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2월22일자 조선일보 A18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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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非세계화 부문의 동시 발전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화가 만병통치약 아니다" 낙오자 부활 시스템도 갖춰야
금융위기 통해 뼈저린 경험, 저임금 노동자 등 구해야… 세계화 인식의 변화도 필요
세계화가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은 무궁무진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세계화가 야기할 수 있는 그늘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면 세계화는 도리어 자국 경제에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가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부작용은 다양하다. 국제경제의 충격이 국내 경제에 직접적으로 파급됨으로써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증대될 수 있다. 금융부문의 세계화는 우리 의도와는 관계없이 금융 및 외환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금융부문의 경쟁력이 낮은 상태에서는 심각한 국부유출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외환위기와 미국 금융위기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경험했다.
국제적인 자금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금융정책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각국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선 금융정책보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데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 보듯이 국가부채의 급증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이 늘어남에 따라 자국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부작용을 예방하고 관리가능한 세계화를 이루려면 재정건전성의 유지, 국제적 공조 시스템 구축, 국내 관련 제도 사전 정비 등이 필수적이다.
개별 경제 주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화는 '기회'와 '위협'이라는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다. 세계화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적극적 세계화 활용자들이 있는 반면, 세계화의 풍랑에 휩쓸리는 낙오자가 생기기도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수출기업,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 그리고 국제적 비즈니스 능력을 갖춘 고학력·고숙련 근로자가 전자에 해당한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영세중소기업이나 저임금에 시달리는 저학력·저숙련 근로자들은 후자에 해당한다. 또한 본질적으로 세계화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순수 내수산업도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화의 적극적 활용자와 비적응자 또는 낙오자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확대되면서 이중구조가 굳어지면 이는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달성하려면 두 부문 간 생산성 격차를 줄여나가는 병진(竝進)발전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대책으로 세계화의 직접 피해 계층에 대해 차별화된 '기회안전망(opportunity safety net)'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자유무역협정(FTA)의 피해계층을 지원하는 제도로서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행 무역조정지원제도는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를 기회안전망이란 개념으로 확대개편하고 한정된 기간 동안의 교육훈련 지원,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지원, 효과적인 전직지원 등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위한 기회안전망은 전통적인 사회안전망 확대방식과는 달리, '적기에', '한정된 기간 동안', '정확한 대상자를 선택하여' 수립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100% 내수기업이나 내수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경제의 거의 전 부분이 세계화의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동네의 작은 음식점도 글로벌 식당 체인의 출현에 영향을 받는다. 지역의 작은 건설업체도 세계 건설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이제 한국의 내수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내수산업이었던 한국의 사교육학원들은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관광은 내수산업으로 분류되지만, 내국인 관광객보다 외국인 관광객을 더욱 많이 유치해야 한다. 정부는 내수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낙오자를 위해 기회안전망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기회안전망을 통해 재기의 기회, 전직의 기회, 교육훈련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세계화가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세계화의 본질과 영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화에 대한 인식전환과 대처방안 교육을 위한 '세계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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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3]
만만한게 세계화? / 소득불평등 원인은 기술진보 때문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소득불평등도가 악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소득불평등도를 악화시키는 주범인가?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이다.
이론적으로 세계화가 소득불평등도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개발도상국에서 세계화가 진전되면 노동집약적 상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고용증대와 더불어 많은 노동자의 소득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소득불평등도가 개선될 수 있다. 반면 선진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의 첨단산업 분야에 직접투자를 하게 되면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많으므로 이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소득불평등도가 악화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개발도상국의 값싼 제품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에서 많은 비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소득불평등도가 악화될 수 있다. 반면 수입증가로 인한 생필품 가격의 하락은 저소득 계층의 실질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술진보도 소득불평등도에 영향을 미친다. 기술진보로 인해 상품생산의 자동화가 급격히 진전되면 비숙련 노동자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화 설비 등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고숙련 노동자의 수요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면서 계층 간 소득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이론이 아닌 실제 경제 분석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이 과거 30년간 세계 각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소득불평등도 확대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지니계수(소득분배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분배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는 연평균 0.45% 증가했는데, 세계화는 지니계수를 연평균 0.1% 정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화가 소득불평등도가 악화되는 데 약 20% 정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기술진보는 소득불평등도 악화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 증가(연평균 0.45%)의 70% 이상이 기술진보에 의한 것으로 설명됐다. 소득불평등도를 악화시키는 주원인은 세계화라기보다는 기술진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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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3]
세계화 선두주자 美·유럽은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기금 만들어 약자 보호, '기회 안전망 제도' 도입
세계화의 선두주자인 유럽, 미국 등은 세계화로 인해 낙오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패자 부활'의 기회를 주는 기회 안전망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연합(EU)은 2006년 말 '유럽세계화조정기금(EGF)'을 만들었다. 세계화로 인해 도태되는 산업에서 대량 실업사태를 막고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을 다시 교육해 새 삶을 열어주기 위한 기금이다. 이제까지 EGF는 2억4000만유로를 지원해 4만5000여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봤다.
유럽의 소국 리투아니아는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자국 건설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EGF에서 110만유로를 받았다. 이 지원금은 건설 실업자 800여명의 재교육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2007년 1월엔 핀란드의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페르로스(Perlos)가 핀란드 내 모든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인도로 공장을 옮기기 위해서였다. 공장 폐쇄로 페르로스 직원 9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공장 주변에서 2400여명의 실업이 발생했다. 핀란드 정부는 EGF에 지원을 요청했고, EGF는 200만유로를 마련해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의 창업과 취업 지원 교육 등을 진행했다. 미국은 자유무역으로 인해 수입이 급증하거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피해받는 계층을 보호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운영하고 있다. TAA는 1962년 도입됐다.
우선 TAA 승인을 받은 근로자는 원스톱 고용센터에서 TAA에서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TAA를 통해 소득지원, 직업훈련, 구직 서비스, 건강보험료 세금 공제 혜택 등도 받는다. 통상 미국에서 실업자는 26주간 실업보험 수당을 받을 수 있으나 이 경우엔 최대 104주(2년)까지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 기간에 '패자 부활'의 기회를 얻기 위해 다른 분야의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또 50살이 넘고 연봉이 5만달러가 안 되는 재취업 근로자의 경우엔 새 직장과 과거 직장의 연봉 차이를 2년간 1만달러 한도 내에서 50% 보전해 주는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연간 14만7000여명의 근로자가 TAA의 혜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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