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7 09:52:39
16일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현대사학회·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일부 한국사 교과서들이 실체가 없었던 김일성 중심의 항일 투쟁을 장황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이날 북한의 역사서인『현대조선역사(1983년 출간)』와 검인정 교과서 네 권(비상교육, 미래엔, 천재교육, 두산동아)의 역사 서술을 비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네 권의 역사 교과서 모두 인민혁명군, 동북항일연군, 조국광복회, 보천보 전투 등을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 투쟁을 비중있게 다룬다. 현대조선역사에서는 김일성이 주도한 것으로 서술하는 조직, 사건들이다. 김 원장은 "설사 북한의 선전이 실제라 하더라도 당시 조국광복회 정도 규모의 단체와 활동은 수천 개에 이르고, 보천보 전투라는 면 소재 주재소 습격 역시 단 한명의 일본군경 희생도 없었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장은 북한 정권이 항일운동 세력 주도로 이뤄진 것처럼 기술하는 북한의 역사관을 우리 교과서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주의계열이 합류함으로써 한국 광복군의 군사력이 크게 강화되었다(두산동아)", "(사회주의) 투쟁세력이 광복 후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다(미래엔)"는 등의 서술을 예로 들었다. 김 원장은 "분단 원인에 대한 기술도 북한 역사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우리 교과서도 김일성 체제의 역사서술처럼 미국에 의한 일본 제국주의 패망과정을 일체 서술하지 않는다. 단지 일본 패망 후 미국이 '무장 해제를 구실'로 '점령군 행세'를 했다고 서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또 "38도선을 미국이 제안한 것(미래엔 307쪽, 비상교육 346쪽)이라는 점이 강조돼 한반도의 분단 책임이 미국에게 있는 것으로 호도하게 하고, 소련이 참전 조건으로 제시했던 동아시아에서의 지배권과 이권 요구가 분단의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 밖에도 미·소 군정의 통치 방식 비교, 대한민국의 건국과 정부 수립, 친일 청산과 토지개혁, 한국전쟁, 냉전 체제, 이승만과 김일성, 남북한의 경제번영에 대한 기술 등에서도 대한민국 교과서가 북한의 사관을 사실상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역사 교과서에 대해 "대한민국을 짓밟고 전체주의를 미화한 교과서"라며 "북한에 대해서는 숭배사(崇拜史)로,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난사(非難史)로 서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여러 차례 수정과 보완·교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북한 역사서의 표절(剽竊)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