행착오와 학습이 핵심이다" 이 같은 경고를 염두에 둘 때 우리는 촌스런 제국주의가 아닌, 사려 깊은 민주주의 발신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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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美 '민주주의 재단', 獨 '아데나워 재단'은…
강원택·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천억원 넘는 예산갖고 민주주의 사업 도와… 국가 이미지 크게 향상
미국의 민주주의 재단(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NED)은 1983년 창립되었는데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NED는 냉전시기였던 1982년 민주주의의 인프라를 강화시키자는 레이건 대통령의 제안에 의해 설립되었다. 현재 9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재원은 대부분 미국 의회가 부담하고 있다. 2008년 NED의 예산은 1억달러에 달했다.
초기 NED는 중동부 유럽과 소련의 체제 전환 그리고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각국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최근엔 중국·북한·쿠바·미얀마 등 공산주의나 권위주의 국가에 더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NED의 북한 관련 활동을 보면 대북 라디오 방송을 지원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북한 민주화나 인권 관련 단체도 돕고 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스 자이델 재단과 같은 독일의 정당 재단 역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정당 재단의 역할도 독일과 해외에서 인권 보호,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운영 자금은 국고로 충당된다. 가장 규모가 큰 아데나워 재단의 경우 연간 예산은 1억유로에 달한다. 아데나워 재단이나 에버트 재단의 연간 예산 중 국제협력 사업의 규모가 제일 큰데, 정치 후진국의 민주화 운동, 인권 단체들을 지원하고 교육 관련 사업도 행하고 있다.
이런 기관의 활동은 국제적으로 미국과 독일이 민주주의 체제의 수호자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침략국'이란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들 기구의 활동이 단지 대외적으로 '모양'을 내기 위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통일 이후 구 동독인들을 대상으로 민주 시민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던 독일 정당 재단들의 활동은 우리에게 결코 먼 곳의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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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선거관리·전자의회 등 민주주의 운영 기술은
이미 개도국에 수출한다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한국 민주주의가 실제 '수출'되는 일이 최근 몇년 새 생겨나고 있다. 아직은 일부 국가기관을 통해 선거관리나 전자의회 등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기술과 제도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정도지만, 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정치문화를 선진국 학계와 민간이 연구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게 현장의 기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를 위한 외국 선거관계자 연수'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5년째 운영 중이다. 주로 선거철에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관련 공무원을 초청, 1~2주 체류하는 동안 선거명부 작성, 선거운동, 불법선거운동 감시·처벌, 투표·개표, 미디어 선거보도 등을 현장시찰과 강의로 교육하고 전자투표기와 투표지 분류기 샘플도 일부 제공한다. 2007년 이라크가 전후 독립해 첫 선거를 치를 때 UN이 한국을 '교육국'으로 단독 지정, 이라크 선거관리위원장 등 20명이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는 7월 국회의원 재·보선에 맞춰 몽골과 카자흐스탄측이 방문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상국 인사들이 정확한 선거명부 작성부터 개표 결과 실시간 공표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에 감탄하더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외국 정치인·공무원의 '순례지'로 꼽힌다. 헌재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탄핵과 행정수도 이전 재판을 한 이후 최근 입법 과정에 대한 여야 간 권한쟁의 심판 등 고도의 정치분쟁을 처리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다. 이에 대해 국내에선 회의적 시선이 있지만, 외국에선 "독재국가에선 정권 핵심이 은밀하게 처리할 일을 헌법해석에 맡기는 자체가 민주주의의 진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법관·국회의원들이 공식 연수를 다녀갔다. 이런 국제교류를 바탕으로 내년에 아시아 12개국과 러시아 등을 포함한 '아시아헌재연합'도 출범한다. 헌재 관계자는 "한국이 의장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일본과 중국이 '우리가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며 참여를 망설인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회는 본회의장에서 이뤄지는 전자투표, 실시간회의록시스템 등을 시연하고 관련 프로그램이 깔린 PC를 지원하는 '세계 전자의회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에티오피아 상원 사무처측이 방문해 첫 시범실시했고, 올해도 중동과 남미 일부 국이 연수신청을 해와 검토 중이다. 미국이 시작한 전자의회를 우리 국회가 도입한 것이 불과 4~5년 전으로, 아시아국 중 역수출에 나선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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