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3월22일(월) 조선일보 A2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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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7] 민관협치와 지방주권 시대 열어야
신도철·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각 州들 정책·제도 경쟁이 美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인구 4000만 넘는 나라 중 우리보다 지방자치 정도
빈약한 국가는 터키 뿐… 책임지는 주체 많아야 위기때 발빠른 대응 가능
산업이 발전하고 세계화·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정부의 기능과 활동방식도 변해야 한다. 중앙집권적 정부조직으로는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 자기 권한을 가지고 스스로 책임지는 주체가 많이 만들어져야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따라서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넘기고, 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지방에 넘겨야 한다. 한편 중앙정부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종합조정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이제 '민관협치'와 '분권'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민관협치란 정부와 민간이 정보와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세계적 규모로 분업과 특화가 이뤄지면서 어떠한 산업분야가 더 유망한지 등에 대해 정부가 민간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가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기업들이 경쟁적 협조를 하면서 국가 차원의 새로운 비교우위를 창출해나가도록 정부가 틀을 짜고 조정을 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 특히 각 행위주체의 이익추구 행위가 경제와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일러스트=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최근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는 무엇이 정부와 시장의 적절한 역할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의 주택금융위기는 시장 실패 때문인가, 정부 실패 때문인가? 해결책은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인가, 정부의 목표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인가?
시장이 물이라면 정부의 정책과 제도는 그릇이나 물길과 같다. 행위주체들의 자기이익 추구가 모여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크게 의존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주택금융위기가 저소득층의 자가보유주택을 늘리기 위한 과도한 대출확대정책에 기인했다는 지적은 음미해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민주화한다는 좋은 의도로 시작한 벤처산업 육성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적이 있다. 좋은 의도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의 작동원리에 비춰 그 의도가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바로잡혀 있어야 시장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세계화·정보화와 함께 시장의 크기는 커지고 있고 분업과 특화의 정도는 심화되고 있다. 그에 따라 거래와 기술개발을 통한 가치창출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시장의 불안정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해졌다. 새로운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높아져 가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일을 정부가 반드시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분권은 더 많은 주체가 자율과 책임의 원칙하에 현장에 접근하여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각 지역이 자기책임의식을 가지고 환경변화에 효율적·창의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분권적 국가운영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아니, 이제는 중앙정부 권한의 일부를 지방에 넘겨주는 지방분권을 넘어 지방이 권력을 갖고 그 일부를 중앙에 위임하는 '지방주권'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다.
지방분권 내지 지방주권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운영 시스템은 너무나 낙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규모가 클수록 중앙이 모든 권한을 갖기보다는 지방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인구가 4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지방자치의 정도가 우리나라보다 빈약한 나라는 터키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식적으로 지방자치가 이뤄지고 있으나 권한과 재원 면에서 국가운영은 여전히 매우 중앙집권적이다. 그래서 선거 때면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중앙정부로부터 많이 따오겠다는 공약이 난무한다. 더 나은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지역 간 자원배분을 둘러싼 투쟁과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세종시 문제도 지역의 자율과 책임이 상실된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이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주(state) 간의 제도·정책 경쟁이다. 일본·프랑스 등 우리나라보다 이미 더 분권적 국가운영을 하고 있는 나라들도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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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헌법 고쳐 정책결정권·조세권 넘겨줘야
이기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진국의 지자체는 뛰는데… 우린 손발 다 묶어놔
요즘 선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해외에 나가 온갖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투자 유치경쟁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런 식의 약속을 제대로 해주기 어렵다. 모든 중요한 지방정책·조세 등이 국가, 즉 중앙정부 소관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운동선수의 손발을 묶어놓고 경기장에 내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에 필요한 정책결정권과 조세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지방정부가 세계무대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이유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헌법 개정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유럽에서도 중앙집권국가로 유명했던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 개정이 계속돼 왔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 지역과 웨일스 지역에 법률제정권을 부여하는 획기적인 분권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는 프랑스혁명 이후 로베스피에르를 비롯한 자코뱅파들이 지방분권은 프랑스 통일성을 해치는 범죄로, 사형감이라고 선언한 이후 중앙에 모든 권력을 집중시켜 왔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지방으로 권한을 이전하는 분권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2003년 프랑스는 그동안의 지방분권 성과를 확고히 하면서 재중앙집권화 시도를 차단하고 동시에 다음 단계의 분권화를 추진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독일에서는 2006년 헌법을 개정해 주 정부의 법률제정권을 확대하고 심지어는 연방 법률에 어긋나는 주 정부의 법률도 일정부분 허용하도록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국민투표에서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연방제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역이 더 이상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의 다른 지역과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사무에 대한 법률제정권, 이를 집행하기 위한 행정권과 재정권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분권에 기초한 자율적 지역발전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는 전국적인 통합성과 존립을 보장하기 위한 국방·외교·통상·금융·도량형·전국적인 인프라 등을, 지역에선 문화·교육·치안·도시계획·주택·건설 등과 같이 지역정체성과 지역성이 높은 사무 등을 책임지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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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스위스 추크州, 인구는 10만 기업은 3만개… 비결은?
김봉기 기자 knight@chosun.com
법인세율 재량권 활용… 낮게 더 낮게
美 앨라배마주, 법 고쳐 현대車 유치
스위스의 26개 주(州) 중 하나인 추크주는 인구가 10만명에 불과하지만 기업 수는 3만개(2008년 기준)에 가깝다. 기업이 많으니 일자리가 많고, 소득도 바젤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추크의 성공 요인은 다른 주보다 낮은 법인세율 덕이다. 스위스의 법인세는 '8% 플러스 알파'다. 각 주는 연방정부에 내는 8% 이외의 '플러스 알파'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추크의 법인세율은 업종에 따라 8.8~16%(평균 13%)로 스위스에서 가장 낮다. 법인세율 재량권 활용으로 다른 주보다 더 많은 기업유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기준으로 법인세율이 24.5%였다.
미국에선 각 주가 하나의 국가처럼 입법권을 가진다. 주 정부가 달라진 상황이나 특수한 사정에 맞게 법을 만들 수도 있고 고칠 수도 있다. 앨라배마주는 2002년 현대자동차 유치를 위해 주의 규제관련 법을 고친 것으로 유명하다. 당초 앨라배마주 법은 기업의 주 정부 토지 소유를 금지했는데, 이를 고쳐 660만㎡(200만평)의 땅을 현대자동차측에 무상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해서 앨라배마주는 유치 경쟁을 벌이던 켄터키주와 테네시주를 따돌리고 유치에 성공했다고 한다. 미국에선 각 주가 경찰, 검찰, 재판, 소방, 도로와 공원, 종합대학 이상의 상급교육 기관 운영, 보건과 징세 업무 등에 대한 권한도 갖고 있다.
1980년대부터 지방분권을 추진해온 프랑스는 2003년엔 아예 헌법까지 고쳐 '분권국가'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집권화 경향을 차단하고 지속적인 지방분권 개혁을 추진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프랑스에선 상위계층 지자체가 하위계층 지자체에 대해 후견적 감독을 행사할 수 없다. 또 지자체에서 중요한 사항을 주민투표에 부쳐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주 과세권, 권한과 재정의 동시이양, 재정조정제도 등도 헌법에 보장돼 있다.
일본은 작년에 출범한 민주당 하토야마 내각에서 국가 운영을 '지역주권'형으로 탈바꿈하는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격심한 중앙·지방 격차 등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란 인식 때문이다. 이는 지역의 일은 지역주민 스스로 결정토록 하는 체제로, 이전 자민당 정권의 계획보다 시기를 5년이나 앞당겼다. 올해 중순까지 지방분권 확대 관련 법안들과 함께 '지역주권전략대강'을 만든다고 한다. 이들을 토대로 3년 뒤인 2013년까지 '지역주권추진대강'과 '지역주권추진기본법'을 제정해 '지역주권'형 국가로 체제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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