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한반도선진화재단 공동 기획
[서울 컨센서스 10大 전략] [2] '관대한 이민정책'으로 글로벌 인재 흡수해야
다문화시대, 포용정신 필요
쌍방향 인적·문화적 교류를… FTA 네트워크도 넓혀야
다국적 컴퓨터회사 델은 본사가 미국 텍사스에 있지만, 중국·코스타리카 등에서 생산된 인텔의 마이크로칩과 한국·일본 등지에서 만든 액정 화면 등 부품을 브라질·중국·아일랜드 등의 공장에서 조립해 미국 배송업체 UPS의 유통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 판매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부에선 반(反)세계화의 움직임이 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 하지만 델의 경우처럼 상품과 자본이 이동하면서 전(全)지구적 공급사슬에 따라 제품이 만들어지고, 물적·인적 교류로 이질적 문화가 융합되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반세계화는 역사의 발전 방향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개방과 교류확대가 인류역사에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화의 물결이 높을 때 빠른 경제성장과 빈곤감소가 이뤄졌고, 쇄국적인 정책은 거의 예외 없이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은 자유무역을 기본원칙으로 더 깊숙이 지구촌에 통합돼야 한다.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지역무역협정 등을 전략적으로 체결해서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 한·EU FTA의 조속한 비준과 발효가 절실하다.
'선진화 시대'의 세계화는 과거와 달라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경제통합을 넘어 쌍방향 인적교류와 문화교류로 확대·심화되어야 한다. 대외개방뿐만 아니라 규제완화를 동반한 대내개방도 요구된다. 그러나 자유방임은 적절치 않다. 선진국들도 필요하면 국가경제, 안보 등 방어적 목적과 전략적 산업 육성, 고용증대 등 적극적 목적으로 산업정책을 활용한다.
자유무역을 신봉해도 협치적(協治的) 산업정책은 정부의 전략적 과제이다. 협치적 산업정책이란 민(民)과 관(官)이 함께 개별산업이 당면한 애로사항을 극복하고, 향후 전개될 산업구조 변화에 대비하여 인력양성과 R&D(연구·개발) 투자의 청사진을 준비하는 것이다.
선진화 시대엔 양방향 인적교류가 활발해지고 문화교류가 심화된다. 창조적 인재가 모이는 지역과 국가는 빠른 발전을 실현한다. 미국은 우수한 대학과 기업의 역동성, 정부의 이민정책 및 혁신에 대한 개방성으로 세계의 인재를 흡수했다. 이러한 인재들이 미래변화를 예견하고 신(新)성장엔진을 창조한다. 예컨대 각국의 창조적 인재 집단의 재능·기술·관용 등을 측정한 리처드 플로리다(Florida) 토론토대 교수의 '글로벌 창조지수'(Global Creativity Index: GCI)는 경제성장과 상당한 비례관계가 있다. 한국의 GCI는 세계 16위(0.47)로 스웨덴(1위, 0.81)의 58% 수준이나, 그 하위요소인 '창조적 인재풀'의 성장률이 아일랜드에 이어 2위이며, 'R&D 지수'는 스웨덴, 이스라엘 등에 이어 5위로 잠재력이 있다.
한국이 글로벌 창조 인재를 흡수하기 위해선 관대한 이민정책을 펴야 하고, 이중국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증가 추세 속에서 다인종, 다문화를 이해하는 포용정신이 필요하다. 1960년대 개발원조를 받던 한국이 선·후진국의 교차점으로서 올해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됐다. 이제는 성숙한 세계국가(Global Korea)로서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인적 교류와 더불어 쌍방향 문화교류는 각 문화의 고유성에 다양성을 더해 혁신의 모태가 된다. 정부는 선진국형 문화외교로 국가브랜드를 제고하고, 다국적 기업은 전략적 현지화로, 개별 국민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타 문화를 일상의 경험으로 공유하며 문화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세계화는 때로는 폭풍과 폭우를 동반한다. 불평등한 부의 분배, 금융불안, 환경악화 등이 세계화의 폐단으로 나타나고, 때로는 한 국가의 주권을 위협하고, 산업의 지형을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외환위기의 뼈아픈 고통과 금융위기의 파급효과를 체험했다. 그러나 역사는 세계화가 위축되면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장통 때문에 성장을 멈출 수는 없다.
최경규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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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핫머니' 규제, 국가간 합의가 우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의 취약점을 보완하자는 논의가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 부문의 재정비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원칙은 단순하다. 시장 자유의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무절제나 탐욕과 같이 과도한 또는 방임형 시장 자유의 상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스포츠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 엄격한 룰을 지키기 때문이다. 금융도 명확한 룰을 세우고 그 룰을 철저히 지키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구촌 각국이 금융의 혜택을 누리면서 빈곤과 소득격차를 줄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다.
금융 재정비는 위기 이후 저성장-저수익 시대라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에도 부응해야 한다. 실물경제와 금융은 상호 보완하고 경쟁하며 장기적으로 균형 성장해야 문제가 없다. 규율 있는 시장자유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금융규제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와 지역 간 공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국제자본의 흐름, 특히 단기 투자자본의 이동은 불가피하다. 고수익을 목표로 초단기로 운용되는 단기자금은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급격한 자금유출에 따른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온다. 환율의 급변동, 주식 및 채권시장의 혼란, 만기차입금 상환 집중 등으로 건실한 모습을 보이던 국가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이전에도 단기 투기자본의 부작용은 자주 지적됐지만 자본자유화와 세계화 흐름 속에서 단기자금 규제를 공론화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대만·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핫머니 유입을 방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작년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Brown) 총리가 단기자본 규제를 제안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단기자본 이동에 대해서는 세금이나 예치금 요구 등을 통하여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또 단기자본 이동 규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세계 모든 국가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금 흐름에 왜곡이 발생한다.
지역 간 공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각국이 공동기금을 출연해 역내 금융의 도미노 붕괴 현상을 차단하고 단기 투기자본의 폐해를 막기 위해 창설을 모색 중인 아시아통화기금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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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 성공의 길, 실패의 길
칠레, 남미서 OECD 첫 가입… 20년 집권 좌파, 개방 전략
50개국과 FTA 체결… 급성장
지난달 11일 남미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칠레가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했다. 지난 20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등 50여 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개방'과 '세계화'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결과다. 1980년 2493달러였던 칠레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008년 1만117달러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가 넘고, 작년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1.8%의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1950~1970년대 칠레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수출주도형' 성장을 외면하고 수입 관세를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수입대체형 산업화' 전략을 채택했다. 그러나 칠레에선 1973년 피노체트 군사 정권이 수립되면서 시장주의적 대외개방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민정으로 이양된 후 1990년 수립된 좌파 정부도 정치적으론 과거 청산을 외쳤지만 경제정책만은 '개방화·자유화'로 요약되는 군사 정권의 기조를 따랐던 게 성장의 비결이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의 늪
석유만 믿고 경제통제 강화… 빈부격차·살인적 물가 신음
반면 석유에만 기댄 채 통제와 계획경제를 강화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경제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작년 성장률이 마이너스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GDP는 1만1388달러지만 빈부격차로 빈곤층 비중이 24%에 달한다. 또 생필품 부족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작년 25%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계화'란 국가전략을 실제로 실행하는 단위는 기업이다. 제대로 된 세계화를 채택한 기업은 성공을 거뒀지만 그러지 못한 기업은 실패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기업의 세계화는 지역의 수요와 선호를 분석해서 제품에 반영하는 '문화 간 가독력(cross-cultural literacy)'을 갖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예컨대 LG전자는 중동에선 꼬치 굽는 기능을 포함시킨 전자레인지를 판매하는 등 지역 특화 상품으로 세계 전자레인지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GE가 개발도상국 지사에 제품 개발 권한을 주자, 병원이 드문 인도에선 배터리로 작동되는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가 탄생하기도 했다.
반면 GM 등 미국의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은 지역이 넓고 도로망이 발달한 자국에 맞는 대형 차량 생산을 고집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요처를 잃자 큰 타격을 받았다.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이 글은 2010년 2월 8일자 조선일보 A14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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